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콘텐트 비즈니스 올인 … 지금은 지적재산권 전쟁 중
네이버와 카카오 콘텐트 비즈니스 올인 … 지금은 지적재산권 전쟁 중
  • 김신강
  • 승인 2021.04.20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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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0일] - 20일 기준 우리나라 시가총액 10대 그룹 중 IT 기업은 두 곳이다. 네이버가 3위, 카카오가 7위에 랭크되어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정도가 두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 전통의 우량주 현대차, 기아차, 포스코조차 뒤에 서 있다.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수많은 IT 기업이 주요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 두 곳이 국내에서는 IT 강국으로서의 일종의 자존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출발점은 포털, 메신저로 달랐지만 이제는 어느덧 유사한 서비스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시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3월 NYSE(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해 미국에서 상장한 쿠팡까지 포함해 ‘IT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는 형국이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고공 비행을 하고 있는 주가 흐름을 타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유난히 성장 폭이 큰 요즘이다. 특히 카카오는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늘며 상승장을 주도하다시피 했다.

올해 두 회사는 닮은꼴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몸집을 불리며 위세를 과시하는 형국이다. 이 두 대표 국내 IT 기업이 바라보고 있는 미래 시장은 어디에 있는가?

# 콘텐츠가 미래다


지난 1월, 캐나다에 소재한 전 세계 사용자 수 1위 웹소설 서비스 ‘왓패드(wattpad)’가 네이버에 전격 인수됐다. 네이버는 지분 100%을 통으로 인수했으며, 인수 가격은 약 6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6천5백여 원에 달했다.

아울러 웹툰은 네이버가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4년 네이버 웹툰 영어 서비스를 시작하며 미국 시장을 겨냥한 네이버는 미국 웹툰 작가들의 등용문 플랫폼인 ‘캔버스’를 만들어 현재 우리나라 홍대 사무실처럼 작가를 네이버가 직접 길러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랜 시간 큰 성과가 없었던 미국 네이버 웹툰 서비스는 코로나19 시대를 도약의 전기로 삼아 작년 5월 기준으로 6,400만 명의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미국 내 압도적인 웹툰 1위다.

카카오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웹소설 업체 ‘래디쉬’를 인수한다. 래디쉬는 창업자부터 한국인인데 창업 초기부터 카카오가 투자하고 지원해왔다. 이미 1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시기상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비치지만, 어쩌면 예전부터 ‘예고된 인수’다.

래디쉬는 현재 글로벌 웹소설 서비스 분야 시장점유율 5위권 정도로 평가받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 2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이상 뛰어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웹툰의 경우 네이버가 미국에서 강세라면 카카오는 일본을 공략했다. 카카오재팬에서 만든 일본 사용자 용 만화 앱 ‘픽코마’는 작년 기준으로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만화’라는 카테고리로 가장 많이 돈을 번 앱이 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네이버 웹툰, 라인 망가, 웹툰 등 산재되어 있는 네이버의 플랫폼을 하나로 모으면 네이버의 매출이 더 높다. 카카오가 픽코마의 글로벌 매출 1위 발표를 한 직후, 네이버가 총매출 1위가 자신이라고 바로 별도의 발표를 한 것을 보면 이 두 회사가 콘텐츠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짐작이 간다. 두 회사는 국내의 웹소설 서비스 ‘문피아’ 인수를 놓고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소설, 웹툰에 이토록 올인하는 이유는 미래 산업에 콘텐츠의 양과 질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양사가 바라보는 지점은 단순히 좋은 소설, 좋은 만화를 많이 보유해 그 안에서 경쟁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다. 핵심은 지적재산권,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등 글로벌 OTT 서비스와의 경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뚜렷한 영역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넷플릭스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스위트 홈’, ‘승리호’가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 웹툰 소속 김칸비 작가의 스위트 홈은 네이버 웹툰에 연재된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네이버웹툰과 작가, 넷플릭스 간의 계약 관계는 뚜렷하게 알려진 바 없으나, 원작의 소유 지분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플랫폼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 달라진다. 이전에도 웹툰 원작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위트 홈의 전 세계적인 흥행은 좋은 작품 하나가 가진 상업적인 파급력을 발견하게 한 계기가 됐다.

승리호는 아예 기획 단계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웹툰 제작에 들어간 케이스다. 카카오페이지 X다음 웹툰의 ‘슈퍼 웹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승리호는 스토리 구상부터 영화화를 고려하며 그림체, 구성을 짰고 웹툰의 제작과 영화 캐스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코로나 19 때문에 극장 개봉을 하려던 계획은 무산됐지만, 오히려 넷플릭스에서 190개국에 동시 공개되면서 더욱 전 세계적인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네이버가 멤버십 서비스에 티빙과 제휴를 맺고, ‘V 라이브’를 운영하고, 카카오가 ‘카카오TV’를 운영하는 것 모두 양사가 올인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일부다.

새로운 기능, 새로운 서비스를 매일같이 쏟아내야 하는 IT 비즈니스의 특성상, 하나의 스토리를 잘 만들어 오래도록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콘텐츠 사업이 매력적으로 비쳤을 법도 하다. 저작권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거대 I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금 ‘IP 사냥’을 진행 중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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