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고 당당하게 광고하는 크리에이터, 마케팅의 패러다임 지각변동
뻔뻔하고 당당하게 광고하는 크리에이터, 마케팅의 패러다임 지각변동
  • 김신강
  • 승인 2020.09.17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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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광고 앞광고 … 그럴 바엔 대놓고 광고, 정면승부

[시사] 방송인 광희 전면에 내세운 ‘네고왕’ 열풍 들여다보기




[2020년 09월 17일] - 작년 연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1천200개 초,중,고 학생 2만4천783명과 학부모 1만6천495명, 교원 2천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딸면 초등학생 희망직업 3위에 유튜버, BJ 등의 ‘크리에이터’가 올랐다. 프로게이머, 가수, 웹툰 작가 등 비교적 최근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직업군보다 압도적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웬만한 연예인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요즘 10대들은 텔레비전 프라임타임에 나온 사람은 몰라도 구독자 수백만을 가진 BJ는 안다. 시청자와의 직접 소통을 망설이지 않고 실시간 피드백이 일어나는 살아있는 방송에 재미를 느끼고 열광한다. 사실 BTS도 그렇게 떴다.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관종(관심종자의 줄임말로, 타인의 관심을 즐기는 사람을 비하하듯 쓰이는 말)도 재능’이라고 한다. 콘텐츠의 양과 속도가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그리고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트렌드에서는 눈에 띄지 않으면 콘텐츠의 품질과 관계없이 순식간에 사장되기 때문에 일단 ‘튀어야 산다’라는 압박이 심한 것이 크리에이터 시장이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크리에이터를 선호하는 분위기, 방송국의 가이드라인이나 심의를 벗어나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을 타고 유명 연예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다. 초기 구독자 확보에는 평범한 일반인보다 훨씬 유리하지만, 지속가능한 재미를 주지 못해 금방 외면받는 채널이 무수히 많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연예인치고는 비교적 늦게(?) 유튜브에 뛰어든 방송인 광희와 유노윤호를 호스트로 내세운 채널 ‘달라스튜디오’의 열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7일 첫 콘텐츠가 업로드된 후 9월 17일 현재까지 단 12개의 영상이 올라가 있는 이 채널은 구독자가 이미 72만을 넘겼다.

구독자보다 놀라운 것은 각 콘텐츠의 조회수다. 광희와 유노윤호의 콘텐츠가 번갈아 가며 업로드되는데, 광희가 출연한 ‘네고왕’은 평균 조회수가 300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첫 화였던 ‘BBQ’ 콘텐츠는 600만을 넘겼고, 불과 5일 전에 올라온 ‘하겐다즈’ 관련 콘텐츠는 이미 400만을 넘겼다. 현재 방송인 출신 유튜브 채널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장성규 아나운서의 ‘워크맨’ 개별 콘텐츠의 웬만한 조회수를 웃돈다. 조회 수 자체도 높지만, 올라가는 속도가 타 채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국내 인기 유튜버들이 뒷광고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네고왕’은 사실 대놓고 유료광고를 표방하는 채널이다. 숨기기보다 드러내고 광고주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거칠 것 없는’ 광희의 캐릭터가 최적인 셈이다. 광희는 ‘무한도전’, ‘놀면 뭐 하니’ 등 여러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보였지만 대중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캐릭터다. 부정확하고 카랑카랑한 발음으로 쉴새 없이 떠드는 모습에 누군가는 재미있다고 박수를 보내고 누군가는 시끄럽고 피곤하다고 한다.

그런 광희의 캐릭터가 ‘네고왕’의 방향성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유튜브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적어도 지금 유튜브의 분위기만 보면 광희는 유재석이 부럽지 않다. 어딘가 짠하면서도 욕망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모습, 상대가 기업 회장이든 어린 학생이든 뻔뻔하고 당차기도 한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 구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그의 ‘시끄러움’을 시청자들이 반기고 있다.

