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철들다’ 자전거 유튜버 오리왕 김나희
‘길 위에서 철들다’ 자전거 유튜버 오리왕 김나희
  • 김현동
  • 승인 2020.09.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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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찾은 지혜 ‘조금 느려도 괜찮아’

[인터뷰] 길 위에서 철들다. 유튜버 오리왕 김나희




[2020년 09월 02일] -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요즘 20대 청춘이 수시로 듣는 말이란다. 안정된 직장도 명확한 미래도 뿌옇던 일상에서 모처럼 숨 돌릴 여유를 찾노라면 주변에서 득달같이 달려들어 애걸복걸 잠시 기대는 것조차도 나무라는 성화에 숨이 막히는 분위기 말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나온 한 문장 ‘너나 잘하세요’는 그들 청춘의 진솔한 마음을 대변한 문구라고.

누구 말처럼 앞만 보고 무작정 나아가는 것이 진정 옳은 걸까? 그럴싸한 명패 하나 달고 큰소리치는 삶이 성공한 걸까? 그 점에 있어 요즘 세대는 단호하게 NO를 꺼낸다. 남의 시선 보다 나의 주관이 옳다고 따지는 걸까? 아니, 보이는 것에 열정을 쏟느라 바로 지금을 포기하던 과거 세대의 심리에 거부감을 드러낸 거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 행복해야 나중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신세대의 논지는 다소 직설적이고 때로는 충동적으로 보였겠지만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기에 그릇됨보다는 응원으로 받아줄 것을 요청한다. 게다가 조금 돌아가면 어떠한가? 경험하면서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 아니던가!

오랜 시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비자발적인 실직을 하고 한동안 다음 스텝을 모색하던 그녀는 유튜브 세상에서 오리왕이라는 필명으로 활동에 돌입한다. 자전거 헬멧에 오리 형상 펜던트를 부착하고 달릴 때마다 착용한 것이 시초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걸까? “예뻐 보였어요”라는 단순한 이유를 무심하게 내뱉는다. 그랬던 단순함이 그녀의 인생에 전환점이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단다.

어느 날 불현듯 ‘국토 종주 가볼까?’라며 들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인터뷰까지 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충동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주저할 이유도 딱히 없었어요. 일단 가보고 나서 생각하자고 마음먹으니 못 할 것이 없더라고요. 생각 같아서는 친한 지인과 같이 가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면 자꾸 늦춰질 것 같았어요.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해 떠났는데, 떠나고 나서 깨달았죠. 아...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구나~(웃음)”

미래를 위해 나아가다.
느리지만 차분히 단계별로
유튜버는 하나의 과정
자전거를 통해 배운다.

기간은 총 5박 6일. 서울에서 부산까지 향하는 긴 여정은 자전거에 올라타는 것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만만하게 봤다는 것이 솔직한 속내였다고. 오래전 내일로 기차여행길을 미니벨로 한 대 끌고 가던 기억에 얕본 것이 탈이었다. 한 번 올라타면 돌아가고 싶다고 돌아가기도 쉽지 않던 여행길이었기에 시작은 기쁨과 설렘만 가득했건만 곧이어 그 자리는 두려움과 답답함이 대신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날도 부지기수였다고.


잘 달려도 여의치 않던 일정에 펑크가 3번이나 앞길을 가로막았고, 그럴 가능성을 염두하고 준비했던 도구는 교체가 불가능했으며, 이리저리 손쓸 도리 없이 좌절하던 순간순간을 이겨낸 것도 지나서 보니 다 값진 교훈이 됐다. 하염없이 내리던 비를 맞으며 간신히 숙소를 찾아가기도 했고, 다음 일정에 맞추려다 보니 어두컴컴한 밤길을 두려움에 맞서 나아갈 당시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다고 표현한다. 낙차에 넘어지면서 위험한 고비도 여러 번 겪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간신히 숙소에 도착해 국민 간식 치킨 한 마리 뜯으며 허기진 배도 채워봤고, 자전거 수리하던 와중에 우연히 얻어먹게 된 물회는 세상 부럽지 않던 한 끼였단다. 준비해간 전투식량에 물이 없이 발을 동동 구르던 그 순간 캠핑 온 중년의 부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는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들어간 총비용 56만 원. 적잖은 비용을 국토종주라는 과정을 완수하며 소진했다.

