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스펙을 굳이 드러내지 않은 와이파이 7 공유기
무선 공유기 시장에서 아이피타임(ipTIME)은 설명이 필요 없는 브랜드다. 눈에 띄는 디자인이나 공격적인 마케팅 없이도, 설치 현장과 일반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문제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성능이 부족하지도 않고, 설정이 까다롭지도 않으며, 장시간 사용해도 큰 변수 없이 동작한다.
아이피타임의 제품은 항상 비슷한 방향을 취해왔다.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가져오지는 않지만, 충분히 검증된 시점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한다. 와이파이 5에서 6으로 넘어갈 때도 그랬고, 6E 역시 제한적인 환경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 흐름에서 보면 BE9400QCA는 의외로 빠른 편에 속한다. 아이피타임이 와이파이 7을 메인 라인업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이피타임 BE9400QCA는 와이파이 7의 핵심 요소를 빠짐없이 갖췄다. 6GHz 대역을 포함한 트라이밴드 구성, 320MHz 채널 폭, 4096-QAM까지 지원한다. 열거한 특징만 보면 고급형 공유기에 해당하지만, 가격은 16만 9,000원 수준. 이렇게 싸다고? 말 나올만 하다. 무선은 2Tx-2Rx에 유선 역시 최대 2.5Gbps 대응 WAN 포트까지 갖췄다.
현재 우리내 인터넷 환경을 감안하면 과분한 구성이다. 다수의 기가비트 이상 회선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병목 없이 처리할 수 있고, 클라이언트 기기 역시 아직은 2Tx-2Rx 구성이 주류다. 이는 ‘와이파이 7을 처음 써보는 사용자’를 위한 실사용자용 공유기라는 설명도 된다. 플래그십을 자처하지도 않고, 실험적인 성격도 아니다. 대신 기존 아이피타임 사용자가 부담 없이 차세대 규격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한 실용 지점을 저격했다.

◆ 아이피타임 BE9400QCA 유무선공유기
무선 규격 : BE9400 (Wi-Fi 7)
유선 속도 : WAN 2.5Gbps ×1 / LAN 2.5Gbps ×4
SoC : Qualcomm IPQ5322 / 쿼드 코어 / 1.5GHz
메모리 : DDR4 1GB
무선 구성 : 트라이 밴드 (2.4GHz · 5GHz · 6GHz)
지원 규격 : 802.11be · 802.11ax · 802.11ac · 802.11n · 802.11g · 802.11b · 802.11a
안테나 : 외장 6개 / 최대 감도 5dBi
유선 가속 : 하드웨어 NAT / NAT 처리 성능 최대 5Gbps
점보 프레임 : 9KB 지원
확장 포트 : USB 3.x 5Gbps ×1
USB 기능 : FTP 서버 · SAMBA · 미디어 서버
외장 장치 : 외장 스토리지 · 프린터 서버 · 스마트기기 충전 지원
네트워크 기능 :
Mesh(EasyMesh) · MU-MIMO · OFDMA · 빔포밍
IPTV · DDNS · DLNA · WOL · VPN · QoS
모바일 관리 앱 · 모바일 UI · 자녀 보호 기능
버튼 : WPS 지원
크기 · 무게 : 249 × 207 × 97mm / 1.342kg
가격 : 16만 9,000원




