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티빙에 5조 투자한다 … ‘K콘텐츠 맛집’ 만들 것
CJ ENM, 티빙에 5조 투자한다 … ‘K콘텐츠 맛집’ 만들 것
  • 김신강
  • 승인 2021.05.3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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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31일] -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진 산업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하나라면 단연 OTT가 꼽힌다. 2016년 처음으로 국내 론칭 후 ‘젊은이’를 중심으로 한 소수 팬의 놀이터였던 넷플릭스는 코로나를 거치며 유료 회원 1천만 명을 돌파, 안방 TV의 수많은 채널을 그야말로 집어삼켰다.

스마트 TV를 가진 사람은 리모컨에 선명히 별도로 마련된 넷플릭스 버튼을 이용해 광고 없이 수많은 콘텐츠를 즐긴다. 모바일 인덱스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으로 국내 주요 OTT 서비스 사용자 수는 2천2백만 명에 달한다.

넷플릭스가 절반에 가까운 1천1만 명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을 웨이브, 티빙, U+, 시즌, 왓챠가 나눠 갖고 있다. 중복 사용자를 감안하더라도 계정을 공유하는 가족 고객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국민이 OTT 서비스를 하나 이상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빠르게 공중파나 IPTV를 대체하고 있다. 하반기 국내 정식 출시가 예상되는 디즈니플러스가 참여하면 ‘OTT 전쟁’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 될 듯하다. 넷플릭스의 파죽지세가 계속될 것 같았지만 최근의 성장세는 주춤하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4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1월 900만 명으로 최고 수치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약 10%가 줄었다.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신작의 부재다.

아무리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도 유행과 대세에 민감한 한국 사용자의 특성상 히트작이 없으면 ‘볼 게 없다’고 느낀다. 넷플릭스는 ‘킹덤’, ‘스위트홈’, ‘승리호’가 연달아 전 국민적인 화제를 모으며 회원 수를 크게 끌어올렸다. 코로나19는 넷플릭스의 호재가 된 것이 분명하며, 이런 화제작이 견인차 역할을 톡톡이 해냈다.


이런 가운데 국내 OTT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하며 단번에 ‘빅 3’에 진입한 티빙의 움직임은 가히 공격적이다.

티빙은 31일 상암동 CJ ENM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호성 CJ ENM 대표, 이명한,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 등이 직접 단상에 올라 티빙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강 대표는 이 날 5년간 5조 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만 8천 억 원의 예산을 잡았다. 통상 티빙의 연간 투자액이 3천억 원을 웃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3배 가까이 증액한 것.

티빙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의 공세와 공중파 채널로 단단한 허들을 확보한 웨이브로부터 이겨낼 복안은 무엇일까. 투자 금액과 방향에서 볼 수 있듯이 티빙은 첫째도 콘텐츠, 둘째도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름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1박2일’ 등을 연출한 스타 PD 출신이기도 한 이명한 대표의 표현, ‘K콘텐츠 맛집’이 곧 티빙의 목표이자 생존 전략이 될 듯하다. 이 대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물량 공세에 대한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티빙에는 CJ ENM, JTBC 스튜디오, 스튜디오드래곤”이 있다는 말로 ‘K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굵직굵직한 성공을 거둔 드라마나 예능은 CJ 산하 TVN의 작품이 많았던 것은 분명히 사실이다. ‘미스터 션샤인’,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등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는 이 드라마들이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작품이며,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로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 역시 TVN 소속 신원호 PD의 손을 거쳤다.

예능은 나영석 PD라는 거물이 연출한 ‘신서유기’가 국민 예능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삼시세끼’, ‘한끼줍쇼’, ‘도레미 마켓’, ‘유퀴즈’, ‘대탈출’ 등 수많은 히트 프랜차이즈 IP를 보유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에서의 능력은 보증 수표다.

TVN에 정성을 쏟던 CJ가 이제 회사의 역량을 티빙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자사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신서유기는 시즌 9를 앞두고 있는데, 멤버들의 캠핑 에피소드를 별도로 제작해 유튜브도 TVN도 아닌 티빙 단독 공개로 내보냈다.

얼마 전에는 공유, 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을 사들여 티빙에서 단독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OTT 영화 공개는 넷플릭스의 전유물처럼 되어가던 분위기를 깬 것이다. 실제로 티빙의 성장세는 빠르다.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는 “티빙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유료 가입자 수가 63% 증가했고, 앱 신규 설치율은 67%, 월간 UV는 41% 늘었다”라고 밝혔다. 전체 유료 가입자 중 57%가 하루에 최소 한 개 이상의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고 밝혀 ‘허수’가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플러스’ 유료 회원에게 티빙을 무료로 볼 수 있는 혜택을 부여하며 회원 수가 급격히 늘기도 했다. 프리미엄 회원에게 제공되는 월정액 영화나 오리지널 콘텐츠가 빠지기는 했지만, TVN과 JTBC의 모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함은 없다.

미국의 공룡 OTT와 ‘양’으로 붙어서는 절대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질’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젊은 시청자 층의 충성도가 특히 높은 티빙은 우선 웨이브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의사 결정이 느리고, 소재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공중파의 한계를 감안해 신선하고 파격적인 소재 중심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는 크게 성공한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티빙 오리지널로 나올 예정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으로 인정받는 티빙이 막강한 경쟁사 사이에서 어떤 존재감을 가질지 주목된다. 넷플릭스의 UX를 철저히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티빙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UI, 크롬캐스트 앱 미지원(웨이브는 된다) 등으로 고객 평가가 아직은 썩 좋지 않다.

사용성에 민감한 고객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외산 OTT가 따라잡기 어려운 한국 사람 취향의 히트작을 꾸준히 생산해낼 수 있다면 분명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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