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카카오택시, 고객 평점 낮으면 콜 못 받게 한다 … ‘불량 손님’ 대책도 필요해
[르포] 카카오택시, 고객 평점 낮으면 콜 못 받게 한다 … ‘불량 손님’ 대책도 필요해
  • 김신강
  • 승인 2021.07.12 0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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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12일] - 며칠 전 결혼식에 갈 일이 있었다. 자가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주차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계획에 없던 택시를 타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비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친절하고 조용한 택시를 선호한다. 그래서 타다의 팬이었지만 이제는 이용할 수가 없게 됐고, 그래도 좀 더 쾌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1,500원을 더 내고 ‘카카오T 블루’를 이용했다.

청와대 근방에서 택시를 탔고, 기사는 행선지가 강남구 청담동인 것을 인지하자마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하필 광화문에서 민노총 집회가 있었던 날이라 차가 많다는 것이었다. 을지로 주변을 우회해 가면 시위대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친절히 설명했지만, 그때부터 택시 기사의 정부와 민주노총을 향한 멈추지 않는 폭언이 시작됐다.


강남권으로 진입하자 기사의 비난 대상은 주변 운전자로 바뀌었다. “XX 놈,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에이 씨, 역시 여자였네.” 하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이어졌다. 성인 남성이 고객으로 탄 차에서 이 정도로 서슴없이 막말하는 사람이라면, 여성이나 아이가 손님으로 왔을 때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탑승 내내 고객이 눈치를 보며 기사의 기분을 맞춰주는 상황이 됐다. 성차별적이고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2021년에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어른의 ‘당당한’ 모습이 한편으로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압권은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기 직전 기사의 발언이었다.

“그. 카카오에서 평가하라고 할 거예요. 그 점수 좀 잘 주시오. 점수가 높아야 콜이 잘 오거든.”

고객의 평가가 자신의 실적으로 연결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운전하는 내내 그런 태도를 보였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랐고, 고객의 기분이 어떨지를 전혀 생각조차 못 하고 있는 무심함에 할 말을 잃었다. 어색한 미소로 내린 후, 주저 없이 별점 한 개를 주고 ‘이 기사를 다시 만나지 않음’에 체크 표시를 했다.

씁쓸한 기분이 이어졌던 이유는 이런 평가를 한들, 그 기사에게 어떤 경고나 대책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는 이렇게 ‘돈 내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오는 22일부터 앞으로 승객들로부터 낮은 평점을 받는 기사에게 배차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으로 새 약관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T는 지난 3월부터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유료 요금제 ‘프로멤버십’ 제도를 운영 중이다. 월 9만 9천 원을 내면 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콜을 빠르게 확인하는 기능, 주변 실시간 콜을 지도로 보여주는 기능, 단골 승객 배차 기능 등이 포함돼 다른 기사보다 사실상 고객을 먼저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우대 배차권이다.

카카오T의 국내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하는데, 이 80% 중에서도 먼저 손님의 콜을 받고자 하는 기사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바로 이 프로멤버십에 손을 댄다는 것이다. 고객의 평점이 회사가 정한 기준보다 낮으면, 앞으로는 택시 기사의 멤버십 가입을 원천적으로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해지할 수도 있다.

일단 오는 22일부터 신규 가입하는 기사에게 우선 적용되며, 기존 프로멤버십 이용 기사의 경우 갱신 시기가 도래하면 새 약관이 적용된다. 택시 업계는 당장 “카카오가 독점적인 점유율을 무기로 기사들을 관리하려 든다”며 반발하는 분위기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일반 고객은 대체로 환영한다. “친절한 기사가 대부분이지만 어쩌다 난폭한 운전자를 만나면 하루 기분을 완전히 망친다”며 “카카오의 정책에 쌍수 들고 환영”이라는 의견이 주를 잇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상 손님’에 대한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에서 과도한 환불 요청 및 별점 테러가 이어지며 식당 주인이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으로 여론이 뜨거워진 것을 예로 든다. 그제야 방송통신위원회가 악성 리뷰, 별점 테러의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는데, 택시 앱 역시 유사한 맥락의 목소리다.

소위 ‘불량 손님’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책을 알고 평점을 빌미로 할인을 요구하거나 기사에게 모욕적인 행위를 해 고객 민원을 ‘유발할’ 행위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다. 택시 서비스가 보다 개선되고 친절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고객의 별점 테러에 대해 기사 역시 소명할 기회를 공정하게 얻어야 한다는 의견도 들렸다. 그 점에서 약관 변경이 기사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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