네고왕이 지금까지 5개의 콘텐츠를 거치면서 거쳐 간 기업은 BBQ, 하겐다즈, 당근마켓 등 유명 기업들이다. 그들의 본사에 찾아가 대표를 직접 만나고 반강제적으로 가격할인 등 이벤트를 끌어내는 것이다. 당연히 사전협의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고, 기업들이 이 채널에 홍보비를 제공했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구독자는 없다.

그러나 광희가 각 기업의 대표를 만나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소비자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고, 때로는 드러눕다시피 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여주고, 대표들이 머쓱해 하거나 곤란해하는 모습이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억지 쓰래 충동적으로 진행된 것처럼 보이는 이벤트는 실제로 기업의 이벤트 상품이 되고, 구독자들은 혜택을 얻기 위해 기꺼이 관련 기업의 홈페이지에 자발적으로 접속한다.


불과 한 달 된 이 작은 채널의 영향력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 첫 회에서 광희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을 만나 치킨 가격에 대한 협상을 진행, BBQ 자체 앱에서 주문 시 한 달간 고객들에게 7,000원 할인을 제공하기로 계약했다.

한 달간 진행한 프로모션 결과, 네고왕 프로모션 이전 약 30만 명이었던 멤버십 가입자 수가 행사 종료 후인 지난 7일 기준으로 7배 증가한 216만 명을 기록했다. BBQ는 자체 앱 고객 수를 늘렸다는 가시적인 성과뿐 아니라 배달 앱 등으로 빠지는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게 되고, 확보한 자체 고객에게 다이렉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게 됐고, 윤 회장의 격의 없는 모습을 600만 회 이상 송출해 이미지 제고의 효과를 거뒀다.

하겐다즈의 경우 광희와 김미조 대표가 만나 전국 편의점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전 제품 2+1행사를 한 달간 진행하기로 했고, 방송일인 11일부터 1주일간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2+1 상품을 구매할 시 미니 컵 2개를 추가로 증정하기로 했다. 이 영상이 공개된 후 하겐다즈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했고, 하겐다즈는 공식 입장을 내고 “예상보다 20배 이상의 주문량으로 인해 하루 배송 최대치의 물량을 초과하게 돼 배송이 지연되게 됐으며 일부 품목의 일시 품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급기야 사이트 이용 문제가 생기면서 이벤트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9월 12일 오후 1시 이후에 하겐다즈를 주문한 고객은 11월 이후에 받을 수 있다. 하겐다즈는 하염없이 늘어난 배송기간에 대한 사과의 표현으로 1개의 품목을 추가로 증정하기로 했다. 네고왕 현상은 단순히 유튜브 인기 채널이 하나 늘어난 것이 아니라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대 사건이 되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이 네고왕 출연을 위해 홍보비를 늘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 모든 일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일어난 것이다. 코로나19가 부른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 마케팅의 파괴력을 증명한 셈이다. 기업을 홍보한다는 접근의 시작은 인기 채널인 ‘워크맨’과 같나, 워크맨이 아르바이트를 콘셉트로 내세워 상업적인 색채를 덜 드러내지만, 네고왕은 아예 ‘프로모션’이라는 지극히 노골적이고 상업적인 방향을 내세워 대성공을 이끌고 있다.

좋은 제품을 당당하게 ‘싸게’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광희의 ‘뻔뻔함’, 그러면서도 선을 지키는 방송인 특유의 노련함, 재기발랄한 제작진의 자막 등 편집 능력이 더해지며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네고왕 현상은 지금껏 ‘아닌 척’, ‘깨끗한 척’, ‘돈에 관심 없는 척’ 하다 곤란한 지경에 처한 다른 크리에이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솔직함을 밉지 않게 연출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광희가 증명하고 있다. 유료 마케팅은 죄가 아니다. 기업과 크리에이터의 공생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지금 시대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재미를 추구하며 ‘우리 제품 사주세요’를 외치는 크리에이터를 환영하고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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