하지만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건 자전거 한 대 끌고 떠난 단순한 여행길에서 가만히 있었더라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귀한 체력, 그리고 정신력 마지막으로 자신감이 충만해 돌아올 수 있었다고. 주저하다가는 다음 일정을 기약할 수 없기에 무작정 떠난 길 위에서 오리왕 유튜버 김나희는 홀로 세상에서 버티는 법을 온몸을 통해 체득했다고 회상한다. 마치 그것이 우리네 인생과도 같았다고.


여자라서 안 되고, 여자라서 이래야 하고, 여자라서 저래야 하고. 라는 세상의 편견을 온몸으로 마주하면서 한층 성숙한 계기였다. 그래서였을까 인터뷰 내내 하고 싶은 말을 당차게 내뱉는 모습에서 그 나이 또래 청년보다 단단함이 느껴졌다. 비자발적인 실직이 유튜버를 시작한 계기였지만 그로 인해 앞으로 살아갈 자신감을 충전한 오리왕 유튜버 김나희의 표정에 그늘이 없는 이유다.

그러며 외친 한 마디는 조급하게, 다급하게, 재촉하지 말라는 거다. 국토 종주를 단지 빨리 완수하기 위해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렸다면 지금 생각하고 습득한 것을 체감할 수 있었을까?를 떠올린다. 그 과정이 무한 경쟁 시대를 연상케 하니 결과 하나만 중시하는 이 사회에서 많은 이가 좌절을 숨죽여 인정하고, 오직 하나뿐인 승리자를 향해 자축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순리와 다를 게 없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 걸어가는 하나뿐인 소중한 인생인데 그럴 필요가 있냐는 거다.

모두가 빨리 빨리 만 외칠 때 김나희는 느려도 괜찮아를 고수하며 쿨한 자세로 제 갈 길을 걷겠다는 당찬 소신은 하루하루 힘겨워 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청춘의 그릇됨을 향한 반기다. 느리게 걸을수록 더욱 선명하게 보였던 길 위에서 마주하던 경험이 그녀에게 인생을 사는 지론이 된 것이다. “조급하게 생각해 봤자 상처받는 건 자신이에요. 지금은 유튜버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제게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어요. 그 상황이 되면 그 분야에 또 적응하겠죠. 그 때에도 저는 길 위에서 마주한 경험을 교훈 삼아 나아갈 거에요.”

길 위에서 터득한 인생
치밀한 준비와 계획은 필수
무턱대고 출발하지 마세요.
저처럼 고생부터 합니다.

영상이 업데이트될수록 오리왕 유튜버 김나희의 일상도 톡톡 튀는 개성으로 가득 차고 있는 건 또 하나의 효과다. 국토 종주를 끝으로 보고, 듣고, 습득한 경험은 콘텐츠로 완성되어 누군가의 국토 종주 대장정에 활용서가 됐다. 초반 1년은 꾸준히 영상 업데이트에 보냈고, 활동 내용으로 빼곡히 채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증가하는 구독자 숫자를 마주할 때마다 답답하던 마음도 뻥 뚫린 기분이란다.


스마트폰으로 편집하다가 이제는 노트북으로 장비도 업그레이드했다. 일명 장비빨 효과를 이제야 체감하고 있다. 당연히 작업 효율이 더 상승하였건만 예고 없이 다가온 목디스크라는 암초는 그의 활동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좌절할 오리왕이 아니다. 국토 종주로 단련한 체력은 빠른 회복을 도왔고 빙수 맛집, 의암호 라이딩, 우이동 배달하기 그리고 광복절에는 전통 복장으로 의미 있는 장소를 들려 독립운동가의 정신도 기렸다. 모두가 자전거 한 대로 이룬 결과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이때 자전거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예전 같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데는 여전히 제약이 따른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제아무리 야외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라지만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는 소신은 그녀에게 실내에서 로라를 굴리게도 했다. 덕분에 남을 먼저 배려하고 공동체 의식을 존중하며 나의 행복을 위해 미래가 아닌 지금을 중시하는 젊은 청년 유튜버 오리왕 김나희의 삶은 앞으로 더 멋지게 빛날 예정이다.

“앞으로도 유튜버 활동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제 채널을 구독하시면서 정보도 얻고 재미도 터득할 수 있게 만들어가려고 해요. 구독자께서 오리왕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요. 국토 종주 다녀와 보니 대한민국 자전거 길이 예상보다 잘 되어 있다는 점을 느꼈어요. 오히려 갖춰진 시설보다 이용률이 저조한 것 아닌가 싶어요. 아직은 분위기가 많이 위축되었지만, 어서 빨리 예전과 같이 활기참이 가득한 자전거 문화를 마주할 수 있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아울러 오리왕 유튜버 구독과 좋아요~ 눌러주실거죠!”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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