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韓 상륙, 내년 상반기 예고
스포티파이 韓 상륙, 내년 상반기 예고
  • 김신강
  • 승인 2020.12.20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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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0일] - 작년 초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이 드디어 공식화됐다. 18일 스포티파이는 2021년 상반기 내 국내 서비스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정확한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본사가 공식 입장을 밝힌 만큼 이용자들의 숙원이 마침표를 찍을 듯하다.

2008년 설립한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3억 2천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기업 가치는 300억 달러(34조)를 넘는다. 보유 곡만 6천만 곡 이상이며, 스포티파이의 성공을 이끈 플레이리스트는 40억 개가 넘는다. 카페나 거리에서 낯선 음악이 들려 찾아봤을 때 국내 음원 사이트에 없는 곡들은 대부분 스포티파이에서 찾을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이용자 개인의 취향에 맞춰 매일 새롭고 신선한 곡을 들려주는 ‘데일리 믹스’로 큰 성공을 거뒀다. 애플의 ‘아이튠즈 라디오’, 멜론의 ‘유사곡’, 벅스의 ‘라디오’ 등 유사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부가서비스의 수준이고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취향을 찾아주는 일에 실패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실패는 애플 뮤직, 아마존 뮤직 등 경쟁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유료 사용자의 재생목록이나 커뮤니티가 만들어 낸 플레이리스트에 의존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개인 취향에 대한 분석 없이 남들이 적당히 추천해 놓은 리스트를 사용자가 골라야 하니 당연히 ‘맞춤형’이란 말이 애당초 성립할 수 없다. 멜론이나 지니 등 국내 서비스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AI를 통한 추천 알고리즘의 정확도 향상에 서비스의 사활을 걸고 있다. 2013년에 음악 추천 앱 ‘투니고’를 사들였고, 음원 데이터 분석업체 ‘에코네스트’,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시드사이언티픽’, 인공지능 기반 음악 추천 스타트업 ‘닐랜드’, 콘텐츠 추천 기업 ‘마이티 TV’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데이터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난 2014년 뿌린 씨앗 거두는 스포티파이


한국 사용자들은 스포티파이를 이용할 수 없었지만 정작 스포티파이는 케이팝 열풍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홍보를 해왔다. 지난 2014년 케이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처음 선보였고, 스포티파이 플랫폼상 케이팝의 이용자 청취 비중은 2,000% 이상 증가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스포티파이 이용자들로부터 1,800억 분 이상 스트리밍되었고, 1억 2천만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오늘날 케이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는 러시아, 인도, 브라질, 중동 등을 포함해 전 세계 64개국에 현지화되어 있다.

방탄소년단 뷔의 스포티파이 팔로워가 200만 명을 넘기고, 같은 팀 멤버 지민의 솔로곡이 스포티파이에서 1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국내 언론에 도배될 정도로 스포티파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지만, 사용자들의 가장 큰 관심이었던 한국 음악들의 ‘온전한’ 스트리밍이 가능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관계자 역시 “상호 협력 및 협의를 통해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약 상황이나 출시 시점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그간 유학생들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VPN 등으로 ‘힘들게’ 이용하던 사용자들 입장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국내 가요에 대한 충성도가 절대적인 한국 시장에서 한국 음원을 온전히 들을 수 없다면 반쪽짜리 서비스가 될 확률이 높다. 애플뮤직이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어느덧 4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한국에서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도 결국 음저협, 카카오 M 등 주요 음원 보유 기관 및 업체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뮤직 역시 보유 음원이 6천만 곡 이상으로 스포티파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스포티파이와 방식은 다르지만, 애플뮤직 역시 큐레이션에 공을 많이 들여서 해외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데, 한국에서 애플뮤직을 이용한다고 하면 ‘특이한 음악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 취급당한다.

스포티파이 역시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VPN까지 써 가며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어차피 아이유의 음악을 스포티파이에서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결국 마이너다.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결국 한국 음악을 온전히 들려줘야 한다. 스포티파이의 자랑인 개인화는 그다음 문제다.

#국내 서비스와 경쟁구도, 관건은 이동통신사


국내 경쟁 서비스들은 시기의 문제일 뿐 스포티파이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선해가고 있다. 카카오 멜론과 네이버 바이브는 순위 표기를 없애고 차트 집계 기준을 변경해 개인화 서비스에 점차 주력하고 있다.

멜론은 차트 밖 음원을 알아서 추천하는 ‘라이징31’을 신설했고, 바이브는 상단 메뉴를 ‘나를 위한 믹스테잎’, ‘내 취향 플레이리스트’로 구성하고 UI 및 UX도 스포티파이와 상당히 유사하게 디자인했다. KT가 서비스하는 지니뮤직은 지난 10일 음악 추천 서비스를 333가지의 색으로 표현한 ‘뮤직컬러’를 론칭했다.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큐레이션 기능이 약한 편이었는데, 장르나 분위기, 감정 등의 요소로 세밀히 분석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수하며 스포티파이보다 훨씬 앞서 ‘스포티파이스러운’ 수익 모델을 가져가려 했던 벅스는 일찍이 추천 기능에 몰입해왔다. 이미 지난 2019년 선보인 벅스 5.0에서 ‘뮤직 4U’를 선보이며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줬다. 오래된 만큼 음악을 골라주는 큐레이터의 전문성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시장 점유율은 통신사를 등에 업은 경쟁사들에 지속해서 밀리고 있다. 이런 부분 역시 스포티파이의 한국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다. 어쨌든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기대는 된다. 애플뮤직이 한국에 들어올 때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OTT로 치면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수준이고, 천편일률적인 ‘TOP 100’에 지쳐가던 한국 사용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비스의 미래가 ‘개인화’에 있다는 사실은 이제 좀 촌스러운 말로 들릴 정도로 당연한 과제가 됐다. 광고에 지친 사용자들은 정확한 추천에 목말라 있다. 페이지 롤링까지 귀찮아진 시대에 쇼핑도, 영화도, 음악도 ‘떠먹여 주기를’ 원한다. 쿠팡이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 앞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로켓배송의 위력이 크지만, 구매 이력이나 아이쇼핑 경로를 바탕으로 친절히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국내 회원 수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음에도 왓챠가 버텨내는 것은 넷플릭스 대비 추천 기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오늘날 모든 동영상 서비스를 정리하고 최강자가 된 것은 섬뜩할 정도로 뛰어난 맞춤형 동영상 제안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음악 서비스는 단순히 취향을 떠나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기분에 듣고 싶은 음악이 달라질 수도 있고, 혼자 있을 때 듣는 음악과 친구들과 있을 때 듣는 음악이 다를 수 있고, 공부할 때 듣는 음악과 놀 때 듣는 음악이 다를 수 있는 등 엄청난 외부 요인이 작용해 정말 추천이 어려운 분야다. 그 최강자가 내년에 국내에 온다.

개인적으로는 스포티파이의 성공 여부를 떠나,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이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음악들이 들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처음 듣는 순간 취향에 꼭 맞아 즐거운 기분을 느껴본 지가 오래됐다. Top 100의 지배는 그런 기분을 느낄 기회를 많이 박탈했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 논란 등 불편한 소식이 많았던 스트리밍 업계에 신선한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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