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의 만남 메타버스, 미래가 현실이 되다
현실과 가상의 만남 메타버스, 미래가 현실이 되다
  • 김신강
  • 승인 2021.01.1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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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9일] - 작년 11월 17일 SM엔터테인먼트는 ‘레드벨벳’ 이후 6년 만에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무대에 올렸다. 2000년대생 4명의 멤버로 구성된 것까지는 기존 걸그룹과 흡사하나, 특이한 점 하나가 두드러졌다. 현실 멤버에 대응하는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가 한 무대에서 그룹으로 활동을 알렸다. 현실과 가상의 조화로 구성한 걸그룹은 첫 시도다.


무려 23년 전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을 통해 아바타 세계관 실험을 접했기에 생소한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 멤버와 가상 멤버가 서로 춤 연습을 하고, 노래하고, 대화를 나누며 어울리는 모습은 이른바 기술의 진화 레벨이 현실에 파고들어도 먹힐 정도의 단계에 올랐음을 암시한다.

이른바 ‘부캐’가 익숙한 10대에게 제대로 먹혀드는 모습이다. 에스파는 17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 데뷔곡 ‘Black Mamba’로 1위에 올랐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단 두 달 만에 유튜브에서 조회 수 1억 회를 찍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백만 명이 넘는다. 게다가 방송 출연 없이 이뤄낸 성과다. 물론 SM엔터테인먼트의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이 투여됐겠지만, 아이돌조차 AI가 대체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는 세계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업계는 ‘메타버스’가 앞으로의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현실판이 머지않았다. 지난 2045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속의 모습이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열리고 있다.

오늘날 미국 10대들이 가장 시간을 많은 보내는 곳은 유튜브가 아니다. 샌드박스 오픈 월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다. 미국 16세 미만의 55%가 가입돼 있고 유튜브 대비 2.5배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로블록스 열풍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가 가장 많이 접속한 게임 3위도 올랐고, 사용 시간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워너브러더스는 무려 5조 7천억 원을 투자하며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예고했다.

더구나 단독 게임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접속하면 수많은 게임을 선택할 수 있는데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자신만의 집을 꾸미고, 가족을 입양하기도 하고, 경찰이나 도둑의 삶을 살기도 하고, 나만의 배를 만들어 출항하기도 하는 등 가상의 ‘나’가 온갖 활동을 벌인다. 월 1억 명의 사용자가 몰려 놀이동산을 만들고 전투를 벌이고 가상화폐로 거래도 일어난다. 가상현실이 더는 가상이 아니게 됐다.

작년 9월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는 증강현실 아바타 앱 ‘제페토’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다. 블랙핑크가 아바타 팬을 만나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는 방식인데, 총 2억 명의 회원 가운데 5천 만 명이 몰렸다.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는 전 세계에서 무려 3억 5천만 명이 즐긴다. 제작사 에픽게임즈와 애플 간의 수수료 분쟁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바로 그 게임 역시 각각의 아바타가 주인공이 되어 한 공간에서 게임을 펼치는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서 인기 가수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이 공연을 했다. 바로 포트나이트 콘서트장, 즉 게임 안에서 말이다. 무려 1,230만 명의 아바타 즉, 사용자가 몰려 공연을 즐겼다. 유료로 진행된 이 공연의 매출은 약 2천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20억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작년 10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연 BTS(방탄소년단)도 1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5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린 바 있는데, 그들 역시 빌보드 1위에 빛나는 ‘Dynamite’의 안무를 포트나이트의 가상공간 ‘파티로열’에서 처음 공개했다.


인공지능(AI)이 미래 먹거리라는 전망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단순히 업무가 자동화되고 로봇이 개발되고, 쇼핑을 비롯한 일상에 최적화된 개인화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수준은 오래전에 넘어섰다. 그리고 2021년에는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인공지능을 앞지를 전망이다.

다국적 기업은 이미 메타버스라는 ‘고속버스’에 탑승했다. 루이뷔통은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입점해 루이뷔통 디자인의 스킨을 판다. 현실에서 루이비통을 입을 수 없는 이라도 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게임 아바타에 루이비통 옷을 입히고 루이비통 문양이 입혀진 무기를 얻을 수 있다.

발렌티노와 마크 제이콥스는 닌텐도의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자사 신상품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오프라인 패션쇼를 열 수 없게 되자, 게임에서 신상품을 미리 만나게 하는 묘수를 펼쳤다. 은근히 살아있는 디테일은 모동숲 유저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실제 제품이 공개되기를 기다리는 호기심을 유발했다.

이토록 에스파의 가상 캐릭터나 명품 브랜드의 가상 의류나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사용자를 한 공간에 모은다. 가상 세계가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마케팅 공간으로도 탈바꿈되고 있다. 일명 ‘소유’보다 ‘경험’이 중시되는 미래 세대의 가치관과도 부합한다. “내가 입지도 못하는데 게임 속 루이비통이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은 이제 과거지사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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