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원데이 앳어타임 시즌3
[넷플릭스] 원데이 앳어타임 시즌3
성 갈등을 풀다. ‘원 데이 앳 어 타임’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리뷰
  • 김신강
  • 승인 2019.05.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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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갈등을 다루다. ‘원 데이 앳 어 타임’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리뷰




[2019년 05월 12일] - 우리 사회에 남겨진 최근 1년 사이와 그 이전 사회의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일까?

촛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 평화 무드 조성, 4차 산업혁명을 기치로 내건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기대와 우려의 공존 등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미투 운동을 꼽고 싶다. 무고죄 논란이나 워마드 등의 극단적인 남성 혐오 집단 등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나, 오랫동안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무기력하게 노출되어 있던 사회 분위기를 일거에 흔들어버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페미니즘을 보는 범위와 시각도 저마다 차이가 나고, 미투의 기준에 대한 생각도 다들 다른 과도기에 있지만 분명 우리나라는 빠르게 ‘조심하는’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다. ‘내가 치사하고 더러워서 여자한테 농담도 안 한다’는 ‘소극적 조심’에서, 가볍게 던지는 농담도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명료하게 인지하는 ‘적극적 조심’으로 안착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여성 인권이 높아지면서 역차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특히 남녀차별을 크게 인식하지 않고 자란 20대 남성들은 정부에 대한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이 과도기가 지나고 나면 남성과 여성이 자연스러운 합의점을 조금씩 찾아갈 것이다. 그 역시 또 하나의 과도기겠지만.

넷플릭스와 관련된 리뷰 요청을 받고 첫 작품을 어떤 것으로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을 서두에 던진 이유는 고민 끝에 선정한 작품이 ‘원 데이 앳 어 타임(One day at a time)’이기 때문이다.

원 데이 앳 어 타임은 쿠바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퇴역 군인 싱글맘인 페넬로피가 주연이며, 그를 중심으로 어머니 리디아, 게이인 딸 엘레나, 아들 알렉스, 옆집 이웃 슈나이더 등이 주요 인물이다. 가족 설정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인종차별, 성폭력, 성차별, 성 소수자, 성 정체성, 페미니즘 등의 이슈를 그리고 있다.

코미디 장르를 베이스로 무거운 이슈를 무겁지 않게 그리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 매력이다. 건강한 평등주의를 지향하며, 주로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부조리를 남성들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여성으로, 소수민으로서 갖게 되는 공포와 불편함의 원리를 친절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주인공인 페넬로페는 퇴역 군인으로 PTSD, 전쟁 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쿠바인이고, 이혼녀이며, 홀로 어머니와 두 자녀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그녀의 캐릭터 자체가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과 같다. 각종 차별에 시달려온 페넬로페는 딸인 엘레나가 커밍아웃할 때 전 남편에 맞서 딸을 지지하고 지켜내며, 호기심에 마약을 하는 아들 알렉스에게 미국 사회가 소수 민족이 마약을 했을 때 어떤 대우를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시키며 아들을 설득한다. 남성적 사고에 익숙하고 외모를 가꾸는 데 치중하는 어머니를 존중하면서도 올바른 정치적 자세를 가지도록 권면한다.

상대적으로 남성 캐릭터들은 덜 입체적이다. 옆집에 사는 이웃인 슈나이더는 전형적인 멍청한 백인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생각 없는 부자 청년으로 여성 캐릭터들을 돋보이도록 하는 백업 역할에 치중한다. 페넬로페의 직장 상사인 의사 레슬리 역시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우유부단하고 어리바리한 인물인데, 이는 드라마가 남성에 대한 혐오적 시각을 가졌다기보다 차별과 부당함을 대처해 나가는 여성 캐릭터들을 돕기 위한 보조제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시즌이 거듭할수록 협조적이고 조화로운 캐릭터로 변해가는 그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재미다.

사실 원 데이 앳 어 타임은 올해 공개된 시즌 3으로 더는 제작되지 않는다. 특정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코멘트를 자제해온 넷플릭스는 공식 트위터에 충분한 시청자를 확보하지 못해 시즌 4를 제작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이례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원 데이 앳 어 타임이 드라마 역사에 남기는 의미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 같은 넷플릭스의 공식 발표가 있었던 직후, 수많은 셀러브리티와 여성 팬들은 ‘#SaveODAAT(원 데이 앳 어 타임을 지켜달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넷플릭스의 코멘트도 이례적이었지만, 팬들이 집단으로 한 작품에 대해 구명운동을 벌인 것 또한 유례가 없던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론이 바뀌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의 결정이 철회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이지만, 그만큼 원 데이 앳 어 타임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를 증명하는 사건임엔 틀림없다.

비록 많은 팬들의 반대에도 특별한 시도이자, 의미를 남기고 시즌 3으로 짧게 종료되지만, 원 데이 앳 어 타임은 넷플릭스가 지향하는 공정한 가치관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들 역시 시청자 수, 시청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업 기업임엔 틀림없으나, 계속해서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정치적 올바름, 건강한 평등주의를 알리고 싶어하는 모습은 과도한 PPL로 병들어가는 국내 대중 매체가 한 번은 곱씹어봐야 할 사안이다.

이와 함께 원 데이 앳 어 타임은 페미니즘 이슈로 성별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극히 일부 지지를 받아 이 자리에 오른 작품이 지향하는 가치를 두고 무조건 옳다고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주목할 점이라면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발상의 전환점이자 남녀평등을 바라보는 시각의 작은 기준점이 되어주고 건강한 토론의 출발점이 되어줄 신호탄이 될 것이 분명한 의미를 지녔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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