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인터넷 속도제한 의혹 … 유튜버 폭로전, 진실은?
KT 인터넷 속도제한 의혹 … 유튜버 폭로전, 진실은?
  • 김신강
  • 승인 2021.04.2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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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0일] - IPTV, OTT 등의 미디어 구독료가 방송 3사 시절에 비해 몇 배 올랐다. 이 중 가장 깜깜이 요금으로 인식되는 것이 바로 인터넷 사용료다.

휴대전화의 경우 데이터 및 전화 사용량, IPTV나 OTT의 경우 채널 수나 동시 접속 수 등으로 명확한 요금제가 정해져 있어 혼란의 여지가 없는 편인데 반해, 인터넷의 경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라는 개념으로 요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유튜버 잇섭은 인터넷 속도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유튜버는 약 170만 구독자 힘을 배경 삼아 업계에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심지어 폭로전 대상 기업에서 스폰을 받은 전력도 있다. 사실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나선 형국이다.

주장에 따르면 KT 10기가 인터넷 서비스가 100분의 1의 속도로 서비스되고 있는 것을 두 차례나 경험했고 이후 고객센터를 통해 해당 내용을 접수하면서 거짓말처럼 속도가 되살아났다는 것.

그때마다 KT 측에서는 이상이 없으며 보상도 불가하다는 식의 대응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유튜버는 기본요금의 무려 4배나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지만 소비자가 매일 속도 테스트를 해가며 문제가 있을 시 신고를 하고 입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토로했다.

#만 하루 만에 100만 뷰 … KT 식별 값 입력 오류


영상은 만 하루 만에 100만 뷰를 넘겼다. 동시에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KT와 유튜버 사이의 신경전도 표면화됐다. 유튜버는 KT가 문제를 지적한 해당 영상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했고, 본인이 등장한 광고 또한 비공개 조치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언론사의 입장 요구가 이어지자 KT는 ‘유튜버 개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는 사이 동조하는 의견도 증장했다. ‘나는 1기가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속도는 100메가도 안 나온다’는 식의 사연은 커뮤니티에서는 단골 소재다. 승산 없는 싸움에 지쳐 있었을 뿐이지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안다는 논리다.
비단 KT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청한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와 실제 속도의 괴리는 소비자가 입증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기껏해야 3개밖에 안 되는 회사가 사실상의 속도 제한을 암묵적으로 방치하고 있으면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다.

혹자는 통신사가 고의로 속도 제한을 거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통신 환경이 아직 10기가 정도의 퍼포먼스를 내기에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10기가 서비스가 나오면 안 되는 환경이지만 인터넷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해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설명이다.

#유튜버가 제시한 속도 제한은 오해, 하지만?


뒤늦게 KT가 해명에 나섰다. “해당 유튜버가 장비를 교환했는데, 교환 과정에서 식별 값을 잘못 입력하면서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유튜버가 속도 저하를 두 차례 경험했다고 지적한 정황을 감안했을 때 통신사의 주장에 좀 더 신빙성이 실렸다.

통신사는 장비마다 식별 값이 존재하는데, 해당 가입자가 10기가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프로파일이 누락되면서 일부 오류가 발생했고, 10기가 인터넷 서비스를 가입자는 총 300회선 수준임을 덧붙였다.

특별한 수요층에서만 일부 사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유튜버가 제기한 속도 제한은 오해라는 의미도 강조했다. KT는 문제를 제기한 유튜버 단 한 명과 비공개 미팅을 진행하고 원만하게 보상 절차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단통법을 비롯해 통신사와 관련된 일만 생기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급자 위주의 사고방식 일처리는 변함없다. 그럼에도 이번 파동은 과거처럼 큰 힘을 가진 기업이 언론을 ‘마사지’ 하는 식으로 통제되던 시대가 아니라는 사례라는 점에서는 반갑다.

하지만 석연지 않는 부분은 남았다. 이번 사건은 유튜버 의견이 옳았기에 기업이 사과하는 수순으로 마무리됐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과거 하얀트리 사건과 흡사한 구도가 될 뻔했다. 현행 법에 유튜버는 방송법, 신문법, 뉴스통신법 그리고 김영란법 까지 어느 하나 해당하지 않는다.

더구나 KT는 고객센터 대응 미흡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사과했다. 무작정 터트린 폭로전에 불똥은 고객센터를 향해 튄 형국이다.

따지고 보면 하루 만에 100만 뷰라는 조회수는 이미 언론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KT 또한 그러한 이유로 반응했을 확률이 높다. 근본적으로 유튜버 개인의 실익은 챙겼을지 모르지만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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