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vs LG유플러스, 결국 블랙아웃 … 사용료 인상 결렬
CJ ENM vs LG유플러스, 결국 블랙아웃 … 사용료 인상 결렬
  • 김신강
  • 승인 2021.06.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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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14일] - 문화 콘텐츠만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는 분야도 드물다. 하나의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일단 감독, 작가, 배우 등 실제로 작품을 만드는 제작진이 있다. 예산이 들 테니 투자사가 있고, 음악이 있어야 할 테니 작곡가가 붙거나 기존 음악의 사용료가 있다.

극장과의 수익 협의가 있고, 극장에서 내려갈 때쯤엔 OTT, VOD, IPTV 등의 수많은 파트너들과 계약 기간, 금액 등을 일일이 협의해야 한다. 해외에서 러브콜이 오면 이만큼 많은 협의를 각 나라마다 또 해야 한다. 배우가 그 영화의 캐릭터로 광고를 찍으면 거기서 또 협의가 필요하다.

한 번 만들면 끝인 유형의 제품과는 다르다.

10여 년 전에 망한 영화가 뒤늦게 뜨기도 하고, 주연 배우가 나중에 유명해져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한다. 또는 OST가 큰 사랑을 받아 작품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만 1천만 명 이상의 유료회원을 모으며 명실상부한 IPTV의 대체제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회원 수는 2억 명에 달하며, 이미 1억 명 이상의 회원을 모은 디즈니플러스가 하반기 국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일상이 자리 잡으면서 OTT가 대세로 부상하면서 관련 시장은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국내 공중파의 단독 권리를 갖고 있는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에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뒤이어 티빙을 보유한 CJ ENM은 5년간 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두 곳 모두 넷플릭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만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일순간 제동이 걸렸다. LG 유플러스와 CJ ENM의 갈등이다. U+ 모바일 TV는 공지사항을 통해 11일부터 ‘제휴사가 실시간 방송 송출을 중단함에 따라 U+모바일tv앱 내 CJ ENM 실시간 방송이 중단된다’고 안내했다. 문구에서 제휴사의 일방적인 행동이었다는 적대적인 뉘앙스가 느껴질 정도다.

핵심은 콘텐츠 사용료 산정을 놓고 양사가 협의에 이르지 못한 것. 중단되는 채널은 총 10개인데 tvN, 엠넷, 투니버스 등 상당한 충성고객을 보유한 채널이라는 점에서 유플러스에 미칠 타격이 적지 않아 보인다.


CJ는 U+모바일tv에 전년 대비 175% 콘텐츠 사용료를 올려달라고 했다. 기존 사용료가 헐값에 가까웠던 만큼 이제는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어쩌면 당연히 유플러스는 이 인상 폭이 지나치게 높다고 한다. 통상 10% 이내로 인상해 오던 사용료를 하루아침에 3배 가까이 올리는 것은 폭리라는 것이다. 사실 작년에도 유플러스는 24%를 인상해 사용료를 지불했다.

양사의 시선은 완전히 다르다.

LG유플러스는 CJ의 대폭 인상 요구가 ‘티빙 키우기’에 목적을 둔 노림수라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 ENM의 과도한 사용료 인상 요구가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이용자의 불편은 결국 CJ의 탓이라고 한다. 세 차례에 걸쳐 인상안을 제시했음에도 요지부동인 것은 애초에 콘텐츠를 빼겠다는 의도가 아니냐 하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시각이다. 티빙의 입지를 넓혀 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을 티빙으로 모으려고 하는 것이 대폭 인상 요구의 핵심 이유라는 것이다.

반면 CJ는 LG유플러스가 이제는 ‘제값’을 받으려고 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CJ의 경우 강호성 CJ ENM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K-콘텐츠의 질은 올라갔는데 기업들이 분배에 관심이 없으면 콘텐츠 시장은 유지될 수 없다”라고 밝히며 사용료 인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CJ ENM이 이토록 강경한 입장은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지난달 20일 IPTV 3사의 성명 발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들은 CJ ENM이 전년 대비 25% 이상의 콘텐츠 공급 대사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과도한 요구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CJ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입장이다. IPTV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를 유치하는 데 혈안이 되어 그들에게는 파격적인 수익 배분을 해주면서, 정작 국내 TV 채널에는 홈쇼핑, 음원, 웹툰 등의 플랫폼에 비해 지나치게 홀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CJ는 자신들의 인상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IPTV 3사 모두 송출 중단을 경고했다.

CJ ENM이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내세울 수 있는 데에는 티빙 성공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OTT 시장 확산에 대한 확신이 깔려있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넷플릭스, 유튜브로 충분히 만족하면서 IPTV 구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가격도 비싸고, 광고도 덕지덕지 붙어있는 IPTV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같은 영상을 설령 편집된 클립이라 할지라도 무료로 볼 수 있는 환경이 열렸고, 광고 하나 없이 직관적인 UI와 UX로 무장한 OTT의 간편함을 겪은 이들은 굳이 IPTV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시작했다. 스마트 TV 내에 웨이브와 티빙의 앱을 설치하면 아무런 불편함 없이 IPTV를 대체할 수 있다. 직구 TV라 하더라도 크롬캐스트가 있으면 된다.


IPTV는 생존 방식에 대한 고민 자체를 새로 해야 하는 위기에 몰려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CJ ENM 입장에서는 더 이상 싼 값에 IPTV에 콘텐츠를 공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차라리 통신사 고객들이 티빙으로 와 주는 편이 훨씬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낱 을이었던 TV 채널 하나가 콘텐츠의 양과 질을 높이면서 갑의 지위로 오르려 하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제작사와 유통사의 단순한 수수료 갈등처럼 보이지만, 이는 콘텐츠 시장의 헤게모니가 IPTV에서 OTT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다. CJ ENM 입장에서는 송출 중단이 되더라도 크게 아쉽지 않을 만한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IPTV는 단순히 tvN을 틀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수준을 넘어 그들의 기간산업이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아야 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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