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간의 기다림, 닌텐도 다이렉트
500일간의 기다림, 닌텐도 다이렉트
  • 김신강
  • 승인 2021.02.18 2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02월 18일] - 2019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통제 조처를 한 후 들불처럼 일어난 불매운동. 분개한 우리 국민은 각종 일본 기업 목록을 배포하는 등 유례가 없는 길고 강한 기운이 일었다. 2019년 대일 무역적자는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불매운동 오래 못 간다”는 임원의 실언으로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며 최초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186개에 달했던 매장 수는 2월 현재 143개까지 줄어들었다. 자매 브랜드는 GU는 한국에 개점한 지 1년 8개월 만에 국내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일본 자동차는 21.5%에 달하던 점유율이 7.5%까지 쪼그라들었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아예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불매운동이 1년 반이 넘어가면서 다소 시들해지는 조짐도 있지만, 그와 관계없이 한국에서 승승장구한 분야가 있으니 바로 게임, 특히 닌텐도 스위치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링피트 어드벤처’ 등의 킬링 콘텐츠가 코로나 특수를 타고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된 것이다. 닌텐도 코리아는 지난해 2,30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9년 만에 2천억 원 대를 돌파했다. 2019년 4월~2020년 3월 매출로 코로나 직전 기간의 매출이니 그 이후로는 훨씬 더 높은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 ‘젤다’ 등 불멸의 킬링 콘텐츠를 앞세운 닌텐도의 힘은 강력했지만, 닌텐도 내부적으로는 부침이 많았던 한 해였다.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신작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매년 두 차례 이상 ‘닌텐도 다이렉트’라는 자체 행사를 통해 대대적인 신작 개발 정보를 공개하는 행사를 하는데, 작년에는 대폭 축소한 ‘미니 다이렉트’만 몇 차례 진행하고 공식 다이렉트는 한 차례도 개최하지 못했다.


17일(미국 시각 기준) 닌텐도 마니아들이 간절히 기다렸던 닌텐도 다이렉트가 무려 532일 만에 열렸다. 닌텐도는 유튜브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깜짝 예고한 후 닌텐도 미국과 일본 유튜브를 통해 녹화 중계로 이번 행사를 공개했다.

500여 일 만에 개최된 행사인 만큼 기대치는 최고조에 달했다. 행사는 스위치 전통의 인기 게임인 ‘대난투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의 추가 캐릭터로 ‘제노 블레이드 2’의 주요 인물 호무라와 히카리가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최근 닌텐도 다이렉트는 행사마다 스매스 브라더스의 추가 참전 캐릭터를 공개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고 있는데 이번에도 그 전통을 이어갔다. 출시된 지 3년이 넘은 게임이 여전히 다이렉트의 주요 화두가 되는 것은 킬링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몬스터 헌터 라이즈’의 신규 트레일러도 공개됐다. 유료 구매로 예상됐던 신규 몬스터들이 대부분 기본으로 탑재되고 마을 NPC의 신규 참전 등 기존 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도 추가됐다.


닌텐도의 상징인 마리오는 골프 게임으로 출시된다. 마리오 골프 시리즈는 약 18년 만에 신작이 나오는 것으로 마니아들의 기대가 높은 게임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상징인 조이콘을 활용해 직접 스윙을 몸으로 할 수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올림픽 연기로 처참한 실패를 거뒀는데, 신작이 침체한 스포츠 게임 시장에 활력이 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작년 닌텐도 스위치 열풍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마리오 시리즈와의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를 제공한다. 작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35주년을 맞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사실상 진행이 확정된 내용이었다.


마을 내에서 마리오 관련 의상, 가구들을 주문할 수 있으며 토관을 이용하면 마을 내 다른 장소로 워프도 가능하다. 동물의 숲 마을을 마리오 브라더스처럼 꾸밀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니아들의 기대감이 높다. 25일에 무료로 업데이트된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후속편에 대한 정보는 아쉽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사실상 이번 다이렉트의 행사는 ‘젤다 2에 대한 정보가 나올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에 에이지 아오누마 총괄 프로듀서가 직접 출연해 연내에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공식 사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대신 2011년에 닌텐도 Wii로 공개됐던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가 HD로 리마스터링된다. 올해가 젤다의 전설 35주년을 맞은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발표라는 여론이 높지만, 대표적인 인기작 중 하나인 만큼 높은 판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HD 해상도, 60프레임으로 오리지널 대비 쾌적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액세서리 판매의 달인답게, 닌텐도는 스카이워드 소드 전용 조이콘도 내놓는다.


애플의 ‘one more thing’에 비유할 만한 마지막 발표는 ‘스플래툰 3’이 차지했다. 일본의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은 스플래툰 시리즈는 국내 사용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지만, 그간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내년 발매 예정인 스플래툰 3은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화 되어 출시되는 만큼 국내 사용자들의 ‘필수’ 리스트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스플래툰 2가 여전히 인기가 높아 차기작은 스위치의 다음 기기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발표로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의 새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닌텐도는 스위치를 계속 가져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500여 일 만에 진행된 행사인 만큼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그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예상을 깨고스플래툰 시리즈의 차기작을 공개하고, 대부분의 킬링 콘텐츠를 2022년에 내놓겠다는 선언을 한 것은 스위치 성공에 대한 닌텐도의 자신감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불매운동 속에 숱한 브랜드들이 무너져내린 2020년을 상기하면, 대체되지 않는 강력한 콘텐츠의 힘을 실감할 수 있어 새삼 부러운 부분도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