1. 안테나가 무려 6개, 주어진 역할이 있다.
아이피타임 BE9400QCA 유무선공유기의 디자인은 익숙하다. 아이피타임 특유의 무광 화이트, 직선 위주의 단정한 형태,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외형은 기존 아이피타임 제품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늘 보던 아이피타임 공유기”라는 인상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단순히 세대 교체 모델이 아니라는 점을 곧바로 체감하게 된다. 크기와 두께, 그리고 전체적인 비율에서 이전 중급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본체는 낮고 넓다. 높이도 기존 비슷한 형태의 제품군 대비 두께가 제법 있다. 높이는 올리고 상판 면적도 넓히는 방식인데, 제법 특이한 모습이다. 사실 냉각 효율도 높여야 하지만, 뿔난 것 마냥 치솟은 6개의 안테나 배치를 고려한 결과다. 손에 들었을 때 묵직한 무게감도 느껴진다. 가볍게 책상 위에 올려두는 소형 공유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전원이 인가된 이후 장시간 운용되는 네트워크 장비라면 본디 이래야 한다.를 알리는 느낌이다. 사실 아이피타임은 이번 제품을 엔트리급 와이파이 7이 아닌, 상위 라인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상단 중앙에서 측면에는 대형 통풍구가 자리한다. 미적인 요소라면 숨기는 것이 보다 깔끔했겠지만 기능성을 중시하다 보니 과할 정도로 도려낸 상황. 무려 상판의 1/4 가량을 차지할 정도이기에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배출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냉각 효율이 중요하다면 팬을 사용하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팬은 사용하지 않는 패시브 쿨링방식이다. 왜 이렇게 했을까? 의 의구심을 가져볼만 하다. 이는 와이파이 7 공유기가 기존 세대보다 연산량과 전력 소모가 늘어나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 발열 설계는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상단의 통풍구가 만들고 싶어서 만든것이 아닐수도 있겠다.

측면 디자인은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돼 있다. 세로로 배치한 미끄럼 방지 고무 패드는 설치 안정성을 고려한 디테일로, 공유기를 눕혀서 사용하는 환경뿐 아니라 세워서 배치하는 경우까지 염두에 둔 구성이다. 본체 크기와 무게를 감안하면, 설치 위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밀림이나 흔들림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전면부에는 LED 상태 표시등이 일렬로 배치돼 있다. 은은하게 퍼지는 LED 상태값은, 상태 확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한다. 요란한 RGB나 장식적인 연출은 일정 없는 정제된 외형이다. 덕분에 야간에도 행여나 빛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다. 전체적으로 BE9400QCA의 디자인은 ‘보여주기 위한 하이엔드’와는 거리가 있다.


