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 위협받는 민주주의, 희망은 있나?
소셜미디어에 위협받는 민주주의, 희망은 있나?
  • 김신강
  • 승인 2020.09.2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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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소셜 딜레마’ 시사점

데이터 수집하는 SNS에 규제 필요성 제기 … 좋아요의 맹점 경고




[2020년 09월 22일] -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지난 8일 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문자메시지 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국회 본회의 도중 야당 원내대표의 연설 기사는 다음 첫 화면에 노출됐지만, 여당의 기사는 주요 뉴스 상단에 노출되지 않는 데 문제 인식을 갖고 보좌진에게 카카오 관계자를 부르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의도적인 뉴스 편집이 있지 않았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뉴스 편집 논란은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에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 19일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검색하면 통상적인 정치인과 다른 검색 결과가 나온다는 주장을 폈다. 보통 정치인을 검색하면 카테고리가 뉴스, 실시간검색, 이미지 순으로 뜨는데 추 장관의 경우 뉴스가 쇼핑 다음에 뜨고, 영문 오타를 치면 다른 정치인의 경우 자동으로 바로잡아 주는데 추 장관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추 장관에 대한 기사나 정보를 상대적으로 찾기 어려워지도록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카카오는 뉴스 편집은 AI(인공지능)가 하므로 사람이 개입하지 않으며, 네이버는 데이터 집계에 대한 단순 기술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트위터 AI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이슈를 예로 들며 결코 AI는 중립적이지 않고 다양한 개발자들의 편향이 들어가기 때문에 AI가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별도의 감시자가 필요하다는 반박을 했다.

포털 사이트 뉴스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논란이 멈추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1~2년간 정치 지형이나 여론의 향방이 극단적으로 적대적이고 편향적으로 흘러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랑제일교회 사태나 태극기 부대처럼 일반 보수층조차 거리를 두는 이들이 세력화되고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분명 이전에는 없던 장면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현재 미국은 내전이 일어나고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좌파와 우파가 극렬히 대립하고 있다. 우파가 좌파 시위대를 향해 차로 돌진하고, 좌파 성향의 사람이 우파 성향의 사람에게 총구를 겨눈 일도 있었다.

지난 9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소셜 딜레마’는 트리스탄 해리스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를 중심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등 대표 IT 기업의 전직 핵심 임원 및 개발자들이 출연해 이런 극단적 대립, 가짜뉴스 범람의 책임이 바로 이들 IT 기업들에 있다고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그 중심에는 ‘좋아요’ 태그가 만든 취향 중심의 알고리즘이 있음을 고발한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모두 사용자가 특정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면 비슷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이렇게 쌓인 피드의 콘텐츠들이 사용자 하나하나의 세계가 되고 오히려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보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가짜 뉴스가 이 알고리즘을 통해 폭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 등장해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의 행동은 진심이고 확신에 차 있다.

해리스는 MIT 연구 결과를 인용,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나 더 빨리 전파되고 이 폭발력은 광고 경쟁을 일으켜 SNS에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짜 뉴스의 진원지이자 온상으로 지적받는 페이스북이 트럼프라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라는 말은 결코 허구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가짜뉴스는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협한다. 심지어 지구가 평평하다는 가짜 뉴스를 ‘좋아요’ 하면 그럴듯한 논리로 무장한 평평하다는 뉴스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고 국민들을 가둬둔 채 정부가 무엇인가를 하려 한다거나, 환경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데 약소국들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라거나 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들리던 이야기도 자꾸 보고 많이 보면 점차 진실이 되어가는 것이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가상현실의 아버지’라 불리는 재넌 리니어 박사는 위키피디아와 소셜미디어를 비교하며 유해성을 설명한다. “위키피디아는 검색하는 모두에게 똑같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만약 위키피디아가 검색하는 유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번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지금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하는 일이 바로 이런 일입니다.”

‘소셜 딜레마’는 페이스북에 대해 ‘27억 개의 트루먼 쇼’에 비유하기도 했다. 27억 개의 저마다의 ‘팩트’가 존재하니 생산적인 토론이나 협의가 불가능하다. 그저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일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렇게 많은 정보가 주변에서 한목소리를 내는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그 정보는 바로 그 사람 한 명에만 꼭 맞춰진 정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이런 극단적 갈등은 더 심해질 따름이다. 소셜 딜레마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물론 심각한 SNS 중독 현상으로 10대들이 과거보다 훨씬 우울증을 많이 앓고 있고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한다.

우리는 이제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광고주들이 사용자 정보에 비싼 값을 주고 그들을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주는 동안 우리의 삶은 그만큼 직관적이고 편해졌기 때문이다.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해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연 이미 사람보다 똑똑해진 컴퓨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위클리포스트만 해도 당장 독자들의 취향과 기호를 알고 싶어 한다.

소셜 딜레마는 영화 말미에 소셜 미디어들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신매매를 하면 안 되고, 장기매매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법으로 명시해 놓은 것처럼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불법으로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엄청난 세금을 물려 사업적으로 매력이 없는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팀 켄달 전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이사가 들려준 IT 기업 수뇌부는 자신의 자녀들을 가급적 SNS에서 멀리하도록 엄격히 관리한다는 이야기는, 그 하나만으로 이미 시사하는 바가 크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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