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스포티파이 완승, 카카오M 음원 전세계에서 듣는다
사실상 스포티파이 완승, 카카오M 음원 전세계에서 듣는다
  • 김신강
  • 승인 2021.03.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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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11일] - 글로벌 뮤직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와 한국 음원보유 1위 기업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M)이 11일 극적으로 음원 제공에 합의했다. 지난 1일 스포티파이가 전 세계에 유통되던 카카오M의 음원을 중단한 지 정확히 열흘 만이다.


이번 라이센싱 재계약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 그간 애플뮤직의 경우 카카오M과의 계약에 실패해 한국에서는 아이유, 지코, 임영웅 등의 음원을 들을 수 없었지만, 스포티파이가 최초로 계약에 이르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해당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의 글로벌 라이선싱 체결은 향후 애플뮤직, 아마존 뮤직을 비롯한 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 듯 하다. 멜론을 서비스하는 시장 지배자로서 카카오는 그간 음원 서비스 계약에 극도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이번 계약으로 카카오는 세계 시장에 자사 음원을 배제시킬 명분을 사실상 잃게 됐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은 각자의 보도자료를 통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으며 전 세계에서 7천만 곡의 카카오M 음원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지만, 이번 사태는 사실상 스포티파이의 완승으로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지난 2월 한국에 스포티파이가 정식으로 출시되면서, 지니뮤직 등 다른 음원사와는 모두 계약한 반면 카카오M의 음원은 한국에서 들을 수 없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카카오가 그럼 그렇지’ 하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됐다. 한국 전체 음원의 35% 이상을 보유한 카카오M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한국 내 확산을 경계한다는 것을 이미 일반 소비자들도 다 눈치채고 있었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도 무관심하고, 오래도록 공고히 다져 온 음악저작권협회와 음원 서비스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좌절감이 팽배했기 때문에 그저 관망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래도 전 세계 1위 서비스라는 스포티파이였기 때문에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은 카카오M도 음원을 풀어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 1일 스포티파이 한국에 카카오M 음원이 들어오기는커녕 다른 모든 국가에도 카카오M 음원이 중단되자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골자였다. 그나마 작은 한국 시장의 불만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전 세계 누리꾼들은 자신들의 SNS 계정 등을 통해 ‘#Kakao_out” 등의 해시태그를 내걸고 카카오를 압박했다.

유명 아티스트인 타블로도 “왜 이런 갈등이 일어나면 피해자는 아티스트와 팬이 되어야 하는가”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현아, 제시 등은 아예 카카오M의 해외음원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유통사와 계약해 스포티파이에 자신들의 음원을 싣는 데에 이르렀다.

스포티파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면 월드와이드 스트리밍 순위가 떨어지고 수익도 감소한다는 객관적인 ‘사실’에 카카오가 결국 백기를 든 모양새다. 스포티파이가 설마 하니 한국 시장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자신들의 음원을 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이번 스포티파이와 카카오M의 짧지만 강력했던 전쟁은 음원 유통의 헤게모니를 저작권자에서 유통사로 이동시킨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협회가. 기업이 아티스트를 위하는 척 저작권 그늘에 숨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던 시장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역시 철저히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 서비스다. 그러나 창작물을 만든 아티스트의 보상을 최대로 잡고, 아티스트들과 협의하며 서비스를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는 음저협을 비롯한 단체들이 아티스트들을 볼모로 잡고 각종 서비스를 제한하는 식으로 확장을 막아왔다.

서태지가 음저협에서 자신의 음원을 모두 빼버리고 직접 관리하고 있는 것은 상징적인 사례였다. 서태지쯤 되어야 직접 관리가 되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협회와 기업들은 손쉽게 그들의 이익을 취해왔다.

이번 스포티파이와 카카오 간 글로벌 라이선싱 체결로 보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해외로 자유롭게 나가고, 다양한 협업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멜론을 써야 하는’ 소비자들은 지쳤다. 기업들도 자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역시 영화나 드라마처럼 음악의 확장성에도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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