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한국 출시 임박 … 위기의 IPTV ,경쟁력 키워야
디즈니플러스 한국 출시 임박 … 위기의 IPTV ,경쟁력 키워야
  • 김신강
  • 승인 2021.03.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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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30일] - 콘텐츠 산업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한국 상륙이 임박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사장은 지난 23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획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미 디즈니는 작년까지 넷플릭스, 왓챠 등 경쟁사 OTT에 서비스하던 자사의 콘텐츠 대부분을 중단했다. 국내에 공식 진출하기 전 라이선스 계약을 서둘러 종료하며 올해 출시를 사실상 암시하는 부분이다. 서비스 계획이 없는데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것이 분명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단할 이유는 없다.


통신 3사의 디즈니플러스 유치 경쟁 소식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이미 넷플릭스를 KT, LG에 내준 SK는 이번에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5일 주주총회 후 “디즈니 쪽에서는 웨이브를 경쟁상대로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SK가 이사회에서 웨이브에 1천억 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디즈니플러스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지난 1월 디즈니플러스가 LG, KT와 제휴를 맺었다는 오보가 다량 생산되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제휴를 맺은 곳은 없다. 양사 중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한 곳을 선정하기 위해 디즈니플러스가 공식적인 한국 진출 시점을 미루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신사가 디즈니플러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보는 배경에 디즈니라는 이름이 주는 강력한 영향력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에 처음 출시한 이후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디즈니플러스는 전 세계 가입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달성했다. 사실상 넷플릭스의 유일한 맞수로 꼽힌다.

아마존프라임, 애플TV와 같은 기존 서비스는 물론 HBO 맥스, 피콕, 파라마운트플러스 등 신규 OTT도 줄줄이 출시되고 있지만, 인지도나 콘텐츠의 양과 질, 자본력 등에서 디즈니 적수가 되기에는 밀린다. 이미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8,000여 편에 달한다. 넷플릭스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1,000편 남짓이다.

이에 견주어도 디즈니가 무려 8배 더 많다.

닌텐도가 부족한 하드웨어 요건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가족 기반의 캐주얼 게임을 시종일관 밀고 나간 정체성 때문이다.

디즈니 역시 많은 추억을 가진 ‘가족 콘텐츠’의 역사는 기성세대 사이에서 견고한 경쟁력이다. 유년 시절 미키 마우스, 신데렐라, 정글북과 함께 보낸 지금의 50대 이상이나, 마블과 픽사와 동 시기를 보낸 현 20대와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은 대적 상대가 없다.

물론 일부는 “그거 이미 다 본 거 아니냐”며 디즈니플러스의 파급력을 평가절하하는 이도 있지만, 당장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블 기반의 ‘완다 비전’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해서 쏟아질 것을 감안해야 한다. 기존 콘텐츠는 디즈니의 골수팬이라면 ‘당연히’ 구독을 시작해야 할 이유가 되며, 새로운 콘텐츠 구독을 유지해야 할 이유도 된다. 미디어 전문가가 아니라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방향성이다.

디즈니플러스를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소울’ 등 애니메이션 중심의 가족 콘텐츠로만 보면 힘이 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디즈니는 성인을 위한 ‘훌루’도 함께 서비스해 넷플릭스 충성 사용자까지 포괄할 힘도 지녔다.

디즈니가 미국에서 서비스할 때 요금은 흔히 월 $7.99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훌루 및 ESPN을 같이 보지 않는 기본 요금제이고, 이들을 함께 감상할 때의 요금은 현재의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 수준이다.

물론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이 공식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훌루까지 같이 들여올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저작권 문제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훌루까지 들여와 성인 콘텐츠 감상도 가능해지고 요금도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다면 넷플릭스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건 뻔한 수순이다.

IPTV와 달리 OTT는 배타적인 서비스는 아니다. 어느 한 곳을 이용하면 다른 한 곳을 반드시 끊어버리는 형태는 아니라는 의미다. 국내 사용자 역시 넷플릭스와 웨이브 또는 티빙을 함께 구독하는 사용자가 많다. ‘모바일 인덱스’의 국내 OTT 앱 시장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왓챠 사용자의 넷플릭스 중복 사용률이 65.5%에 달할 정도다.

디즈니플러스가 온 가족을 위한 맞춤형 OTT 서비스로 한국에 진출한다면 넷플릭스나 왓챠와는 별개의 확장성을 갖게 될 것이라 보는 이유다. 훌루의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디즈니만의 영역은 확실히 갖고 간다는 뜻이다.

통신 3사가 눈에 불을 켜고 디즈니 제휴를 외치지만, 경쟁력 있는 OTT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어쩌면 가장 먼저 해지할 대상이 IPTV가 될 수도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은 단순히 OTT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미디어 구독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단지 엄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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