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계정으로 넷플릭스 못 볼 수도… ‘원칙대로’ 외치나 실효성은 의문
친구 계정으로 넷플릭스 못 볼 수도… ‘원칙대로’ 외치나 실효성은 의문
  • 김신강
  • 승인 2021.03.15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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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15일] -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가 월간 기준 1천만 명을 넘어섰다.

15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에 따르면 지난 달 우리나라 넷플릭스 사용자 수가 1,001만 3,283명으로 집계돼 2~4위인 웨이브, 티빙, U+모바일tv 사용자를 모두 합친 수보다 더 많았다. 뒤를 이은 시즌과 왓챠를 합쳐도 1,300만 남짓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작년 4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유료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다. 3년만에 2배 이상 성장한 수치이며, 디즈니플러스가 엄청난 속도로 가입자 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아직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어느 정도 ‘세계 정복’을 했다는 자신감일까. 넷플릭스가 수익성 개선에 나설 조짐이 보인다. 11일(미국 시간) 여러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콘텐츠 무단 시청을 막기 위해 본인계정 확인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한다. 계정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공유해 여러 사용자가 한 계정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에는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총 3가지의 요금제가 있다. 이 중 4인이 동시에 각자의 프로필로 이용가능한 프리미엄의 경우 유일하게 4K 화질로 영상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기가 높다.


지금도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넷플릭스를 함께 공유할 사람을 구하는 글이 넘쳐난다. 한국 기준 월 14,500원의 요금을 넷이서 나누면 3,500원 남짓한 가격에 최고화질로 영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들이 굳이 베이직 요금제를 쓰지 않고 프리미엄 계정으로 나눠 쓰는 이유도 가격도 저렴한 데다가 좋은 화질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전체 이용자의 약 33%가 타인과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몇 년 전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사용자들의 계정 공유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계정 공유에 대해 열린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이제 와서 입장이 바뀐 것은 ‘이제는 약관대로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사업 초기부터 계정 공유 대상을 가족 구성원이나 동거인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약관을 걸어놓고 있었다. 시장 장악을 하면 언제든지 칼을 뽑아들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에 본 계정 소유자의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코드를 전송해 본인 확인을 진행하고, 이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 접속이 끊어지는 방식이다.

물론 지금은 테스트 단계라 바로 계정 공유를 제한하지는 않고 있지만 언제든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런 경고 메시지를 받은 이용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따로 살고 있는 가족은 어쩌라는 것이냐”, “디즈니플러스나 아마존 프라임으로 갈아타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넷플릭스의 조치가 법적으로나 명분으로나 잘못된 것은 없다.

넷플릭스는 “이번 테스트는 넷플릭스 계정 보유자가 시청할 수 있는 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계정을 공유해 준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계정을 공유해주고, 동시접속을 피해가며 이용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계정 주인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멜론이나 왓챠의 경우는 스트리밍 기기 수의 제한을 두고 있어 계정 공유에 한계가 있지만, 넷플릭스의 경우 동시 접속 여부만 체크할 뿐 기기 수의 제한은 두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4인 요금제를 쓰면서 지인들에게 공유해주고 철저히 하나의 프로필만 사용하는데 스마트폰, 태플릿 PC, 노트북, 스마트 TV 등 각종 디바이스에서 구동해도 특별한 경고나 제한은 없다.

이 점이 넷플릭스 사용자로서 특히 만족스러웠던 점이기도 하다.

한국 사용자의 반응도 넷플릭스를 비판하기 보다는 ‘이해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국에서도 계정 공유를 빌미로 돈을 모은 후 ‘먹튀’를 하는 문제가 적지 않았고, 선의로 친구에게 공유해 줬는데 그 친구가 여러 사람에게 해당 계정을 공유하거나 돈을 받아 갈등이 생기는 사례도 허다했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제한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한국만 해도 이르면 5~6월 디즈니플러스가 정식으로 진출할 것이고, 미국의 경우 아마존프라임, HBO MAX 등 경쟁자들이 넘쳐나는데 넷플릭스를 겨냥하는 이들은 계정 공유에 ‘당연히’ 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넷플릭스가 공격적으로 계정 제한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계정 주인은 공유 대상이 본인 확인 요청을 해도 거리낌없이 알려줄 정도로 믿을 만한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는게 안전하다. 이왕이면 같이 사는 가족이 가장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이는 계정 공유를 하는 마스터가 계정을 잘 관리해야 하는 문제지만, 넷플릭스 역시 프로필 별로 비밀번호를 별도로 지정하게 하는 옵션 기능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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