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아마존이 되다 … 무엇을 노리나?
쿠팡, 아마존이 되다 … 무엇을 노리나?
  • 김신강
  • 승인 2021.02.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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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21일] - 유례없는 전 세계적 주식 열풍 속에 쿠팡 상장 소식이 연일 화제다. 지난 15일 쿠팡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자사 정규직, 계약직은 물론 쿠팡 배송직원과 물류센터 직원들까지도 주식 무상 부여 계획을 발표해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지난 2010년 김범석 쿠팡 의장이 창업한 쿠팡은 3년 만에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기록하고 11년 만에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의장은 창업 당시 미국을 시작으로 붐이 일었던 소셜 커머스 열풍을 보고 국내로 돌아와 쿠팡을 열었다.


초기 쿠팡은 티몬, 위메프 등의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반값 쇼핑’을 내걸고 기존 오픈마켓과 차별화를 꾀했다. 범람하는 소셜 커머스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 ‘고객’에 초점을 맞추고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엄청난 투자를 감행해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2021년 현재 누적 적자가 4조 원이 넘지만,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30억 달러를 쏟아부은 성과가 눈앞에 와 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약 5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5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며 쇼핑 공룡으로 성장했다. 쿠팡 스스로도 아마존의 ‘카피캣’임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쿠팡과 아마존은 얼마나 닮았고 또 어떤 점이 다를까?

▲로켓와우 vs 아마존 프라임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일컬어지는 빠른 배송을 위해 무려 5천 억 원을 쏟아부었다. 월 2,900원의 유료회원 전용 서비스인 ‘로켓와우’ 서비스를 이용하면 단 1개의 제품만 사도 무료배송이 가능하다. 로켓배송 제품은 오전에 사면 그날 받아볼 수 있으며, 식료품인 로켓프레시 제품은 당일도 가능하거나 익일 새벽까지 집 앞으로 도착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봉을 했어도, 설령 섭취했어도 묻지마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이는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아마존 역시 한 달에 $12.99, 또는 1년에 $119의 비용을 내면 전용 회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틀 내 무료배송, 무료환불, 회원 전용 할인가, 식료품 5% 캐시백 등을 내세운다.

▲쿠팡플레이 vs 프라임 비디오

작년 12월 24일 소문만 무성하던 쿠팡의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가 출시됐다. 안드로이드 앱을 시작으로 현재 아이폰, 아이패드 전용 앱까지 출시됐고, OTT 사용자들에게 필수로 여겨지는 크롬캐스트도 지원한다. 조만간 스마트 TV용 전용 앱도 출시될 전망이다.

처음 쇼핑 업체인 쿠팡이 OTT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 일반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쿠팡이 아마존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올 게 왔다는 분위기였다. 이미 아마존은 2006년부터 ‘아마존 언박스’란 이름으로 비디오 서비스를 출시했고, 2016년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OTT 서비스가 있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곳은 아직 넷플릭스와 프라임 비디오, 단 두 곳뿐이다.

프라임 비디오는 월 $5.99의 유료 서비스이지만 프라임 구독 고객에게는 무료로 제공한다. 쿠팡 역시 로켓와우 회원에게 추가 비용 없이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제공한다. 아마존에 비하면 턱없이 저렴한 비용이지만,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이 쿠팡을 떠나지 않고 머물며 결제하는 거래액이 충분한 가치를 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물론 쿠팡플레이 서비스의 양과 질이 높아질수록, 다른 서비스가 붙을수록 구독료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때 쯤엔 적어도 한국 사람은 쿠팡은 떠나서는 생활이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가 되어있을 것이다.

▲쿠팡이츠 vs 아마존 레스토랑

쿠팡이츠는 좀 특이한 경우다. 아마존의 실패모델을 쿠팡이 도전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레스토랑 서비스를 철수하기로 발표한 것이 2019년 6월이었는데, 쿠팡은 이보다 한 달 앞선 5월부터 국내에서 쿠팡이츠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의 유사 모델이다. 그러나 쿠팡이츠는 최소주문 금액이 없고, 배달료가 없으며, 30분 이내에 ‘로켓배달’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경쟁사와 달리 배달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고 직접 고용 형태로 배달해 신속성과 친절도를 끌어올렸다.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며 최소 주문금액과 배달료가 생겨서 이제는 크게 차별점이 없어졌지만, 기존 쿠팡 고객의 방대한 수를 등에 업고 단시간에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요기요를 바짝 추격, 국내 배달 앱 3위에 올라섰다.

아마존이 출시 4년 만에 음식 배달 사업을 접었지만, 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우버이츠의 막강한 점유율에 미국에서 철수했을 뿐 영국 음식배달 앱인 ‘딜리버루’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인도에 음식 배달 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쿠팡의 신서비스는 모두 아마존이 거쳐 갔다는 ‘원칙’은 벗어나지 않았다.

택배 사업자 자격도 취득해 아마존이 페덱스, UPS와 경쟁하는 것처럼 쿠팡 역시 대한통운, 로젠택배와 경쟁할 태세다. 이제 아마존 프라임에서는 제공하는데 쿠팡은 제공하지 않는 공식 서비스는 단 하나, 음악만 남았다.

아마존이 2019년 9월 출시한 ‘아마존 뮤직 HD’ 서비스는 출시 4개월 만에 5,500만 유로 가입자를 모았다. 당연히 프라임 고객은 무료다. 현재 미국 내 점유율은 스포티파이, 애플뮤직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스트리밍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게다가 이번 달에는 음원 ‘공룡’ 스포티파이도 한국에 정식 진출했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쿠팡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출시할지는 미지수지만, OTT 서비스보다도 더 차별화되지 않은 음원 서비스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로켓와우 무료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그 자체로 강력한 한 방이 될 전망이다.

확실한 롤모델이 있다는 것은 ‘예측 가능한 행보’가 담보된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쿠팡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서비스를 롤모델로 삼고 있고 그 행보를 차곡차곡 따르고 있다. 드러내놓고 아마존을 따르고 있는데도 비판하는 이들보다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아무나 따라 하고 싶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쿠팡의 ‘의도된 적자’가 향후 몇 년 안에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받는 이유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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