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급증하는 특례보증 대출 광고, 사기 수법이 진화하다
[이슈+] 급증하는 특례보증 대출 광고, 사기 수법이 진화하다
  • 김신강
  • 승인 2021.06.16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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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16일] - “은행과 정부의 특례보증대출, 최고 2억 원, 2년 거치 4년 상환, 신분증과 초본만”이라는 내용 문자를 안 받아 보는 이는 있어도 단 한 번만 받아본 이는 없을 정도로 스팸 문자 홍수 시대다. 문제는 적시한 내용에 속으면서 발생한다. 무시하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닌 경우는 속절없이 당하고 특히 급전이 필요한 이에게는 귀가 솔깃한 제안이다.

코로나19 이후 가계 생활이 어려워지고 폐업,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생활고를 겪는 이가 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여러 차례 집행했지만, 실질적인 삶의 질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규모다. 이런 분위기를 노린 대출 광고 메시지가 문자로, 카카오톡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이름을 빌려 최대 2조 원의 규모로 특별출연금을 마련해 지원하기 때문에 소득 서류도 필요 없고, 100% 보증 비율이며,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는 식이다. 은행 이름으로 된 준법감시인 심의번호도 있다. ARS로 신청하면 된다. 단, 파격적인 조건에 선별된 대상이므로 해당 주차 안에 신청해야 한다는 식으로 꼬드긴다. 내용 그대로만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엄연한 눈속임이다. ARS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면 악성 코드를 통해 소액결제를 하거나 탈취한 개인 정보는 대포 통장 개설에 쓰인다. 게다가 문자로 안내한 내용과 달리 정부가 고수하는 방침은 가계대출 축소에 비중을 두는 추세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1, 2 금융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이에게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동아줄과 흡사하다.

문자메시지 내용도 조잡하지 않고, 용어도 금융기관에서 흔히 거론하는 단어를 차용해 제대로 작성한 내용 일색이다. 의심을 피하고자 대출이 불가능한 조건도 설명하고 있고 심의번호도 실제로 은행에서 사용하는 형식을 따른다. 속는 셈 치고 전화나 한번 해봐야겠다 싶은 유려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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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문자 내용이 진화해도 자세히 보면 빈틈이 있게 마련이다. 사기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허점은 전화번호에서 발견됐다. 국민은행은 1588-9999가 공식 전화번호이지만, 스미싱 문자 대출 광고 문자는 대부분 02로 시작하는 일반 전화번호다. 게다가 은행 본사의 공식 대출 문자는 공식 번호를 내세우는 것이 원칙이다. 지점이 보내는 경우만 예외로 한다.

수신한 내용에서 문제점을 추려봤다. 국민은행 명의로 수신된 문자는 상담 가능 시간이 09시~18시라고 안내하지만 정작 ARS로 신청하면 24시간 365일 가능함을 음성으로 안내한다. 시중은행이 24시간 대출 상담을 받아주지도 않거니와 ARS 번호와 전화상담 번호가 동일하다. 시작부터가 오류인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명의로 수신된 문자는 더 조잡했다. ‘버팀목 플러스 특별대책지원금’이라는 제목으로 도착한 문자 내용은 띄어쓰기나 맞춤법 오류, 어법에 맞지 않는 문구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역시 발신 번호는 02로 시작한다.

실제로 주거래 은행의 영업점에서 대출 광고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블로그, 일부 언론 등에서 은행은 절대로 먼저 대출 관련 홍보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스미싱 문자의 형식이 갈수록 정상적인 광고 문자의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이런 정상 문자를 수정해 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영업점 광고 문자는 지역 번호로 시작되는 영업점 전화번호로 발송되기 때문에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차이를 쉽게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형태의 문자를 받았는데 실제로 필요성을 느낀다면 연락이 간 번호로 전화를 걸 것이 아니라 은행 공식 고객센터를 통해 관련 상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먼저 확인한 후 진행하는 요령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직접 거래 하는 영업점의 문자라 할지라도, 고객센터에 전화해 해당 영업점을 연결해달라고 한 후 상품에 대한 안내를 받는 것도 피해를 예방하는 노하우다. 기승을 떨치는 금융사기 문자 스미싱은 검찰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뜯어 가는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19 종식을 앞두고 새 출발에 필요한 자금 마련이 증가하는 시점이다. 정부가 보증하는 저리 대출 안내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기승을 떨치는 이유도 지금이 사기를 치기 좋은 일종의 ‘성수기’라는 이유다.

절박한 심정을 노린 당근이 눈앞에 떨어졌다. 커뮤니케이션에 서툰 노년층 만의 문제라 치부하기에는 젊은 층의 피해 소호도 부쩍 증가했다. 아차 하는 한순간에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세련된 스미싱 문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노리고 문자 수신함을 가득 채우는 현실이다. 금융 당국과 정부가 나선다고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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