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굿 플레이스
[넷플릭스] 굿 플레이스
이제껏 없던 신선함, 로튼토마토 100%의 위엄
  • 김신강
  • 승인 2019.05.18 2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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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성악설? ‘굿 플레이스’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리뷰




[2019년 05월 18일] - 착하게 살면 천국 가고, 악하게 살면 지옥 가고. 근거 없는 말이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건 진정 그러하면? 이라는 깨알 같은 가정 탓이다. 실제 우리는 전생의 악연이 현생의 부부로 환생한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진상아~’를 입에 달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분명 사랑이라는 전제로 만났지만 그러한 내용은 기억에서 사라져 현재는 원망하며 버텨내는 삶은 지옥과 진배없다고 보는 이가 널렸다. 그 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천국 가고 내가 만나고 싶은 대상을 만나 행복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해학으로 풀어낸 넷플릭스 명작 굿 플레이스를 살펴봤다.

범죄자는 아니지만, 생전에 이기적인 성격으로 살아오며 환경운동가를 모욕하고, 친구의 옷을 망쳐놓고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노인들에게 사기를 쳐서 가짜 약을 파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엘리너. 마트에서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게 된 그녀는, 생전에 착하게 산 사람들만 올 수 있는 ‘굿 플레이스’에 실수로 오게 된다. 굿 플레이스의 ‘운영자’인 마이클은 혼란을 막기 위해 엘리너를 그대로 굿 플레이스에 두려고 하지만 각종 소동에 휘말리게 된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선 가수 아이유가 추천한 넷플릭스 드라마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엘리너를 비롯해 세네갈 출신의 윤리학 교수 치디, 파키스탄계 영국 상류층 모델 타하니, 대만 수도승 지안유 4명이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캐릭터들로, 이들 모두는 본래 '배드 플레이스'에 가야 하지만 삶이 뒤바뀌면서 뜻하지 않게 굿 플레이스에 오게 된다. 그래서 원래 악한이던 자신을 선한 사람이라 착각하고 믿게 되는데. 다행인 것은 살아생전 기억을 못 하는 사후 세계의 친절한 배려가 그에게 과거에 행한 수많은 악행을 송두리째 초기화했기에, 그의 사후 연장선은 굿플레이스를 창시한 마이클과 그의 비서 재닛과의 접점이 협력 또는 대치라는 구도를 연발하며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하지만 엘리너가 죽은 후 옮겨 온 굿 플레이스는 그야말로 착하고 이타적인 사람들로 가득한 곳. 마냥 친절하고 좋은 말만 하며, 모든 가게나 건물들은 마치 놀이공원 속 그것들처럼 밝고 아기자기한 톤으로 물들어 있다. 굿 플레이스/배드 플레이스로 나뉘는 기준은 살아오면서 한 모든 행동이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점수로 매겨져 결정되는데, 이를테면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면 +1202.33점, 슬퍼하는 친구를 안아주면 +4.98점, 강물을 오염시키면 -4010.55점, '페이스북'을 동사로 사용하면 -5.55점이 부과되는 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굿 플레이스에 오면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고, 맺어진 커플은 영원히 함께 산다. 악연이던 부부도 이곳에 오면 천생연분 잉꼬부부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행여 꿈에라도 저 인간과 다시 살아야 한다니 라는 생각과 함께 진저리를 칠 가능성 농후하지만, 알게 뭔가! 중요한 건 절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데. 영화는 링컨을 뺀 모든 미국 대통령이 배드 플레이스에 있다거나, 모차르트를 비롯한 대부분 아티스트가 배드 플레이스에 있다는 설정에서 미국적이면서 냉소적인 유머를 느낄 수 있다.

