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일상화 시대, 자기관리 패러다임 ‘꿈틀’
비대면 일상화 시대, 자기관리 패러다임 ‘꿈틀’
  • 김신강
  • 승인 2020.09.09 2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연이 된 홈트레이닝… 애슬레저 브랜드 급성장

링피트 어드벤처, 저스트 댄스 등 운동 게임 반사이익




[2020년 09월 09일] - 저녁 9시 이후 식당에서 식사할 수 없고,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테이크아웃만 허락하는 일상. 개인 커피숍이라 하더라도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 길 가던 사람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느껴진다. 정부가 10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자 9인 이하의 단위로 무리 지어 모임을 이어가려는 ‘꼼수’가 판을 치고, 실내가 막히자 아직도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가벼이 여기는지 한강에는 삼삼오오 연인과 가족들이 몰려들어 치킨과 맥주를 즐긴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길어지면서 요즘 강남역, 홍대 등 주요 밀집 지역은 황량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공기마저 감돈다. 한 집 걸러 한 집 ‘임대문의’가 크게 붙어있고, 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맛집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전 세계가 집단적 경제 침체기에 들어간 지금, 가장 심각한 분위기의 업종 중 하나는 바로 피트니스 센터다. 이미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부터 사실상 대부분의 헬스장은 문을 닫다시피 했다.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아도 회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고, 마스크를 쓴 채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현실은 차라리 운동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실내 헬스장은 문을 닫았고, 실외 공원 등 공공 체육 시설에 있는 운동 기구들은 사용할 수 없도록 끈이나 천으로 묶여 있다. 사실 정부의 이런 관리가 아니라도 이 시국에 타인이 있는 곳에서 운동하면 안 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이 암울한 시기는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고,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사람들은 정신적인 우울과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음식 배달이 유례없이 호황을 이루게 된 데는 각종 제약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 음식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밖에 나가 운동을 할 수 없고, 갇혀 지내다 보면 느는 것은 사실 살 뿐일지 모르는 현 시국이다. 오죽하면 ‘확찐자(살이 확 쪘다는 뜻)’가 유행어가 됐겠는가. 하지만 자기관리가 너무나도 중요한 현 사회에서 마냥 넋 놓고 코로나19가 물러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체력관리, 몸매관리는 단순한 자기만족이나 미적 욕구를 넘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며,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자아실현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홈트레이닝, 이른바 ‘홈트’는 사실 바깥 운동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팔 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 스쿼트 등 제한적인 근육 운동을 하는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는 홈트를 선택이 아닌 운동을 위한 필수 수단으로 급격히 바꿔버리고 있다.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를 하고자 한다면, 꽤 오랜 기간 동안 다른 선택사항은 사실상 없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 코리아에 따르면 1/4분기 홈트 관련 용품은 작년 동 기간 대비 대부분 매출이 올랐다. 트위스트 운동기구(113%), 에어보드(68%), 아령(29%), 다이어트 용품(19%) 등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된 8월 17일부터 30일까지 트레이닝복 매출이 무려 11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가복 등 애슬레저 전문 브랜드인 안다르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대비 47% 올랐고, 2분기부터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젝시믹스는 250% 뛰었다. 뮬라웨어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의 75%를 상반기에 달성했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몰락하는 동안 애슬레저 브랜드의 전성기가 열린 셈이다.


홈트레이닝 열풍에 따른 헬스용품 매출 급증 현상은 당연히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에 따르면 올해 춘절 기간 요가 매트는 150% 급증했고, 아령 및 줄넘기 판매량도 50~60% 늘었다. 홈트 관련 유튜브 채널 및 영상물도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가 만든 신조어 ‘확찐자’만 검색해도 ‘확찐자 다이어트’, ‘확찐자 홈트’, ‘확찐자 뱃살’ 등 연관 키워드들이 줄을 잇는다.

홈트를 주제로 운영하는 대표 채널들의 경우 구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땅끄부부’의 경우 작년 2월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후 올해 2월경 180만, 그리고 9월 초 기준으로 250만에 육박할 정도의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빡빡이 아저씨’로 유명한 ‘피지컬갤러리’의 경우 더 극적이다. 작년 6월 80만 명 수준이던 구독자가 지금은 270만 명에 육박한다. 불과 1년여 만에 3배가 넘게 뛴 것이다.

구독자가 늘면서 채널의 품질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코로나 특수를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19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콘솔 게임이다. 올해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인 닌텐도 스위치의 ‘링 피트 어드벤처’는 홈 트레이닝을 가장 실질적으로 게임화시킨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정가 8만 원대인 이 게임은 코로나19 공포가 절정에 달하던 지난 3월 품귀현상이 극에 달하며 중고가가 15만 원대, 새 제품 가격이 3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닌텐도 스위치 본체의 가격에 육박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참 사용한 중고를 10만 원대 초반에만 팔아도 ‘고맙다’는 리뷰가 달릴 정도였다. 어느 정도 수급이 안정화되었다는 요즘에도 온라인쇼핑 최저가는 정가를 훌쩍 넘는 10만 원 대 초반에 형성되어 있다. 올해 6월 30일 기준 무려 390만 장이 팔려나갔다. 발매한 지 8개월도 되지 않아 이뤄낸 성과다.

2009년 처음 출시되어 매년 신작을 발매하고 있는 ‘저스트 댄스’ 시리즈의 경우 작년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이 6,700만 장을 돌파했다. 이용자는 1억 2천만 명을 넘는다. ‘피트니스 복싱’의 경우 2018년 12월 처음 출시된 후 1년 만에 50만 장을 달성했는데, 9월에 100만 장을 돌파했다. 신작 특수를 누린 첫 1년 판매량과 이후 8개월간의 판매량이 같은 셈이다.

코로나19로 투자가 얼어붙은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피트니스 관련 비즈니스에는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프라이빗 트레이닝 스튜디오 ‘티랩’을 운영하는 ‘짐티’는 올해 3월 약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액은 60억 원을 넘었다. 약 10평 내외의 공간에서 개인을 위한 맞춤형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코로나19가 위축시킨 사회적 분위기와 맞아떨어진 셈이다.

방탄소년단(BTS)의 트레이너로 알려진 김진우 대표가 설립한 피트니스 스타트업 ‘기븐’은 지난 3월 수억 원의 벤처캐피털 투자에 성공했다. 기븐 역시 가맹점이나 회원 수 확장보다는 소수 정예 퍼스널트레이닝(PT)에 집중하며 현 시국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트 시장은 코로나 특수로 인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고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이 정착되며,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1인 가구를 고착화하고 있는 시대에 사람들이 자기관리를 하는 근본적인 방식이 코로나 이전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해도 무방하다.

운동은 과시의 목적이 아닌 건강의 목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며,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며 체계적인 운동에 대한 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미 데이터를 통해 각 개인에 맞는 맞춤형 운동을 제안하고 점검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코로나19는 이미 초개인화 시대에 맞춰 성장하고 있는 피트니스 시장의 변화 속도를 더욱 가열차게 높일 것이다. 비대면 일상화 시대, 이미 패러다임의 전환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