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의장, 뻔한 대기업 총수의 길을 걷나?
카카오 김범수 의장, 뻔한 대기업 총수의 길을 걷나?
  • 김신강
  • 승인 2021.01.2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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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26일] - ‘케이큐브홀딩스 세금 회피, 우회 승계 의혹… 자수성가 신화 빛바랠 위기’

지난 19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부인과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 11명에게 카카오 33만 주를 증여했다고 공시한 사실이 보도됐다. 카카오 종가 기준으로 1,452억 원에 달하는 가치의 주식인데, 김 의장의 지분율은 0.5% 남짓 줄었다. 불과 0.5% 정도에 불과하지만, 창업주의 주식 변동 결정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세간의 시선을 끌기 좋아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자신의 주식을 친인척에게 나눠주고 증여세도 납부할 테니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증여세를 줄이는 ‘꼼수’를 부리기 좋은 하락장도 아니었다. 게다가 카카오는 코로나19 기간에 주가가 2.6배 올랐다. 성공하고 당당하게 가족에게 물려주는 게 보기 좋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이때만 해도 여론은 김 의장을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 의장은 우리나라에서 정말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부자다.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 정도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고, 피시방을 차렸다. 이 피시방은 한게임의 종잣돈이 됐고 이 과정에서 가족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증여를 결정한 것은 사업 과정에서 도움을 준 가족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얘기도 있다.

물론 대주주는 주식을 매도하면 양도세 부담이 큰데, 직계존비속에 대한 증여세는 10년간 5,000만 원까지 공제되고 부부 사이에는 6억 원까지 공제된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김 의장의 주식 가치를 보면 그 정도 양도세는 무시해도 좋을 미미한 수준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주가가 치솟던 지난 1년간 기부 외에는 주식을 일절 팔지 않았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도 시시때때로 확고히 밝힌다. 여기까지는 아름다웠다. 여느 총수와 다른 모범적인 행보로 귀감이 되었다. 카카오의 2대 주주이자 김 의장이 100% 지분을 가진 ‘케이큐브홀딩스’가 꼼꼼한 절세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26일 ‘한겨레’는 케이큐브홀딩스의 2019년 매출은 4억 원인 반면 급여는 14억 원을 지출하는 등 비용이 매출의 6배의 달하는 사실, 그리고 김 의장의 두 자녀가 이 회사에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사내이사인 김탁흥씨를 제외한 전 임직원 5명 중 4명이 모두 가족이었고, 빌딩의 소유주인 김 의장은 자신이 만든 회사로부터 임차료를 1억 5천만 원 받고, 특수관계인임에도 공정위에 보고 및 공시를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두 자녀에게 카카오를 승계하기 위한 우회의 경로로 쓰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경영권이야 안 줄 수 있지만, 김 의장이 ‘소유권’을 주지 않는다는 말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게다가 김 의장이 카카오로부터 배당금을 바로 받으면 40%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케이큐브홀딩스가 배당을 받고 김 의장이 급여를 받는 방식을 택하면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내지만 사실상 배당금에 대한 세금은 낼 필요가 없게 된다. 매입이 매출보다 6배나 많은 ‘적자 회사’니 법인세도 0원이다.

사실 김 의장처럼 별도의 법인을 내고 그 법인을 통해 승계작업 및 절세하는 방식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어느 정도 큰 법인회사들은 대체로 정체 모를 회사가 2대 주주로 자리를 하고 있다. 이 2대 주주는 ‘당연히’ 창업주와 그 가족으로 구성된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다. 주로 ‘실물’이 필요 없는 상담, 컨설팅 등의 명목으로 업종등록이 되어 있다.

‘아까운’ 증여세를 피하고 실권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승계가 이뤄지도록 한다. 가족 법인의 강력한 존재가 회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 뒤에 실소유주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바뀌든 말든 겉으로 보기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케이큐브홀딩스 역시 ‘경영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으로 등록돼 있다. 씁쓸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아쉬운 것은 이 ‘스캔들 아닌 스캔들’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라는 데 있다. PC방 사장에서 굴지의 대기업 의장 자리에 올랐을 때, 수많은 ‘보통’ 사람은 김 의장에게서 희망의 키워드를 발견한다. 꼭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더라도 실력과 노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됐다. 빈부 격차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특히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결혼도, 취업도 포기하고 염세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는 요즘 김 의장의 성공 스토리는 일종의 신화가 됐다.


김 의장이 무슨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국가가 정해놓은 각종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는 흔적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상 자녀를 위한 전용 ‘교습소’를 차려놓고 회사가 돈도 대주고 건물도 대준 꼴이다. 이는 보기에 따라서는 회사의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가 붙을 수도 있다. 공정위나 시민단체가 고발할 수도 있다.

김 의장은 이번 보도가 억울할 법도 하다. 투명하게 고마운 가족에게 주식을 비싼 값에 증여했고, 경영하고 급여를 받고 배당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식 보유 가치만 9조가 넘는, 주식 가치만 따지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보다 더 부자인 김 의장이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세금을 아껴야 했는가 하는 질책으로부터는 자유롭기 어려울 듯하다. 카카오톡은 물론 게임, OTT 등 감성적 콘텐츠로 젊고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온 회사에도 오너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김 의장은 ‘라이언 닮은 아저씨’로 포지셔닝하며 자신을 친근하고 인간적인 이미지로 연출해 왔다.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세금 스캔들에 휘말리면 그 타격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올 수 있다. 당장 김 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당장 케이큐브홀딩스를 정리하면 세간의 의혹을 인정하는 꼴이고, 지금처럼 언론에 자주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내면 뻔뻔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하다.

김 의장은 이번 보도 이후 공식 석상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 주변 측근도 그렇게 조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가 가진 재산은 무럭무럭 자라겠지만, 정작 김 의장이 그동안 보여줬던 ‘건강한 영향력’은 그 힘을 많이 바랠 듯하다. 스타트업의 대부와 같은 존재에게 발생한 어찌 보면 뻔한 스캔들 때문에 청년은 소중한 멘토 하나를 잃을지 모르겠다. 동시에 그 누구의 성공 신화도 믿을 수 없게 됐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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