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 저작권 공방, 주먹구구식 상생하라굽쇼?
한국 음악 저작권 공방, 주먹구구식 상생하라굽쇼?
  • 김신강
  • 승인 2020.10.30 0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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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늉뿐인 음악 저작권 상생, 골만 깊어져!

목에 힘주고 한자리 꿰찬 이의 탁상공론에 서비스가 역행하다.




[2020년 10월 30일] - 금방이라도 시작될 것 같았던 스포티파이의 한국 서비스가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올해 1월 피터 그란델리우스 스포티파이 본사 법무 총괄을 대표로 내세워 한국 법인을 세웠고, 모바일 앱에서 한국어를 공식 지원했으며 8월에는 스포티파이 코리아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계정도 개설했다. 그 후로 감감무소식이다.

스포티파이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전 세계 1위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자동으로 취향에 맞는, 그렇지만 들어본 적은 없는 곡을 골라주는 ‘데일리 믹스’로 신선한 곡을 발견하는 재미에 사용자들이 열광했다. 멜론의 ‘유사곡’ 서비스나 벅스의 ‘라디오’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그 정확도와 풍부한 데이터는 타 서비스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글로벌 회원 수 3억 2천만, 유료 사용자는 1억 5천만 명에 가깝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한국 음원들을 스포티파이에서 들을 수 있을까’에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야심 차게 국내에 진출했던 애플뮤직이 멜론을 소유하고 있는 국내 1위 음원사 카카오와의 협상에 실패하며 반쪽짜리 서비스가 되어 한국 사용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애플뮤직에서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 (미국 계정으로 우회하면 가능하긴 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음악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의 거대한 벽에 막혀 아스라이 사라졌다. 한음저협은 국내 최대 저작권 신탁 단체로 작곡, 작사, 편곡가의 권리를 관리한다. 플랫폼이나 방송,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음원이 재생되면 발생한 저작권료를 협회에 낸다. 협회는 이를 소유자들에게 정산해 준다.

문제는 아티스트 개인보다 한음저협을 비롯한 민간단체 몇 곳에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표준화된 저작권료가 있어서 누구나 원하면 음원을 이용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한음저협과 수익에 대해 지난한 협상을 해야 한다. 협회가 이용을 거절하면 끝이다.

저작권협회는 저작권료의 11~12%, 실 연료의 20%를 관리수수료로 가져간다. 사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저작권료는 그들의 수익과 직결되므로 아티스트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더 많은 징수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상식이지만, 협회는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마땅히 통제하는 기관도 없다. 문체부가 수수료를 심사하기는 하지만 협상의 주도권이 음저협에 있기 때문에 플랫폼들은 눈치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8년에 시작한 스포티파이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이지만 이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기본적인 전제, 즉 수익구조에 대한 관련자들의 컨센서스(합의)가 필요하다. 스포티파이는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대신에 광고를 들어야 했고, 광고를 듣지 않아도 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료화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벅스 사례가 남긴 뼈아픈 과오 교훈 삼아야 할 때

우리나라에 일찍이 스포티파이의 구조를 그대로 시작한 회사가 있었다. 바로 벅스뮤직이었다. 벅스는 2000년대 초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해 수많은 사용자를 모았다. 당시만 해도 음반에서 다운로드로 음악 시장의 흐름이 넘어가고 있었고, 스트리밍은 일종의 ‘미리 보기’와 같은 서비스로 인식되어 벅스는 비교적 손쉽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점차 시장이 음반 중심에서 음원 중심으로 커지면서 음악 산업 관계자들의 유료화 요구가 빗발쳤고, 2003년 8월 모든 음원 사이트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됐다. 이때 광고를 활용해 수익으로 로열티를 지불하겠다고 무료로 버티던 곳이 바로 벅스였다.

그러나 한음저협을 비롯한 저작권 단체들은 이 수익 모델에 격렬히 반대했고, 끝내 벅스도 유료화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벅스는 비슷비슷한 한국의 음원 서비스 중 하나가 됐다.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과거를 후회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도 없지만, 당시 벅스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면 벅스의 크기는 커졌을 것이고 이는 결국 저작권자들의 주머니로 돌아가 시장 자체를 키울 수 있었으리라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한음저협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음반 시대에 맞는 저작권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과다한 저작권료로 수익성이 맞지 않아 포기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티파이 역시 같은 이유로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한음저협과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OTT음대협)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OTT 음대협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한음저협이 뚜렷한 사유 없이 저작권료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문체부에 중재를 요청했다. OTT음대협은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서비스 업체들로 구성돼 콘텐츠가 재생될 때의 저작권료 발생 이슈를 해결하고자 만든 단체다.


한음저협이 OTT 업체들에 하나의 영화나 드라마가 재생될 때마다 저작권료로 매출액의 2.5%를 요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OTT 업체들은 방송사 다시 보기 서비스에 적용하는 0.625%를 주장하고 있다. 무려 4~5배에 달하는 입장차가 생긴 셈이다. 한음저협 역시 이미 OTT 사업을 접은 롯데컬처웍스를 저작권 침해로 형사 고소 하는 등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두 집단의 분쟁은 그간 OTT 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수수료 기준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저협은 방송, IPTV, 라디오 등 각 미디어 형태별로 각각 다른 수수료 기준규정을 만들어 문체부의 심의, 심사를 받아 수수료를 징수한다.

수수료갈등? 기준 없는 주먹구구식이 문제의 발단

정해진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OTT 플랫폼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사용료인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기준에 맞춰 음저협에 수수료를 지불했다. 0.625%가 바로 이 비율이다. 음저협의 2.5%에도 이유는 분명하다. 넷플릭스와의 계약이 2.5%라는 것이다. 이미 음저협은 2.5%를 글로벌 기준이라 판단하고 문체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음저협은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미국 OTT 서비스들이 대부분 1% 미만으로 계약했고, 넷플릭스라는 공룡을 기준으로 국내 OTT 시장에 같은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사용자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영화를 제약 없이 듣고 보고 싶다. 가능하면 싼값이면 좋겠다. 여론은 예전부터 음저협에 싸늘한 편이었다. 사용자들은 내가 쓰던 서비스가 없어지거나 돈을 내라고 하면 일단 기분이 나쁘다. 음악 관련된 서비스들이 유료화한다거나, 가격을 인상한다거나, 종료한다고 하며 말하는 이유는 대부분 저작권료다. 음저협이 ‘주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티스트들에 대한 합당한 대가가 지급되고, 그들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지난 십수 년 간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가 생겨날 동안 우리나라의 엠군, 곰TV, 벅스 등은 이 미국 서비스보다 훨씬 먼저 동일한 형태의 서비스를 하고도 없어지거나 그저 그런 회사가 되어 버렸다. 이는 국가적인 손실이기도 하고, 한국 음악 시장의 저변을 막은 꼴일 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스포티파이가 되지도 않는데, 언론에서는 블랙핑크 제니가 스포티파이에서 한국 솔로 가수 최고에 올랐고 방탄소년단 뷔의 솔로곡이 1억 3천만 스트리밍을 돌파했다며 연일 대서특필하기 바쁘다. 저작권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이를 영리하게 활용해 저변을 확대하고 수익 구조를 넓히려는 노력이 아쉽다.

개별 수익을 줄이고 사용자를 늘리는 것은 모바일 시대에 시장이 커지는 상식이다. 모든 분야가 모바일에 맞춰 진화하는데 유독 음악 서비스만 정체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한국 사람들이 디즈니플러스와 스포티파이가 언제 들어오나 오매불망하게 만든 책임에서 협회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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