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시장 격돌 … 최후의 승자는?
국내 OTT 시장 격돌 … 최후의 승자는?
  • 김신강
  • 승인 2021.11.24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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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4일] - 11월은 OTT(over the top) 마니아에게 기념비적인 달이다. 4일 SK브로드밴드와 손잡은 애플TV+가 전격 출시한 데 이어, 12일에는 디즈니플러스가 LG, KT를 등에 업고 정식으로 사용자와 만났다. 넷플릭스가 독점하다시피 한 외산 서비스에 티빙, 웨이브, 왓챠가 추격하는 모양새를 보이던 한국 OTT 시장은 애플과 디즈니의 공습으로 또 다시 새판짜기에 돌입한다.

애플TV+는 3개월 무료 체험 정책으로 국내 사용자와 만났다.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배우 이선균을 내세운 ‘닥터 브레인’을 한국 첫 오리지널로 선보이며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외부 IP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선보이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전 작품 모두 애플 오리지널로 제작해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작품 하나하나의 퀄리티는 뛰어나다는 평이 많지만 근본적으로 적은 작품 수는 애플TV+가 런칭 이후 줄곧 갖고 있는 문제다. 화려한 배우가 총출동해 떠들썩한 런칭 쇼를 보였지만 2년간 보여준 결과물은 아쉽다는 평이 많다. 한국 출시 전에도 잦은 무료 이벤트로 구독자 수를 모았지만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로부터 ‘무료 이벤트 할 돈 있으면 작품 퀄리티에나 신경쓰라’는 비아냥이 들렸다.

‘더 모닝 쇼’, ‘테드 래소’ 등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도 있지만 지나치게 적은 컨텐츠 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남겼다. 애플TV+는 출시 직전까지 다양한 루머를 양산했던 디즈니플러스와 달리 기습적이라는 인상을 줄 만큼 깜짝 공개됐는데, 이는 애초에 그만큼 많은 기대를 받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애플TV+, 디즈니플러스 연이어 국내 출시… OTT 전쟁 막올랐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외에도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막강한 IP를 쥐고 한국에 들어왔다.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아바타’, ‘어벤져스’ 시리즈, ‘토이 스토리’ 등이 모두 디즈니의 손 안에 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야심차게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완다비전’, ‘로키’ 등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한 달 요금 9,900원에 4명까지 즐길 수 있고 넷플릭스와 달리 화질에 대한 차별도 없어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충성심 높은 컨텐츠를 쥐고 있다고 해도 넷플릭스 대비 절대 작품 수가 적다는 점은 출시 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디즈니는 기존 픽사 등에 더해 ‘STAR’라는 카테고리를 신설, 성인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외부 IP를 적극 투입하고 있다.

다만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자막 오류를 비롯해 급하게 출시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출시 1주일만에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59만 명에서 41만 명으로 급감한 부분도 적신호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구독자가 몰렸지만 이미 경험해 본 익숙한 콘텐츠가 많은 만큼 금방 흥미를 잃기 쉽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출시 2년만에 1억 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모아 단숨에 전 세계 OTT 2위에 올랐다는 것은 디즈니플러스가 가진 잠재력을 반증한다. 오래 전에 출시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여전히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 넷플릭스 가격 인상으로 자신감? … 사용자 "너무 비싸다" 반응


절대강자 넷플릭스는 전혀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여과없이 내비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역대급 흥행에 이어 ‘지옥’마저 공개 1주일만에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K-드라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제작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하며 한국 제작진에게 ‘꿈의 플랫폼’이 되어줬던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

그 덕에 자신감을 얻었던지 애플과 디즈니에 연이은 출시에 구독료만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스탠다드 요금제는 12,000원에서 13,500원으로 12.5%, 프리미엄 요금제는 14,500원에서 17,000원으로 무려 17.2%나 올렸다. 4인 요금 기준으로 디즈니의 2배에 가까운 요금이다.



SK와의 망 사용료 공방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자 망 사용료를 고객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자신감이 없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조치다. 이 정도 가격을 올려도 ‘킹덤’이나 ‘오징어 게임’을 경험한 사용자가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는 뜻. 오리지널 시리즈 뿐만 아니라 전체 작품 수를 따져도 디즈니나 애플, 왓챠, 웨이브 모두 넷플릭스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시장 지배자의 횡포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콘텐츠는 넷플릭스’라는 확신을 따른 것.

조만간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유한 ‘HBO 맥스’도 한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왓챠나 웨이브, 티빙 등 국내 사업자는 경쟁해야 할 산이 자꾸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늘어나니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과거 넷플릭스 하나만 보면 끝나던 OTT 서비스가 어느새 서너 개는 봐야 할 정도로 늘어버렸으니 비용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젊은 층 중심으로 과거의 유물처럼 됐던 토렌트가 부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불법 저작물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용부담이 문턱이 될 거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당장의 구독료 인상이 수익성에는 도움될 지 모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분명한 부담이다. 그 상황에서도 구독자가 변함없을 거라는 가능성은 누구도 예측못한다. 분명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는 거다.

코로나 이후 OTT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 콘텐츠의 경쟁력이 전 세계적으로 입증되면서 작품도 늘어나고 외산 서비스의 유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OTT가 범람하는 만큼 도태되는 서비스도 생길 것이고, 거대 OTT에 자사의 콘텐츠를 헌납하게 되는 케이스도 생길 것이다. 고객이 모든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만큼 여유롭지도 너그럽지도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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