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지그재그 인수 ‘1020 쇼핑 고객 겨냥’
카카오, 지그재그 인수 ‘1020 쇼핑 고객 겨냥’
  • 김신강
  • 승인 2021.04.1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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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14일] - 2000년대 초중반부터 스타일난다, 임블리, 11am 등으로 대표되는 동대문 기반 쇼핑몰 신화는 최근 몇 년간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인플루언서의 급증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급증, 직구 문화 정착 등으로 하향세를 겪었다.

구매자가 동대문 쇼핑몰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불투명한 시장 구조의 탓이 컸다.

비슷비슷한 제품이 수 십에서 수 백 곳에 팔리고, 저마다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은 가격에 민감한 1020 고객의 피로도를 높였고, 차라리 정찰제를 추구하는 무신사, W컨셉 등의 디자이너 편집숍을 찾아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K-패션’의 모태로 불리는 동대문 시장은 분명히 매력이 있다. 품질 대비 그래도 낮은 가격, 하루에도 쏟아지는 수 십 종의 신상 제품은 자라나 H&M과 같은 패스트패션의 속도를 압도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에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사용자에게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IT 산업 성공의 가장 표준적인 모델이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많아 성공하기는 어렵다. 배달의민족, 직방 등의 성공 역시 정보를 모으는 것이 사업의 출발점이다. 동대문 옷 시장처럼 표준화된 정보가 없고 산재된 시장은 정보를 모으기가 더 힘들다.


지난 2015년 시작한 ‘지그재그’는 동대문 의류시장을 IT에 접목해 여성 쇼핑몰을 한 곳에 모으고 직관적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제시해 사실상 최초로 성공한 비즈니스다. 4,000개 이상의 쇼핑몰이 입점해 있고, 2019년 거래액은 6,000억 원에 달한다. 후발주자인 ‘에이블리’, ‘브랜디’와 함께 쇼핑 비교 애플리케이션의 이른바 ‘빅 3’ 중 하나다.

기성세대에게는 아직 낯설 수도 있는 지그재그는 1020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쇼핑앱 중 하나로 굳건한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13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그재그는 10대에서 3위, 20대에서 2위를 차지했다.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쿠팡이 1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20대에서는 가장 많이 쓰는 쇼핑 앱인 셈이다. G마켓, 11번가 등의 대표 오픈마켓 서비스는 지그재그에 뒤졌다.

이런 와중에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 인수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인수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포털, 웹툰, SNS 등 네이버가 하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와 경쟁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카카오였기 때문에 매물로 나왔던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았지만, 카카오의 선택은 지그재그였다. 지그재그의 기업 가치는 약 1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카카오는 14일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을 별도로 분할해 크로키닷컴과 합병, 7월 1일 별도의 법인을 출범한다. 새 법인은 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대표는 현재 크로키닷컴의 서정훈 대표 현 체재 그대로 변함없이 유지된다.

대표가 변경되지 않는다는 것은 카카오가 지그재그의 경영 및 운영 방식을 인정했다는 뜻이 된다. 지그재그는 새 주인을 맞아 기존 시스템을 유지한 채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됐다.


지그재그에 처음으로 가입하면 마치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처럼 좋아하는 스타일을 3개 이상 정하고, 키와 몸무게 등 신체 스펙을 입력한다. 그러면 지그재그가 사용자에게 적합한 입점 몰을 추천해주고 고객의 구매 히스토리가 쌓일수록 추천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방식이다.

인기순, 연령별, 스타일별로 여성 쇼핑몰 또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지그재그의 방식은 경쟁 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카카오가 지그재그 인수를 결심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제트(Z) 결제’도 큰 영향을 줬다.

지그재그의 간편결제 방식에 익숙한 사용자에게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붙였을 때의 부가수익이 가능한 부분이다. 또한 카카오페이 서비스에 지그재그가 붙는 형태가 되면 선물이나 이벤트 등 다양한 카카오톡 부가서비스도 가능하다.

젊은 사용자가 G마켓이나 옥션, 11번가 등의 기존 오픈마켓을 점차 외면하고 쿠팡으로 몰리는 현상도 이번 카카오의 인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카카오는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이 2%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당장의 시장점유율을 국내 2~3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카카오의 선택은 미래 주요 고객을 잡는 쪽으로 맞춰졌다.

와이즈앱의 발표 자료에서 본 것처럼, 오픈마켓 사용자는 줄어드는 반면, 여성 쇼핑몰 앱은 사용자 수나 다운로드 수, 체류 시간 등에서 오픈마켓을 압도하는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반짝 현상이 아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10대나 20대에게 “옷 어디서 나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지그재그나 에이블리를 언급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카카오가 쿠팡이나 네이버 등 기존 오픈마켓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카카오메이커스나 톡딜 등을 통한 ‘발견형’ 쇼핑으로 특화하는 움직임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이유 역시 지그재그의 인수와 맞닿아 있다.

최근 카카오톡에는 ‘쇼핑’ 탭이 추가되어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쓰는 카카오톡에서 쇼핑을 직관적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지그재그가 편입되면 1020들이 더욱 쉽게 다양하고 저렴한 의류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는 관계형 쇼핑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고, 지그재그는 이러한 관계형 쇼핑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카카오와 지그재그는 단순히 기업 가치를 떠나 미래 쇼핑의 방향성에 대한 가치관이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향후 네이버나 쿠팡 등의 경쟁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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