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스포츠 뉴스 댓글 중단, 그 후
포털 사이트 스포츠 뉴스 댓글 중단, 그 후
  • 김신강
  • 승인 2020.09.0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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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댓글 중단은 공론화 광장을 빼앗은 꼴

[사설] 포털 사이트 스포츠 뉴스 댓글 중단, 그게 최선인가?




[2020년 08월 31일] - 지난 7월 31일, 스포츠계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배구선수 고유민 씨가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세상은 고 씨의 사망 원인으로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을 지목했고,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포털사이트의 대응도 이례적으로 빨랐다. 가장 먼저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던 카카오(다음)가 이번에도 가장 빨랐다. 고 씨 사망 1주일만인 지난 7일 댓글 서비스 잠정 중단을 시행했고, 네이버와 네이트 역시 27일부터 중단하는 것으로 뒤를 따랐다.

정작 고 씨의 유족은 고씨의 사망 원인이 악성 댓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속 구단인 현대건설 코치진의 냉대와 멸시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고 씨가 직접 쓴 일기장에는 째려보거나 무시하는 스태프들 때문에 위축되었고,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가 없으며 더는 버티기가 힘이 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제가 된 악플 역시 주 포지션이 아닌 리베로로 뛰게 하여 선수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한 구단에 원인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경찰 조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게 되겠지만 포털 사이트 스포츠 댓글 서비스는 예정대로 멈췄다. 포털 사이트는 잠정 중단이라고 했지만, 재개 여부와 시점은 알 수 없다. 현재의 분위기는 무기한 폐쇄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하다. 고 씨의 사망이 워낙 충격적인 데다 악플에 대한 심각성이 연일 보도되면서 이렇다 할 여론 수렴 없이 스포츠 뉴스 댓글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중단됐다. 스포츠 뉴스 이용자들은 댓글이 사라지니 기사 보는 재미가 없다고 토로한다.

네이버 서비스 중단 당일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가 소속 팀 바르셀로나와 결별을 선언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댓글 서비스 중단한다고 큰 소식 들려준다’는 한 누리꾼의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댓글이 가지는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유독 연예 뉴스와 비교해 중단에 대해 신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스포츠라는 분야가 가지는 높은 충성도를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본다. 연예 뉴스가 주로 연예인의 팬들에 의해 소비되고 재생산되는 것처럼, 스포츠 역시 각 종목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해도를 가진 팬들이 모인다. 그들은 좋아하는 선수의 컨디션이나 포지션, 구단의 정책이나 트레이드, 유망한 신인의 등장이나 시대를 풍미한 노장의 은퇴 등 세세하고 시시콜콜한 분야까지 전망하고 토론하기를 즐긴다.

팬들이 스포츠를 소비하고 즐기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만큼 제목만 다르고 거의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같은 독자가 계속해서 보는 분야가 드물다”며, “좋아하는 선수나 팀, 깊이 있는 전략이나 전술 등 이제는 팬들이 웬만한 전문가보다 높은 식견을 보여주는 시대”라고 전했다.

댓글은 스포츠 팬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순위를 예측하며, 저마다 생각하는 옳은 전술이나 정책에 관해 토론하는 일종의 놀이터로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엠엘비파크’나 ‘사커라인’과 같은 커뮤니티가 있지만, 대부분의 스포츠 팬은 한 종목에만 몰두하기보다는 다양한 스포츠를 두루 섭렵하고 지식을 쌓고 나누기를 즐긴다. 특정 기사가 일종의 토론의 ‘주제’로 제시되면, 팬들이 주제에 맞는 의견을 서로 나누는 것이 스포츠 뉴스 댓글이 쌓이고 움직이는 메커니즘이다.

일례로 31일 발표된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와 한화가 구단의 연고지 선수가 아닌 손성빈 선수와 정민규 선수를 지목하자, 야구 커뮤니티에선 어떤 선택이 옳았는가에 대한 회원들의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스포츠 팬들은 그렇게 ‘논다’.


넷상의 누리꾼들은 단순히 기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사의 숨겨진 진의는 무엇인지, 특정 업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밝혀내고 공론화하는 등 자유로운 해석을 통해 ‘자기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맞춤법 실수나 오타를 잡아내는 것도 댓글의 몫이다. 주로 정치 기사에서 발현된 ‘비판 능력’이 경제, 사회 분야는 물론 스포츠까지 자연스레 확장됐다.

신문 사설 받아쓰기를 하던 80~90년대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댓글 문화가 각 시민의 비판적 사고방식을 키워온 셈이다. 포털 사이트 스포츠 뉴스의 댓글 중단은 스포츠 팬들이 가장 활발하게 뛰놀던 놀이터, 광장을 결과적으로 빼앗은 꼴이 됐다. 방송 해설자들의 능력을 비판할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노하우를 쌓은 누리꾼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장을 본능적으로 찾게 마련이지만, 뉴스 기사만큼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은 구조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스포츠는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증명되지 않은 예측’이 난무하는 분야다. 정체성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정치나 각종 지표를 가지고 예측하는 경제와 달리, 어떤 선수가 어떤 구단으로 이적할 것인가, 어떤 기업이 이 구단을 인수할 것인가, 과연 올해도 저 팀이 우승할 것인가 등의 스포츠 주제들은 소위 ‘뇌피셜’에 의한 난상 토론이 벌어진다. 저마다의 분석과 상상력, 바람들을 더해 의견을 피력하고 그로부터 즐거움을 얻는 것이 스포츠 팬들의 마음이다. 이는 매우 건강하고 무해한 취미의 형태인데, 이를 하루아침에 뺏겼다는 일종의 상실감이 누리꾼들이 토로하는 아쉬움의 근본 이유일지 모른다.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이 포털 사이트 댓글 차단으로 해결될 문제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높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악플러 고소가 잇따르고 있는데, 주로 개인 SNS의 댓글이나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한 공격이 그 원인이 되고 있다.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가 중단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악플러에 대한 연예인의 호소는 멈추지 않는 셈이다. 기사에 악플을 다는 누리꾼도 문제이지만, 마치 악플을 유도하는 것처럼 특정 선수의 역량을 비난하는 기사가 양산되는 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얼마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댓글은 열람하는 것을 선수 스스로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지만, 포털 서비스 화면 상단에 버젓이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 제목이 뜨는 것을 외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스포츠 댓글 서비스 중단이 과연 선수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추고 선수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확실하고 좋은 방법인지에 대한 논란이 멈추지 않는 이유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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