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부른 언택트 시대, 콘솔 시장 전쟁의 승자는?
코로나가 부른 언택트 시대, 콘솔 시장 전쟁의 승자는?
  • 김신강
  • 승인 2020.08.30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닌텐도는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

[기획] 콘솔게임 3대장, 내년 일제히 신제품 출시 예고




[2020년 08월 30일] -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지 8개월이 지났다. 당연했던 일상들은 오래전 추억처럼 아련하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당장 8월 30일부터 카페에서 앉아 커피도 마실 수 없고 밤 9시 이후부터는 식당도 갈 수 없다. 대형마트의 가장 눈에 띄는 매대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일회용 마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8월 28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9,000여 명에 달한다.

경제는 멈추다시피 했다. 셧다운에 들어갔던 국가들이 허다하고, 국내 정치권은 무너져가는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와 금액, 횟수에 대해 매일같이 다투기 바쁘다. 코로나19가 정말 심각한 이유는 그 전파력과 병세를 넘어, 돈을 벌고 쓰며 여생을 살아가야 하는 전 인류에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적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누군가의 위기는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기회가 된다. 백화점과 마트에 가기가 두려워진 소비자들은 쿠팡과 마켓컬리로 몰렸고,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은 올해 1/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69%가 뛰었다. 머신러닝과 증강현실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던 전 지구적 흐름에 코로나19는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2020년은 언택트(대면 접촉이 없이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가 일어나는) 시대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새로운 기회의 장을 만든 또 다른 분야는 역시 게임이다. 특히 초중고생의 등교가 어려워지면서 2020년은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 시장이 유난히 성장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우리나라의 콘솔 게임 열풍을 이끈 선두주자는 단연 닌텐도의 ‘닌텐도 스위치’다. 20여 개의매장을 폐점한 유니클로,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한 닛산자동차 등 이제는 국민 스포츠가 되어버린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도 대체재가 없는 닌텐도는 끄떡없었다. 지난 3월 20일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출시되고 코로나의 여파로 부품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닌텐도 스위치는 정가 36만 원의 제품이 온라인에서 100만 원에 거래되는가 하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 개점을 기다리며 밤새 줄을 서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헬스장 영업정지 등 밖에서 운동하기 어려운 시기와 맞물려 ‘링피트 어드벤처’와 같은 운동 게임 역시 2~3배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됐다. 닌텐도는 2/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간 대비 6배 수준까지 올랐고, 주가는 지난 6월, 10년 만에 5만 엔을 돌파했다.

올 연말 새로운 기기를 출시하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도 덩달아 매출이 뛰었다. 통상 5~7년의 주기로 새로운 하드웨어를 출시하는 콘솔 게임의 특성상, 새 기기가 나오는 해의 매출은 당연히 떨어진다. 몇 년은 새 기기의 새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고객의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니는 2분기 매출 6천 61억 엔(약 6조 8천억 원), 영업이익 1천 240억 엔(약 1조 4천억 원)을 기록하며 플레이스테이션4 출시 후 2분기 최대 매출을 올렸다. 플레이스테이션5가 출시되는 해에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9천 100만 장을 팔아치우며 전년 대비 82% 늘었다. 소니는 19년 만에 최대 주가를 찍었다. 코로나19가 소니에 바친 선물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역시 콘텐츠 및 서비스 65%, 하드웨어 49%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소니와 마찬가지로 연말에 새로운 기기를 출시할 예정임에도 ‘사이버펑크 2077’ 한정판 등 영민한 독점작 연계 기기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콘솔 게임 시장에 코로나19가 선사한 유례 없는 호황은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코로나19는 내년에도 우리의 일상을 집 안으로 묶어둘 가능성이 크고,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보다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며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생산적 활동을 늘려갈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때마침 플레이스테이션 5와 엑스박스 시리즈 X라는 새로운 하드웨어가 출시된다. 닌텐도 스위치 후속작에 대한 루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바야흐로 콘솔 게임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재택근무라는 생산성 극대화의 제약이 있지만, 콘솔 업계가 이 기회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킬링 콘텐츠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 히트 독점 작을 누가 더 내놓느냐에 승패가 갈릴 것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이른바 ‘괴물 콘솔’이라는 애칭이 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시리즈 X다. 플레이스테이션 5 대비 CPU, 메모리, 스토리지 처리 속도 등 대부분의 스펙에서 우위를 점한다. 구 기기와의 완벽에 가까운 호환성을 입증했고(플레이스테이션은 엑스박스 대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태도로 유저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구독형 서비스인 게임 패스도 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지도, 독점작 수를 막강한 기기를 내세워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인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반일정서에 기인한 수혜를 어느 정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전통의 강자 플레이스테이션의 손을 들어주는 유저도 많다. 플레이스테이션4의 대성공 요인은 누가 뭐라 해도 ‘언차티드’, ‘라스트 오브 어스’, ‘갓 오브 워’ 등 막강한 독점작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플레이스테이션5를 발표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대비 준비가 덜 된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고, 공개한 독점작들이 4와 비교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크지만, 수 십 년간 누적된 높은 유저 충성도는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들어 독점작들이 PC로 출시되는 경향을 종종 띠고 있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이 자사 성공의 비결인 폐쇄적 독점작 운영 방식을 쉽사리 포기할 리도 없다. 엑스박스와 비교해 떨어지는 기기의 성능을 상쇄할 강력한 타이틀의 성공 여부가 플레이스테이션5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상대적으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부담이 덜한 편이다. 높은 사양과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가 집중된 양사와 달리 가족 위주의 타이틀이 많고, 아기자기한 게임성을 선호하는 유저가 많아 고객군이 상대적으로 겹치지 않는다. 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스펙으로 이길 수 없는 강력한 캐릭터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힘은 ‘닌텐도는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

그런데도 ‘동물의 숲’ 이후 대형 신작이 출시되지 않았고, 고객은 새로운 것을 찾기 마련이다. 예고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닌텐도의 경영 방식 특성상 닌텐도 스위치의 후속작은 깜짝 공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늦어도 내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쉽게 끝나지 않을 코로나19는 닌텐도의 발걸음을 더 재촉하고 있다. 콘솔 게임 3대 장의 경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2021년이 유난히 주목되는 이유는 그 경쟁의 규모가 역대 어느 때보다 가장 클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하드웨어,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즐기는 시장의 크기가 유례없이 커져 버렸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어느 때보다 풍성한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