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發 미디어 빅뱅, 코드커팅하다.
넷플릭스發 미디어 빅뱅, 코드커팅하다.
코드커팅 후 3년, 셋톱박스 내린 사망 선고
공해가 된 PPL, 도 넘은 광고에 내 선택은 OTT
  • 김신강
  • 승인 2019.04.1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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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커팅 후 3년, 셋톱박스에 사망 선고를 내리다.
공해가 된 PPL, 도 넘은 광고 마주한 선택은 OTT




[2019년 04월 12일] - 인터넷과 케이블 TV(IPTV 포함)를 묶어 선보인 상품을 지난 2000년도부터 무려 16년간 이용했다. 일상에서 당연히 쓰이는 고정비 일부였고 이런저런 할인과 사은품을 내걸며 통신 3사가 돌아가며 꼬드기니 으레 자리 잡은 일상이려니 여겼다. 혼자 사는 남자에게 볼거리는 유일한이자 든든한 친구처럼 존재감이 두드러졌지만, 결정적인 문제라면 많은 직장인이 그러하듯 내가 사실은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는 자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다.

사실 인터넷만으로 대부분의 미디어 소비가 가능하니 몇 차례나 TV를 끊어보자 결심했는데, 아무리 많이 보지 않아도 십 수년간 습관적으로 함께하던 TV를 매몰차게 내 치는건 오랜 친구와 이별하는 기분과 흡사한 나머지 살짝 망설이며 마음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수없이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때 즈음 넷플릭스가 한국에 정식으로 론칭하게 됐고, 호기심 반 시험 삼아 시작한 1개월 무료구독을 계기로 내 일상에 처음으로 TV 없이 살아보기로 작정한다.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이후로 케이블 TV를 다시는 신청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신청할 생각이 없다. 푹, 티빙 등 많은 국내 서비스를 함께 돌아가며 이용하다가 지금은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두 곳에 완전히 정착한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지상파 TV는 흘러간 유물과 진배없고, 구세대 유물에 나의 일상을 투자하는 것을 더는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케이블 TV를 끊는다는 표현, 즉 ‘코드 커팅(Cord-cutt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을 보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코드가 잘려나간 자리는 OTT가 대신하면서 내 삶을 변화시켰다. ‘Over the Top’의 줄임말인 OTT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다. 국내에 정식 선보인 서비스라면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아마존 프라임, 푹, 티빙 정도를 손꼽는다. 여기에서 조금 더 넓게 본다면 유튜브도 OTT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처음 국내에 선보일 때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며 외면받던 넷플릭스는 ‘옥자’, ’범인은 바로 너’와 같은 국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작으로 한국 투자를 꾸준히 강화하다가 올 초 선보인 ‘킹덤’으로 역대급 홈런을 쳤다. 2019년 2월 기준 순 방문자 240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1년 만에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넷플릭스 효과를 제대로 누린 LG 유플러스는 킹덤 공개 후 일일 유치 고객이 3배 이상 증가했다는 효과가 단순한 우연일까? 그리고 4월 11일 전격 공개된 아이유의 영화 데뷔작 ‘페르소나’는 넷플릭스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들이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명작’에 약한 넷플릭스는 국내 서비스인 왓챠플레이가 대체재이자 든든한 보완재 역할을 하고 나섰다. ‘섹스 앤 더 시티’, ‘하우스’, ‘오피스’, ‘빅뱅이론’, ‘왕좌의 게임’ 등 국내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넷플릭스만으로는 갈증을 느끼는 이용자의 환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방향을 예능으로 틀면서 폭이나 티빙의 고객까지 흡수하며 순항 중이다.

널린 게 볼거리다. 철저한 기획과 막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갖춘 1인 미디어가 빠르게 안착하며 유튜브와 아프리카TV는 기존 콘텐츠 시장이 충족하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를 부여했다. 유튜브로 연간 20억 원을 번 스타 유튜버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우리에게 쓴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했으나, 결론만 보자면 1인 미디어는 이른바 ‘크리에이터’라는 미래 직업으로 조명받으며 초등학생 장래희망 직업 1위로 뽑히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재미의 요소에 화질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웬만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4k 방송을 기본으로 한다. 넷플릭스 역시 4k 콘텐츠에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반면 국내 서비스는 아직도 FHD에서 멈춰있고, 그나마 지상파 3개가 일부 UHD 방송을 선보이는 것이 전부다. 시대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올드 미디어의 굴욕이라 봐도 옳다.

상황이 이쯤 되니 KBS, MBC 등의 채널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물론 충족하지 못한 부분 2%가 마음에 걸리는데, 남성에게 인기 높았던 스포츠만 중계권이라는 첨예한 대립각을 좁히지 못하고 시청가능한 시점을 기약할 수 없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포털 사이트가 자발적으로 생중계에 나서면서 일정 부분 해결책이 되고 있다. 간혹 공중파에서 엄청나게 화제가 되는 드라마는 분위기에 휩쓸려 다시 보기라는 서비스를 이용할 뿐, 굳이 채널 전체가 있어야 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후발 주자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와중에도 눈치 없는 서비스 사업자는 여전히 관망세다. 지금도 케이블 TV는 월 2~3만 원대라는 요금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나마도 3년 약정에 인터넷 세트상품으로나 가능한 요금이다. KT에서 가장 높은 요금제인 ‘TV 무비 플러스’의 경우 월 37,400원에 달하는데, 250개가 넘는 채널 중 실제로 시청자가 이용하는 채널은 늘 그러했듯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며, 무료로 제공한다는 1만 5,000원 상당 프라임 무비팩은 유료 최신영화라 하기엔 민망함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 솔직한 의견이다.

작금의 현상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면치 못하는 근간은 2000년대 초반에도 똑같은 감정인 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무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 자괴감을 가지게 만드는 요건을 진득하게 충족한 탓이다. 비싼 비용을 내고 보는 케이블TV에 광고가 덕지덕지 붙는 것도 불쾌하지만 종국에 들어서면서 그 수가 공해에 필적할 정도로 도배되는 모습은 더 심란하다. 그나마 예전에는 어제 한 방송을 오늘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3주 이전 방송은 매월 요금 외에 별도로 돈을 또 내도록 유도한다는 작태에도 경악을 금할 수 없다. OTT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 구조가 얼마나 큰 폭리인지 피부로 느껴진다.

많은 국내 언론과 통계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에 관련된 기사를 내보내면서 IPTV와 케이블TV의 경쟁 구도만 보여준다. 동시에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는 아예 별개의 항목으로 보는 프레임만 고수한다. 이는 굉장히 기만적인 행태다. 특히 젊은층 위주로 IPTV 대신에 넷플릭스를 선택하는 것이 분명한 흐름인데 이를 짚어주는 이야기 또한 전무하다.

북미 지역 유료방송 가입 비율은 2012년을 기점으로 매년 큰 폭으로 하락세다. 2012년 87%를 유지하던 유료방송 가입 비율은 올해 69%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에서 해외 서비스 규제 운운하며 시대착오적인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국내 콘텐츠 사업이 어떻게 해외를 이길지 고민해야지, 해외 서비스를 억누른다고 국내 서비스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현명한 소비자는 속이는 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한 가지 사례를 끝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진정한 경쟁사는 우리와 같은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아니라,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시간을 뺏는 회사가 진짜 경쟁사다. 넷플릭스가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 선언으로 긴장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말인데, 국내 사업자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쟁사는 디즈니 플러스가 아니라 고객 시간을 점유하는 유튜브와 게임 포트나이트입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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