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의장, 통 큰 기부 … 이미지 달라질까?
카카오 김범수 의장, 통 큰 기부 … 이미지 달라질까?
  • 김현동
  • 승인 2021.02.0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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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08일] - 가난한 흙수저 출신이던 청년은 굴지의 기업 소유주가 됐다. 동시에 자수성가로 수조 원에 달하는 부를 축적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모든 청년의 우상이 되었고 그 마인드는 존경받았다. 스마트폰에 하나씩은 기본으로 깔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개발한 기업 카카오 김범수 의장 이야기다. 물론 케이큐브홀딩스 구설수가 터지기 직전까지만 딱 그랬다.

그랬던 것에서 지금은 여느 재벌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연일 메아리 치고 있다. 실제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어떠한 해명도 대응도 없이 함구 중이다. 카카오 측은 도마 위에 오른 회사는 단지 김 의장 개인 회사라는 점에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카카오를 지배하는 구조인 데다가, 임직원이 김 의장의 자녀라는 점에서 사실상 승계작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김 의장의 지분은 계속 줄고 있다. 논란이 터지기 직전까지 가족 등 친인척에 약 15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했고, 다양한 이유로 기부도 앞장섰다. 8일에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구체적 액수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김 의장의 지분 100%인 논란의 회사 케이큐브홀딩스를 포함 총 10조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약 5조 원 상당으로 추산했다. 결단만 본다면 응당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김 의장의 이 같은 결단을 지켜보는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다. 게다가 시기도 케이큐브홀딩스에 두 자녀가 재직 중이라는 논란에 불씨가 당겨진 직전인 데다가 코로나 특수로 회사 매출이 급상승한 것도 따가운 시선이 예고됐다. 정치권에서 연일 이익공유제를 두고 가타부타하는 와중에 IT기업은 최대 실적을 앞두고 있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대상 1호가 될 확률이 높은 카카오가 자진 납세하는 모습이 달가울 리 없다.

그렇다 보니 김 의장의 긴박한 선택은 연일 이어지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회사에서 보내는 따가운 눈총을, 정치권에서 보내는 신호에 제스처를, 청년이 보내는 실망감에 대한 보상 성격이라는 풀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 여전히 김 의장은 카카오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지닌 2대 주주인 데다가 지배회사의 실소유주다.

그리고 그 회사에 친인척은 여전히 임직원으로 굳건하다. 물론 김 의장이 보인 모습이 비난받을 행동은 아니다. 여느 대기업이 같은 길을 걸었고, 창업주로서 회사를 대물림하려는 형태가 한국적인 문화에서는 당연하게 통한다. 당장이라도 두 자녀에게 대물림을 하겠다고 주장한 들 그릇될 이유는 없다. 문제가 됐다면 지금까지 안 그럴 것처럼 행동했고, 그 신념 하나가 존경의 시발점이라는 거다.


언젠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공식석상에서 만났던 일화가 떠오른다. 당시만 해도 노란색 명함을 주고받을 정도로 비교적 평범한(?) 모습이었는데 단지 창업이 좋아서 창업에 푹 빠져 회사를 설립한 기업 오너를 연상케 했다. 당시의 분위기와 지금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지금은 권위와 독선에 가득 차 외부의 질문에 어떠한 대답도 없고 행동도 마찬가지며, 속내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 경영자.

대기업 총수라면 으레 보이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래는 김범수 의장이 8일 사내 메시지로 보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크루여러분, 브라이언입니다.

새로 생긴 크루전용 소통채널에 첫 콘텐츠를 보내게 되어 부담도 되고 영광스러운 마음도 있네요. ^^

지난 1년은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예상보다 변화가 심하고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이런 시기에도 의미있는 성장을 이끌어내 주신 크루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이 강화되는 상황과 급격한 기술 발전이 겹쳐지면서 세상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빠르게 진입하였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는 이번 변화의 물결은 세상을 어느 곳으로 이끌고 갈지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이 시기에 이루어 온 것에 안주하지 않고 어떤 도전을 해 나가야 할까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공동체의 리더분들과 크루분들이 함께 답을 찾아가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도 지난 3월에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드린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중에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이지만,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플랜은 크루 여러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드리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점점 기존의 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아지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만간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크루간담회도 열어보려고 하니 그때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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