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도 돈이 된다. 스타트업 ‘불편함’을 인수한 인사이트랩, 왜?
불편함도 돈이 된다. 스타트업 ‘불편함’을 인수한 인사이트랩, 왜?
  • 김신강
  • 승인 2021.02.09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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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09일] - 청년 취업의 어려움과 코로나19의 장기화가 더해지면서 역설적으로 창업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창업은 전년도 대비 13.3% 증가해 2분기 8.1%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20대 창업은 전년도 동기간 대비 무려 30% 이상 늘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창업을 국가적으로 독려하고 창업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분위기가 자리 잡힌 이스라엘이나 미국과 달리 분명히 우리나라는 긍정적으로만 볼 지표는 아니다. 공무원 응시 경쟁률이 세계 최고이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심하면 몇 년을 재도전하는 이도 많은 분위기는 이 나라 청년들이 얼마나 ‘안정성’을 지향하는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대면 근무는 코로나 이후에도 더 많아질 것이고, 업무 자동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현업에서 ‘사람’이 필요한 분야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취업 시장이 지금보다 좋아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과거의 ‘질 좋고 편한’ 일자리는 그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창업은 취업이 안 되어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선택이 아닌,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이 어릴 때부터 선행되어야 하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 보통 청년들이(꼭 청년이 아니라도)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는 요즘 유행하는 것이 ‘어떤 것이라서 이걸 팔면 잘 된다더라’ 하는 식의 유통의 관점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불편을 찾아내 이를 개선하고 해결하는 것이 동기가 된다.

‘에어비앤비’는 천편일률적인 호텔 중심의 여행용 객실을 벗어나 실제로 그 지역에서 사는 주민의 집에 묵으며 문화를 간접 체험하고 가격도 싼, 여행에서의 혁신을 일궈냈고, ‘우버’는 주먹구구식 택시 문화를 서비스화, 자동화시켜 사용자들의 불만과 불편을 크게 해소했다. ‘구글’도 처음에는 제대로 된 검색 서비스가 없는 것이 ‘불편해서’ 시작됐고, ‘카카오톡’은 문자 서비스가 비싼 것이 ‘불편해서’ 시작됐다.

이처럼 비즈니스의 시작은 ‘불편’의 발견이 그 시발점이 된다. 작은 불편이라도 많은 사람이 불편하면 돈이 될 ‘가능성’이 생기고, 그 가능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순간 ‘성공’으로 이어지는 어찌 보면 단순한 공식이다.

막연하게 조직 생활이 맞지 않아서, 혼자 모든 것을 갖고 싶어서, 내성적이어서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보통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불편’에 대한 오랜 고민이 없고 해결에 대한 깊은 혜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업은 ‘도피’이지 ‘당위’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의 불편을 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8년 8년 출시한 서비스 회사 ‘불편함’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공유하면 돈을 주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자신이 느낀 불편함을 공유해 그 불편함이 해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림과 동시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토큰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은 간접적으로 FGI(Focus Group Interview) 조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불편함에 로그인하면 연령대별, 성별, 지역별로 앱이나 음식점, 치약이나 쓰레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의 불편함이 올라와 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글은 상단에 올라가고 그만큼 받을 수 있는 토큰도 늘어난다. 누군가의 불편함은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된다.

지난달 8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사이트랩’이 ‘닛픽’이 운영하던 ‘불편함’을 전격 인수하면서 화제가 됐다. 닛픽은 불편 경험 후기 제공 서비스를 통해 앱 출시 만 2년여 만에 첫 엑시트에 성공한 것이다.

‘프로 불편러’라는 말이 세간에 낯설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수많은 불편을 호소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불합리한 갑질을 일삼는 고객도 있지만 정당한 비판과 제안은 기업에 서비스 개선을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되고 성공을 위한 전환점이 되는 경우도 많다.

닛픽은 사소한 불편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키(열쇠)가 되기도 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매출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불편함을 구독하다 보면 예비 창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소중한 보고(寶庫)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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