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노멀 시대, 개인화가 성패 가른다.
넥스트 노멀 시대, 개인화가 성패 가른다.
  • 김신강
  • 승인 2020.09.0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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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가 앞당긴 초개인화 시대

[트렌드] 현대인 소비 트렌드, 맞춤형 전환




[2020년 09월 03일] -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기대하는 사람은 다 기대하는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이 점차 가시화되는 듯하다. 지난 3월 한국 지사를 설립한 후 런칭 시기에 대해 수많은 루머가 있은 지 5개월이 흘러 지난 8월 21일 스포티파이 코리아의 정식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계정이 오픈한 것. 국내 이용자를 더 설레게 한 것은 최근 스포티파이의 공식 앱에서 한국어가 지원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9월 출시설에 힘이 실리며 그동안 VPN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즐길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설레게 한다. 스포티파이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압도적인 음원의 양이나 무료 서비스라는 점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성공 요인은 ‘완벽한 개인화’에 있다. 대표 기능인 ‘데일리 믹스’는 사용자가 선택한 아티스트나 감상한 곡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관련성 높은 음악들을 묶어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한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2주 후에 이 리스트가 생성되는데, 유저들은 이 정확성에 열광한다.

그 외에 관심 있어 할 만한 신곡들을 모아주는 ‘릴리즈 레이더’, 내가 처음 듣지만, 취향에 맞을 법한 곡들을 모아주는 ‘디스커버 위클리’ 등이 주메뉴를 이룬다. 인기차트는 당연히 제공되어 트렌드를 따르고자 하는 사용자들도 놓치지 않는다. 멜론이나 벅스, 지니의 경우도 유사 곡을 틀어주는 기능, 엄선된 DJ들이 직접 큐레이팅한 플레이리스트 등을 제공하지만 결국 비슷한 취향을 가진 타인의 제안은 뚜렷한 한계를 띤다. 스포티파이는 ‘발견하는 재미’를 극대화해 오늘에 이르렀다.

전통적인 광고가 인공지능 추천 앱에 그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일부의 전망이 있을 정도로, 미래는 개인화 맞춤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위협 속에,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은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접하며 기꺼이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앱의 ‘나를 위한 추천상품’ 메뉴는 이제 더는 놀랍지도 않다.

2012년 8월, 한국 최초의 제대로 된 개인화 서비스를 표방하며 선보인 ‘왓챠’는 자신이 본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주며 수개월 만에 네이버 영화의 별점 평가 DB를 앞섰고, 4년 후 OTT 서비스까지 출시했다. 넷플릭스와 비슷한 시기에 론칭하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지만, 강력한 추천 기능으로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190억 원의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성공해 누적 투자액 42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한국 고객의 취향을 가장 잘 안다고 자신한다”는 말로 자부심을 드러낸다.

핀터레스트 역시 대표적인 취향 베이스의 SNS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개인의 취미보다 디자이너들의 업무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좋아하는 이미지를 스크랩하거나 저장하면 비슷한 수많은 이미지를 바로 보여준다. 인스타그램이 취향을 공유하는 서비스라면, 핀터레스트는 취향을 찾아주는 서비스인 셈이다.

개인화에 따른 추천 서비스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 분야는 단연 쇼핑이다. 여성 패션 추천 서비스의 대표 격이 된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는 각각 단기간에 투자금액을 유치하며 패션 커머스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지난해 쿠팡을 제치고 한국에서 1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쇼핑 앱으로 꼽히기도 했다.


처음 동대문 쇼핑몰들을 모아서 보여주고 최저가 쇼핑을 돕겠다는 콘셉트로 출발한 지그재그는 누적 투자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브랜디의 경우 지난달부터 선보인 ‘내 또래 추천’ 기능을 통해 앱 내에서 원하는 연령대를 선택하면 또래 이용자들이 어떤 옷을 선호하며, 어떤 코디로 스타일링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브랜디는 올해 초 210억 원 투자에 성공하며 개발자를 공격적으로 채용하는 등 개인화 서비스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금융 분야 역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곳곳에서 적용되고 있다. 현대카드가 출시한 ‘현대카드 소비케어’ 서비스의 경우 고객의 카드 사용 패턴을 AI 기술로 분석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월별 지출액을 바탕으로 어떤 업종에서 많이 사용했는지, 업종별 가맹점 결제금액을 보여주며 소비의 흐름을 파악하도록 한다. 단순히 날짜순으로 결제금액을 보여주고 잔여 한도, 포인트 정도만 제시하는 타 카드 앱보다 직관적인 UI를 제공한다.


토스의 경우 ‘내 소비’라는 카테고리를 별도로 마련하고 계좌별, 카드별로 어느 분야에 가장 많이 사용했는지 보여주고 ‘도전! 아껴 쓰기’라는 메뉴를 마련해 개인별로 목표 금액을 설정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신용등급을 연계해 등급에 맞는 추천 대출상품도 제시한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 2020’의 화두 역시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이른바 AI 2.0 시대를 통해 구인·구직, 검색, 콘텐츠, 배달 대행 등 다양한 업계에서 개인화를 실현한 서비스들이 선보이고 있다. 정보의 양과 활용 능력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수년 전부터 유행하던 ‘서브스크립션(구독)’ 서비스 역시 출발은 개인화를 목표로 시작된 분야다. 매월 잡지나 신문을 구독하듯 식료품, 화장품, 패션에 이르기까지 정기구독을 하는 이 분야는 이제는 대형 쇼핑 플랫폼의 정기배송 서비스로 확장됐다. 기존 구매를 바탕으로 원클릭 구매를 가능하게 한다거나, 비슷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서브스크립션은 구매에서 공유로, 소유에서 이용으로 이동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와도 그 맥이 닿아있다. 넓게 보면 넷플릭스나 왓챠, 아마존 프라임 등의 OTT 역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의 형태를 띠고 있다. DVD를 구매하거나 P2P 서비스를 통해 불법 다운로드를 받던 문화는 어느새 오랜 유물처럼 느껴진다. 수납함 한편에 잔뜩 쌓인 CD들을 보며 소유의 즐거움을 느끼던 감성은 빛바랜 추억이 됐다.


자동차에도 서브스크립션 서비스가 도입됐다. 작년 2월 도요타가 설립한 ‘킨토’는 3년간 1대의 도요타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킨도 원’, 3년간 6종류의 렉서스를 이용할 수 있는 ‘킨토 셀렉트’를 출시했다. 현대차 역시 ‘현대 셀렉션’을 출시했고, 기아차는 ‘기아 플렉스’를 선보였다. 기존 ‘쏘카’나 ‘그린카’와 같은 차량 공유 플랫폼에 이어 제조사들까지 뛰어드는 모양새다.

단순히 다양한 차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의 축적 과정이 된다. 고객이 선호하는 차량, 운전 방식, 경로 등의 데이터를 추적하고 수집하여 다른 비즈니스로까지 추천하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나간다.

인텔의 전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앞으로의 기술은 극도의 개인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집단이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극도로 세분화한 초개인화 시대를 더욱더 부채질할 것이다. 실외 활동이 위축되고 온라인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을 원활히 할 것이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세상은 보다 개개인을 돌보고 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보편화하고, 폐쇄적인 의사소통이 당연시될수록 ‘나’를 알아줄 이는 줄어든다. 그 자리를 초개인화 서비스들이 빠르게 차지할 것이다. 정보 격차를 극복하고 데이터를 영민하게 활용하여 제시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목전에 와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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