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카카오모빌리티, 퀵 서비스 진출 … 업계 1위 생각대로 당혹
[이슈+] 카카오모빌리티, 퀵 서비스 진출 … 업계 1위 생각대로 당혹
  • 김신강
  • 승인 2021.07.05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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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05일] - 직장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퀵 서비스. 반드시 물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업종이라 하더라도 고객이나 거래처에 급하게 무언가를 전달해야 할 일은 반드시 생기는데 그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1:1 접점 맞춤형 서비스다.

하지만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랜드는 아직도 전무하다. 우체국, 대한통운, 로젠과 같은 대형 택배사와 달리 대부분 포털에서 검색하고 거리순으로 가까운 곳을 찾는 형국이다. 혹은 언젠가 받아놨던 쿠폰을 뒤적여 의뢰하는 일이 허다하다.

가격은 업체마다 엇비슷하지만, 룰은 모른다. 대충 친절하고 빠르다 싶으면 이용한다. 연락처를 잃어버리면 비슷한 업체를 찾는다. 모빌리티 각 분야가 IT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에서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유일하게 불투명한 시장이다.

그러한 허점에서 가능성을 봤을까? 택시,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등을 서비스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퀵 서비스에 진출했다. 지난달 30일 ‘카카오 퀵’ 서비스를 기업은 물론 개인 상대로 시작했다. 기사 사전모집에는 열흘 만에 1만 명 이상이 몰려들 정도로 인지도에서는 이미 상위권이다.


오토바이뿐 아니라 도보, 자전거, 킥보드, 자가용 등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참여가 가능한 것도 기사 열풍에 한몫했다. 회사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원하는 배송 방법이 다를 수 있고, 이용료도 차등화해 선택권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운송 수단 도입의 배경이다.

핵심은 투명성 강화다. 기존 퀵 서비스의 불만 사항 중 하나였던 불투명한 가격을 오픈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또한 퀵 서비스 기사가 어디쯤 가 있는지, 언제쯤 도착할지를 알 길이 없던 과거의 한계 탈피를 선언했다. 지금까지는 막연히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한다고 전달하면 상대방에게 출발했음을 알리는 것이 전부였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5초 만에 접수 가능, 도착 시간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처음 우버를 비롯한 택시 앱이 출시됐을 때 사용자들이 혁신으로 인정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앱 내에 있는 지도를 보며 언제쯤 도착할지, 길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도입한 것.

기존 퀵 업체는 배송, 주문 등의 관리 프로그램을 별도의 솔루션 업체로부터 구매 또는 대여해 이용해왔다. 데이터는 받을 수 있지만, 원천 자료는 업체의 것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분석이나 응용할 수 없는 측면이 짙다.

반면 카카오T 서비스로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을 모빌리티까지 넓혔다. 보내는 사람은 받는 사람에게 어디쯤 왔고, 언제쯤 갈 것이라는 것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필요하면 공유해 받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가격은 거리나 수단에 맞게 정찰제다. 애써 퀵 서비스 몇 군데에 전화하며 가격 비교를 하는 번거로움도 필요 없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통계자료는 없지만, 업계는 국내 퀵 서비스 시장이 최소 1조에서 최대 3~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전혀 작지 않은 시장임에도 서비스 품질은 답보상태였던 이유는 폐쇄적인 영업 형태에 있다. 카카오는 이러한 방식부터 탈피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1위 사업자는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인성데이타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카카오모빌리티 진출은 지역 사업자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진 형국이다. 서비스의 질이나 양 모든 면에서 밀릴 것이 자명하기에 대책 마련에 급급하다.

심지어 안정적인 고용이나 매력적인 임금에 퀵 기사를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 택배 기사와 마찬가지로 퀵 서비스 기사 역시 4대 보험 등 안정적인 고용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람이 곧 경쟁력인 환경에서 숙련된 기사의 이동은 사실상 존폐를 좌우할 만큼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가격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 가격이 대부분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는데 이는 가격이 ‘최저가’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퀵 서비스를 ‘주업’으로 삼지 않아도 되는 일반인까지 기사로 활동을 종용하고 있다. 이는 ‘최저비용’을 더 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그널이다.

퀵 서비스 업체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솔루션 업체도 마찬가지다. 인천에서 퀵 서비스 프로그램 솔루션 판매를 하는 김지훈 씨는 “명백한 골목상권 침해”라며 “수십 년 간 퀵 서비스 시장을 업으로 삼아오고 있던 사업자, 프로그램 업체, 기사들 모두를 한순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빌리티 시장은 기존 시장과 IT를 앞세운 혁신 시장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우버와 타다가 결국 쫓겨났지만, 해외여행을 다녀온 많은 이는 우버나 그랩의 직관적인 택시 서비스와 친절한 기사의 태도에 좋은 감정을 회상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퀵 시장 진출은 이미 시작됐고, 지역 사업자는 생존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카카오모빌리티가 들어옴으로 인해 지배적 사업자인 생각대로의 혁신도 도모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지역사업자는 인성데이타 솔루션에 기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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