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M의 내로남불, 스포티파이 막으려 글로벌 추태
카카오M의 내로남불, 스포티파이 막으려 글로벌 추태
  • 김신강
  • 승인 2021.03.04 0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03월 04일] - 지난 2월,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정식 진출한 이후 한국 사용자들은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다. 3억 4천만 명의 이용자, 40억 개의 플레이리스트라는 방대한 데이터로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는 스포티파이의 사용자 경험을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는 Top 100 위주의 ‘음악 편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해방감 때문이다.

스포티파이의 오늘을 있게 한 광고 기반 무료 청취 요금제, 최대 6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패밀리 요금제가 음악저작권협회와의 협상에서 실패해 모두 한국에서 빠졌다고 했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늘 음저협은 그런 식이었고, 이제 한국 리스너들은 세계에서 한국 음원 듣기가 가장 까다로운 현실에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음저협이 안 된다고 해서 안 된 서비스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에 가까운 분위기랄까.

스포티파이에도 마냥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달랑 가지고 온 요금제가 1인/2인인데 요금이 국내 경쟁사 대비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팟캐스트도 도입되지 않았고, PC 앱 구동도 안 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무성의한 런칭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3개월 무료라는 당근을 들고나오긴 했지만,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이벤트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들어왔고, 다음 관심은 스포티파이에서 한국 음원을 모두 들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초점이 옮겨졌다. 애플뮤직이 반쪽짜리 서비스로 사실상 한국에서 마이너로 전락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스포티파이는 다르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스포티파이 역시 카카오M의 음원을 갖고 오지는 못했다. 국내 전체 음원의 37.5%, 3대 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음원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M의 음원을 가져오지 못하면 한국 장사는 사실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에 스포티파이도 ‘긍정적으로 협상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미 스포티파이를 통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카카오M의 음원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 사용자들도 시간 문제려니 여겼다.

반전은 지난 1일 일어났다. 스포티파이 한국에서 카카오M의 음원을 들을 수 있게 되기는커녕, 스포티파이 해외 모든 국가에서조차 카카오M의 음원이 일제히 빠져버린 것이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을 놓고 협상이 중단되자, 스포티파이가 카카오M이 보유한 모든 음원의 글로벌 서비스를 중단 시켜 버린 것.

겉으로 보면 감정이 상한 스포티파이가 카카오M에게 분풀이를 한 모양새지만, 여론 분위기는 카카오M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제발 스포티파이가 이겼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음저협도 멜론도 손봐야 한다’, ‘정부에 반독점 청원을 해야 한다’ 등 격앙된 반응이 보인다.

이는 십수 년 동안 한국 음원 시장이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철저히 권리자들의 이윤 추구 중심으로 움직여온 역사에 대한 잠재적인 분노가 폭발했다고 봐야 한다. 과거 소리바다, 벅스뮤직 등 무료 음원 서비스들이 유료화되는 과정에서 저작권법이 강화되고 불법 음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졌는데, 이 과정에서 유통사나 협회를 견제할 장치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시피 했다.

외국은 음원을 가지고 아티스트나 기업 간의 다양한 협업이 이뤄지기도 하고, 다채로운 음원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스타트업 음악 서비스는 망했다. 음악저작권협회 등 권리자들이 융통성 있는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고, 철저히 폐쇄적으로 예비 파트너들을 대하면서 창의적인 서비스들이 발달할 기회를 말살했다.

우리나라에서 Soundcloud나 Deezer와 같은 혁신적인 음악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사용자는 사실상 없다. 권리자들이 사업을 키우는 방향보다 막는 방향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정작 카카오M은 자사 OTT ‘카카오TV’에 음저협이 징수하려고 하는 2.5%의 저작권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티빙, 웨이브 등과 함께 문체부에 항의 성명을 보냈다.

자신의 음원 이익은 지키려고 안달하며, 정작 자신들이 내야 할 돈은 비싸다고 하니 여론이 좋을 리가 없다.

유독 카카오M 음원만 이렇게 번번이 시끄러운 이유가 뭘까. 결국은 카카오M이 가지고 있는 1위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보호하기 위한 수작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음원 보유자가 자신의 음원 서비스를 지키려고 글로벌 서비스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 애초에 카카오M이 SK텔레콤으로부터 멜론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이런 문제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중재자가 이해 당사자가 되기도 하는 꼴이다. 애초에 금산분리법처럼 금지했어야 옳은 인수였다.

이번 갈등으로 전 세계 K팝 팬들의 여론도 함께 들끓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카카오M 아웃’ 등의 해시태그가 붙어 돌아다닌다. 한국 음원 시장은 폐쇄적이다 못해 기형적이다. 정작 이런 갈등으로 음악을 만든 아티스트들이 돈을 버냐면 그것도 아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 역시 “왜 피해는 아티스트와 팬이 받아야 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음저협이나 카카오나 ‘어떻게 하면 가수의 음원이 더 넓은 곳에 더 많이 들리게 할까’가 고민의 중심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음원 1회당 돈을 더 많이 받을까’가 중심이다. 아티스트들의 권익을 생각한다면 나올 수가 없는 사고방식이다. 한국 사용자들은 사실 지치고 지쳤다. 정부도 관심이 없다. 세계적인 이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