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불신, 인상 제동 건 여론 … ‘까짓 거 안 보겠다’
KBS 수신료 불신, 인상 제동 건 여론 … ‘까짓 거 안 보겠다’
  • 김신강
  • 승인 2021.02.25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02월 25일] - 최근 몇 년간 텔레비전을 보는 시청 형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컴퓨터를 사면 당연히 인터넷을 설치하듯이 TV를 사면 당연히 신청했던 유료방송을 청년층 중심으로 외면하기 시작했다. 대신 한창 방송 중인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네이버 클립이나 유튜브로 요약본을 보고, 외화는 넷플릭스나 왓챠를 통해 1초의 광고도 보지 않고 시청한다.

한 달 평균 3만 원이 넘는 돈을 내는데도 영화는 대부분 돈 주고 봐야 하고, VOD 서비스도 3주 이내의 것은 돈을 또 내라고 하는 IPTV의 행태에 질려가는 시청자들이 늘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를 경험하면 유료방송에 내는 값이 아까워질 때가 많다.

한국 방송이 아쉽다고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차라리 웨이브를 신청하면 훨씬 비용적으로 유리하다. 시청자들은 철저히 개인의 기호에 맞게 채널과 콘텐츠를 선택하고 움직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 KBS 수신료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수신료 징수제를 채택하고 있고, KBS는 1981년 월 2,500원을 징수한 이래 41년째 같은 금액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가 영국 등 수신료가 높은 국가 사례를 들며 수신료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KBS는 지난달 정기이사회에서 월 3,84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했다. 무려 54%를 올리려고 한다. 이 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하고 국회 통과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2000년대 이후 KBS는 3차례나 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제출했지만 모두 거부되거나 폐기됐다.

그런데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다. 2020년 한 해 동안 수신료 부담을 거부해 환불받은 가구는 3만 6,273가구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이며,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민들이 유난히 올해 반발이 큰 것은 단순히 금액이 올라서가 아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글에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올린 글 하나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무리 너네가 뭐라고 해도 정년 보장된다.”, “욕하지 말고 능력 되면 우리의 사우가 될 생각이나 해라”, “연봉이 1억 이상이다”하는 글들은 가뜩이나 수신료 징수에 대해 잠재된 불만을 품고 있던 여론이 돌아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KBS 수신료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청구서 발행 시 아예 포함되어 나간다. 현재 법상 집에 텔레비전이 있으면 무조건 수신료를 내야 하는데, 세대주에 TV가 있다는 전제를 깔고 징수하기 때문에 집에 텔레비전이 없다면 직접 신청해서 환불을 받아야 한다.

블라인드 글이 파장을 일으키긴 했지만, 근본적인 반발의 이유는 미디어를 소비하는 행태의 변화 때문이다. TV가 있어도 공중파는커녕 케이블도 잘 보지 않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게임을 즐기는 시청자층이 많다.

본방송 사수라는 말 자체가 의미 없어진 시대에 잘 보지도 않는 달랑 2개의 채널에 2,500원의 구독료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는 자체가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시청자들은 자신이 내는 OTT나 유료방송의 구독료와 KBS 수신료를 비교하며 합리성을 따지고 있다.

스마트 TV를 가지고 있다면, 더구나 직구로 구매한 사용자라면 유료방송을 신청하지 않으면 공중파를 볼 수가 없는 실정이다. 수신료 징수 기준으로는 TV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매달 2,500원이 나가는 현실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을 제시 못하는 것이 현행 공중파다.

이렇듯 매달 보지도 않는 방송에 대해서 세금처럼 지불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면 내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런데 50% 이상 올린다는 모습이 달가울 리 없다. 국민은 수신료 인상은 고사하고 폐지를 요청하는 분위기다. ‘까짓 거 안 보겠다’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KBS는 자체 조사인 ‘KBS 미디어 신뢰도 조사’를 가지고 가장 신뢰하는 매체 1위를 차지했다고 떠든다. 이를 인상의 명분으로 꺼내 든 자체가 국민 정서와의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현행법상 수신료가 폐지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수신료 폐지를 통해 얻을 실익이 그다지 높지 않은 국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 같지도 않다. KBS가 그나마 받는 수신료 제도를 지키고 나아가 인상을 하고 싶으면 콘텐츠의 질이나 시스템이 타 방송사보다 우수해야 한다.

시청자가 넷플릭스나 티빙에 돈을 내고 구독하는 것은 전송하는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방증 일터.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구독료를 자발적으로 내는 플랫폼도 있는데, 고작(?) 2,500원에 이렇게 반발이 높은 것은 근본적으로 KBS 안 봐도 아쉬울 게 없는 냉정한 현실을 KBS만 외면하고 있다.

40년 넘게 금액은 동결되었지만, TV를 가진 사람은 계속 늘어 KBS는 1981년 대비 10배 가까이 수신료를 벌어들였다. 그 와중에 직원 46%가 연봉 1억이 넘는다. 고인물만 가득 찬 사이 콘텐츠 경쟁력은 퇴보하는 것이 작금의 공중파다.

그토록 자랑하는 9시 뉴스의 시청률은 계속 떨어져 10%를 겨우 넘는 현실에 대해 KBS는 어떠한 대책도 대안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인상의 명분이 없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