언택트(Untact) 시대, 살아남는 콘텐츠의 자격!
언택트(Untact) 시대, 살아남는 콘텐츠의 자격!
  • 김신강
  • 승인 2020.09.0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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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환경이 만든 영상, 숏폼 vs 롱폼 콘텐츠 승자는?

틱톡 이용자 9억 명 돌파…. 넷플릭스, 왓챠 숏폼 콘텐츠 전면에 내세워




[2020년 09월 02일] -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지나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 SNS가 ‘틱톡’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16년 150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틱톡은 지난 8월 25일 구체적인 이용자 수치를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2018년 미국 기준으로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 1,126만 명을 기록한 틱톡은 지난달 1억 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 기준으로 올해 7월 이용자 수는 9억 명에 조금 못 미친다. 다운로드 수는 20억 건을 넘었다. 다운로드 수 대비 이용자의 비율도 절반 가까이 되는 셈이다.

틱톡의 폭발적인 성장은 ‘숏폼’ 콘텐츠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15초에서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에 주 소비층인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는 열광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 세대라는 특징에 걸맞게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숏폼 콘텐츠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없지만, 통상 1~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뜻한다. 유튜브를 필두로 엄청나게 많은 영상이 생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이탈이 너무나 쉬워졌다. 클릭 한 번, 스크롤 한 번이면 손쉽게 재핑(zapping, 채널을 돌리는 행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지루하거나 취향이 맞지 않으면 이용자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떠나버린다. 대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극장에 가서 시작하는 시간을 기다리며 팝콘과 콜라를 즐기던 일상은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집에서 2시간 이상 진득하게 앉아 장편영화를 보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TV로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스마트폰으로는 야구 중계를 본다. 소파 한쪽에는 자녀가 닌텐도 스위치를 들고 게임을 하다가 이내 유튜브를 본다.

‘드림웍스’ 창업자인 제프리 카젠버그가 만든 미국 콘텐츠 제작회사 ‘퀴비’는 투자금으로만 총 10억 달러를 모았다. 디즈니, 유니버설, 알리바바 등 투자한 회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정작 이 회사의 서비스는 내년에 공개된다. 퀴비가 제작하는 동영상은 모두 편당 10분 내외다. 숏폼 콘텐츠가 시대 흐름의 중심에 섰다는 방증이다.

영상의 주된 이용자가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지만,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당연한 일상이 당연하지 못하게 된, 밖에 나갈 수 없게 된 시대의 도래는 숏폼 콘텐츠의 힘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다. 여행을 갈 수 없게 되었고, 맛집 투어를 할 수 없게 되었고, 이런저런 옷을 고르고 입으며 데이트를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여가 활동이 극히 제한된 지금, 영상 콘텐츠는 사람들이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영상 콘텐츠가 언택트 시대에 대처하는 가장 큰 변화의 흐름은 짧은 숏폼 콘텐츠를 다양하게 선보이는 방식에서 발견된다. 세계 최대의 OTT 업체 넷플릭스는 얼마 전부터 국가별로 ‘오늘의 Top 10 콘텐츠’를 공개했는데, 지난 8월 20일 공개된 공포 영화 단편 시리즈인 ‘도시 괴담’이 며칠간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편당 7~15분으로 구성된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작품은 국내 최대 뮤직비디오 프로덕션인 ‘쟈니브로스’의 홍원기 감독이 제작한 콘텐츠로,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 한국형 공포물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작품 ‘홈메이드’는 숏폼의 트렌드와 코로나19 시국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코로나19로 자가 격리 중인 전 세계 유명 영화감독들이 그들 각자의 집에서 별도의 예산 없이 순수한 창의력에 의지해 만든 단편 영화 모음집이다.

제한적인 환경에서 4~8분간의 러닝타임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오히려 새로운 신선함을 선사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밖에도 호러, SF 등 다양한 장르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러브, 데스+로봇’, 시트콤 ‘브루노라니까!’,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숏폼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숏폼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비단 글로벌 OTT 업체뿐만이 아니다. 이용자 개인의 취향을 파악해 맞춤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왓챠’의 경우 ‘숏숏 영화’, ‘숏숏 애니’ 등의 직관적인 이름을 담은 카테고리를 페이지 상단에 배치하여 숏폼 콘텐츠 소비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단편 작품들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그동안 일반 관객들을 만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저예산 영화나 신인 감독들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편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입문작이나 습작 정도로 여겨졌던 단편 영화 업계에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바람이다.

숏폼 콘텐츠가 대세가 된 가장 최근의 상징적인 사례는 지난 1일 첫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며 정식으로 발매한 ‘카카오TV’다. 카카오M 신종수 디지털콘텐츠사업본부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모바일로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닌, 모바일로 보기 때문에 더욱더 재미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드라마 6개, 예능 19개의 총 25개 타이틀, 350여 편의 에피소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톡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그대로 담은 ‘내 꿈은 라이언’, 오전 예능 쇼 ‘카카오TV모닝’, 스타의 스마트폰을 그대로 녹화해 그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페이스 아이디’ 등이 그것이다. 방송법상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로부터도 자유로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한 지점이다. 17~20분의 풀 콘텐츠에 다양한 짧은 클립 영상을 바로 붙여 대부분의 콘텐츠를 숏폼으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찍이 동영상 플랫폼에 뛰어든 네이버는 ‘브이라이브’로 유튜브와는 다른 길을 개척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스타가 직접 자신의 일상이나 새 앨범을 소개하고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친근함을 무기로 삼았다. 2016년 시작한 브이라이브는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가 약 1억 건에 육박한다. 글로벌 이용자 비중이 85%를 넘어 K-pop 열풍을 십분 활용한 모범 사례로 뽑히고 있다.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며 더욱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웨이브(Wavve), 푹(Pooq) 등 기존의 국내 OTT 서비스에 이어 포털 서비스까지 OTT 시장에 진출하며 OTT는 영상 서비스에서 그야말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직관성, 재미, 속도,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전쟁이다. SK브로드밴드, KT 스카이라이프 등 기존 유료 유선방송들이 공고한 규제, 과다한 광고 등으로 점차 젊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시점에 다양한 주자들이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극복하고자 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Z세대와 코로나19가 겹쳐서 만난 2020년은 영상 콘텐츠들이 이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하는지 명징하게 보여주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크리에이터 하나가 만든 게임 중계 영상이 공중파의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드라마의 영향력을 압도하는 시대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더 빠르고 더 극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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