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닌텐도 스위치 OLED 버전 등장 … 자신감인가 오만인가
[이슈+] 닌텐도 스위치 OLED 버전 등장 … 자신감인가 오만인가
  • 김신강
  • 승인 2021.07.08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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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08일] - 지난달 개최된 최대 게임쇼 E3에서 닌텐도에 쏠린 관심은 크게 두 가지다. 닌텐도 스위치의 론칭작이자 최대 퍼스트파티 게임인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이하 야숨)의 속편에 대한 출시 정보가 나올 것인가? 그리고 팬들 사이에서 ‘닌텐도 스위치 프로’라 불리는 닌텐도 스위치의 후속 기종이 과연 출시될 것인가? 하는 것.

결론적으로 젤다 야숨의 속편은 새로운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2022년에 출시되는 것을 공식화했지만, 새 기기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았다. 닌텐도 스위치가 출시된 지 약 4년이 지났다는 점,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X와 같은 신형 콘솔이 출시된 점에서 어느 때보다 후속 기기의 출시에 대한 소문이 구체적이고 전방위적으로 나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김 빠진 E3 행사라는 평이다.


그러던 와중 사용자의 요구에도 계획이 없다며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꺼렸던 닌텐도는 지난 6일 기습적으로 ‘닌텐도 스위치 OLED’를 발표했다.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 출시 당시도 어떠한 이벤트 없이 보도자료 하나로 끝냈던 닌텐도다운 깜짝 발표의 연장선이다.

새롭게 등장한 닌텐도 스위치 OLED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처럼 디스플레이의 변화다. 기존 모델 6.2인치에서 7인치로 키웠고, 베젤의 크기를 확 줄였다. 실상 본체의 크기는 3mm 커졌기 때문에 체감으로 느끼는 휴대성의 변화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기존 LCD 디스플레이에서 OLED로 변경됨에 따라 명암비가 개선되고 높은 콘트라스트 구현, 리얼 블랙 표현이 가능해졌다. 본래 그래픽이 특출 난 게임기로 평가받아온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OLED 특유의 쨍한 화면은 체감적으로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요지다.

무게는 약 22g 늘었다. 체감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숫자는 아니지만 라이트 모델 사용자라면 민감하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 OLED가 기존 닌텐도 스위치를 대체하는 성격이기에 실제 판매량에 영향을 주겠지만, 라이트와는 타깃이 겹치지 않아 라이트 구매를 예정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이번 발표에 큰 의미를 둘 이유가 없다.


스탠드가 와이드 스탠드로 변경된 것도 주목할 변화다. 기존 스위치는 스탠드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고 조악한 작은 플라스틱에 불과해 거치하는 시늉만 할 뿐 내구성도 최악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거의 쓰지 않거나 애프터 마켓에서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빈번했다. 달라진 스탠드는 서피스 킥스탠드를 연상시킨다. 형태도 넓어졌기에 내구성이 한결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각도 조절까지 가능해 유명무실했던 테이블 모드 활용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유선 랜 포트가 추가된 것, 32GB에서 64GB로 저장 용량이 늘어난 것도 기존 모델과의 차이점이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전부다. 기타 차이점이 전혀 없다. 업그레이드는커녕 ‘옆그레이드’라고 불러주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프로세서다. 현재 판매 중인 닌텐도 스위치는 NVIDIA의 Custom Tegra, 즉 Tegra X1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프로세서는 지난 2015년에 출시됐다. 2021년형 닌텐도 스위치 OLED까지 장착된다면 2017년에 출시된 콘솔 기기와 2021년에 출시되는 콘솔 기기가 동일한 프로세서를 쓰게 된다.

애플이나 인텔이 매년 새 프로세서 기반에서 약 20~30%의 성능 향상을 추구한 것과 달리 닌텐도는 6년 전 설계를 여전히 최고라 여기는 형국이다. 물론 게임이 고사양을 요구하지 않고 회사가 최적화를 잘 해내는 편이지만, 여전히 프레임 드랍이 일어나 피로감을 일으키는 지적이 종종 제기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망스럽다.

해상도, 배터리 타임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OLED를 탑재했다고 한들 해상도가 HD로 구현되기 때문에 체감되는 화면의 차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배터리는 프로세서와 직결되기 때문에 기존과 차이가 없다는 것은 닌텐도가 Tegra X1을 그대로 쓴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쏠림 현상으로 논란이 많았던 조이콘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7만 원이 넘는 조이콘의 ‘악랄한’ 내구성은 닌텐도가 욕을 먹게 만든 주 요인이었다. 하지만 닌텐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똑같은 조이콘을 OLED 모델에도 적용했다. 디스플레이 변화와 뒤쪽 플라스틱 개선만 가지고 5만 5천 원의 가격 인상이 이뤄진 셈이다.

이토록 오만하기까지 해 보이는 닌텐도. 하지만 그러한 태도에는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애당초 스위치 구매자 상당수가 기기의 성능을 중요시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마리오, 젤다, 포켓몬, 스플래툰 등 오직 닌텐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막강한 퍼스트 파티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스위치가 필요했을 뿐.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는 닌텐도와는 성격이 아예 다르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닌텐도가 애써 기기의 스펙을 높여가며 고객을 ‘배려’할 이유를 무리수를 둬가며 찾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 2017년 이후 한 해도 멈추지 않고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며 누적 8,500만 대를 넘겼다. 기기의 스펙이 달라지면 그에 맞춰 기존 게임도 일일이 최적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번거로움 하나 없이도 잘 팔 자신이 있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따져보면 기존 스위치 사용자가 굳이 OLED 모델을 사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닌텐도는 그럼에도 판매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며, 실망스러운 새 모델의 스펙에도 불구하고 오는 10월에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 없어서 못 살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대체제가 없다는 것은 이렇게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닌텐도 스위치의 높은 콧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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