2016년 시즌 1을 시작으로 미국 NBC에서 제작 및 방영되고 있는 판타지 시트콤으로 현재 시즌 3까지 방영되었고 시즌 4 제작이 확정됐다. NBC가 시청률 괴물 ‘빅뱅이론’(CBS) 과 동 시간대에 방영할 정도로 공을 들였던 대표작이다. 본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아니지만, 미국 외 지역에서는 넷플릭스와 라이선스를 체결해 오리지널로 방영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 캐슬’이나 ‘미스터 션샤인’도 한국 외의 지역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굿 플레이스를 위클리포스트의 두 번째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작품으로 선정한 이유는 매우 신선하고 키치한 세계관 때문이다. 전형적인 기독교의 천국/지옥 세계관을 탈피하고, 굿 플레이스에 ‘잘못’ 오게 된 네 명의 주인공과 그들을 통해 밝혀지는 굿 플레이스의 비밀은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신선한 세계관을 설정해 두니,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에피소드 또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와닿는다.

한국 드라마는 언제부터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긴 세월을 뻔한 치정극과 로맨틱 코미디 사이를 줄타기하며 청취율을 고수해왔다. 최근 몇 년간 다양화되었다고는 하나 그 역시도 수사물이나 퓨전 사극, 의학 드라마, 직장인 스토리 등으로 일정한 유행을 타며 식상함을 간신히 달래는 데 머물고 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의 변형 혹은 뻔히 예측 가능한 내용의 재편을 반복하며 피로감을 누적해온 것에 우리는 식상함 그 이상의 갈증을 오랫동안 토로해왔다.

굿 플레이스는 그런 한국 드라마에 익숙한 이들은 물론, 나름 많은 ‘미드’를 섭렵해왔다고 자부할 만한 시청자에게도 신선한 충격 요법이 되어줄 작품이다. 말 그대로 ‘프레시’하다. 사후세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의 개연성이 중요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주연 중 하나인 치디의 윤리 강의를 통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영리하게 드러냈다. 특히 시즌 1에서 설정된 세계관과 반전은 시청자뿐 아니라 극작가나 제작진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될 것임에 차기작을 향한 기대 심리도 높였다.

지극히 한 개인 취향에 따른 편애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실제 굿 플레이스는 로튼토마토에서 시즌 1 91%, 시즌 2 100%, 시즌 3 100%의 평론가 평을 받았다. 평균 97%의 압도적인 지지가 바로 객관적으로 증명된 작품이라는 것의 방증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자주 먹으면 질리는 것처럼 시즌이 거듭할수록 초반의 신선함이 희석되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지는 단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적재적소에 영민한 설정으로 전환을 꾀하고 중간중간 농담처럼 터지는 발상은 굿 플레이스가 추구하는 작품 속 세계관에 집중력을 높이는 센스다.

굿 플레이스는 사실 제목 그대로 ‘착하게 살기’라는 단순한 주제에 불과하다. 이기적인 성격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데 거리낌이 없던 엘리너는 점차 협력적이고, 이타적이며, 심지어 리더십을 가지고 희생을 할 줄 아는 캐릭터로 성장해 나간다. 시즌을 거치며 고대 철학부터 근현대 철학까지 압축적으로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건 보너스다. 특히 시즌 3의 4화는 단 20분 만에 근대 철학을 쉽게 풀어내 작품성과 별개로 극찬을 받기도 했다. 분명 따뜻하고 감동적인 시트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게 되는 힘은 캐릭터들의 성장 과정에 시청자가 쉽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또한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기조를 충실히 다루고 있다. 성 소수자, 여성, 장애인에 대한 오리지널 시리즈의 비중을 높이는 부분에서 비슷한 맥락에 속하는데, 그러한 점에서 보면 충분히 작품 본연의 의미를 높게 평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한국 정서를 거스르며, 다소 불쾌감 혹은 거리감을 두게 만드는 작품으로 편애를 갈등하게 만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굿 플레이스 역시 한국 드라마였다면 종교적 관점에서 논란을 초래할 여지가 농후하나, 이제껏 접하지 못한 신선한 작품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다면 결코 후회가 없을 ‘원픽’ 작품임이 틀림없다. 부디 내년 공개될 네 번째 시즌도 지치지 않고 마음껏 신선하기를 기대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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