외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단연 6개의 외장 안테나다. 요즘은 고급형 공유기라도 안테나를 내부에 숨기는 경우가 많지만, BE9400QCA는 오히려 외장 안테나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혹시 단순히 ‘안테나가 많아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닐까? 사실 트라이밴드 구조에서 각 대역을 안정적으로 분리하고, 동시에 다양한 방향으로 신호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안테나 배치는 성능 구현에 있어 필수 요소다.
6개의 안테나는 전·후·좌·우로 비교적 균형 있게 배치돼 있다. 사용 환경에서는 공유기가 항상 집의 정중앙에 설치되는 경우가 드물다. 벽 쪽에 두거나, 한쪽 구석에 혹은 어딘가에 쳐박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안테나 배치에 따라 특정 방향 신호가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BE9400QCA의 안테나 설계는 일상에서의 설치 환경을 전제로 한 결과물이다.
참고해야 할 부분이라면 와이파이 7 환경에서는 2.4GHz, 5GHz, 6GHz 대역이 동시에 운용된다.
게다가 각각의 대역은 특성이 다르다. 2.4GHz는 도달 거리가 길고 장애물에 강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5GHz는 균형이 좋으며, 6GHz는 가장 빠르지만 도달 범위가 짧다. 서로 다른 성격의 신호를 하나의 공간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안테나가 제역할을 해내야 한다.
아이피타임 BE9400QCA는 2Tx-2Rx 구성을 채택했다. 현재 보급된 클라이언트 기기 환경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특정 대역의 속도를 과도하게 끌어올리기보다, 여러 대역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여러 기기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동시에 접속하는 환경에서는, 균형 잡힌 안테나 배치가 체감 품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참고로 벽걸이 홀은 제공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정도 크기와 무게의 공유기를 벽에 거는 것은 딱히 추전하지 않는다.
2. 와이파이 7(Wi-Fi 7, 802.11be) 공유기로써 갖춰야 할 기본기
본 리뷰는 TECH 커뮤니티 '빌런 = https://villain.city/ ' 벤치마킹팀과 공동 진행되었습니다.
와이파이 7은 기존 무선 규격의 연장선에 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인 형태다. 가장 큰 변화는 대역폭이다. 6GHz 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채널 폭은 최대 320MHz까지 확장됐다.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늘어나면서, 속도 자체가 달라진다. 여기에 4096-QAM 변조 방식이 더해져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와이파이 6이 효율과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와이파이 7은 분명하게 속도를 이야기한다.
아이피타임 BE9400QCA는 이 와이파이 7의 방향성을 그대로 따른다. 사용된 SoC는 퀄컴 IPQ5322다. 쿼드코어 구조에 1.5GHz로 동작한다. 수치만 보면 과시적인 사양은 아니다. 대신 트라이밴드 환경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무선 트래픽을 처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칩셋이다. 6GHz 대역에서 고속 전송이 이뤄지는 동안 5GHz와 2.4GHz 대역이 함께 동작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순간 성능보다는 지속적인 처리 능력을 중시한 성격이다.
메모리는 DDR4 1GB가 탑재됐다. 가정용 공유기 기준으로 보면 넉넉한 편이다. 단순히 인터넷 서핑만 하는 환경이라면 이 정도 메모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와이파이 7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송 속도가 빨라질수록 패킷 처리량도 함께 늘어난다. 여기에 여러 단말이 동시에 연결되고, 각종 네트워크 기능이 병행되면 메모리 여유는 곧 체감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고속 전송 중에도 지연이나 끊김이 잘 발생하지 않는 이유다.
트라이밴드 구성은 사용자가 체감하는 변화로 직결된다. 2.4GHz, 5GHz, 6GHz 대역이 동시에 열려 있고, 각 대역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 6GHz는 고속 전송을 담당한다. 같은 공간에서 최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연결하면 전송 속도 차이가 즉각적으로 느껴진다. 5GHz는 속도와 호환성의 균형을 잡는다. 와이파이 6 기반 단말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끌어낸다. 2.4GHz는 거리가 멀거나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 기본 연결을 책임진다.
중요한 점은 사용자가 이 모든 것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유기가 알아서 대역을 분산한다. 속도가 필요한 단말은 빠른 대역으로, 그렇지 않은 단말은 하위 대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전체 네트워크 효율이 유지된다. 체감은 빠르지만, 관리 부담은 늘어나지 않는다.
기능 구성은 사실상 빠질 것이 없다. 메시 네트워크, MU-MIMO, OFDMA, QoS, VPN, IPTV, DDNS, WOL, 자녀 보호 기능까지 가정용 네트워크에서 요구되는 요소는 대부분 포함돼 있다. 특정 기능 하나를 내세우기보다는, 공유기를 집 안 네트워크의 중심 장치로 쓰는 데 필요한 조건을 고르게 채웠다.
확장 포트 활용도도 명확하다. USB 3.x 포트는 외장 스토리지를 연결해 간이 NAS처럼 사용할 수 있다. 파일 공유나 미디어 서버 용도로 쓰기에 무리가 없다. 고성능 서버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지만, 집 안에서 자주 쓰이는 용도는 충분히 커버한다. 무선 속도가 빨라질수록 내부 데이터 이동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확장 포트는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완한다.
보안 역시 기본을 충실히 챙겼다. 방화벽, 접근 제어, VPN 설정 등 가정 환경에서 필요한 수준은 모두 제공한다. 모바일 관리 앱과 원격 관리 기능도 포함돼 있어 관리 부담은 크지 않다. 설정 과정에서 막히는 지점도 거의 없다.






UI 구성은 기존 아이피타임 사용 형식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메뉴 구조도 익숙하고, 한글 설명은 여전히 친절하다. 새로운 규격을 지원하지만, 사용 방식까지 새로 학습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같다. 아이피타임 공유기에 대해 우리가 국민 공유기라고 표현하는데, 괜히 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하면, 와이파이 7은 빠른 규격이고 아이피타임 BE9400QCA는 그 속도를 전제로 설계된 공유기다. SoC와 메모리, 트라이밴드 구성, 기능과 UI까지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기존 아이피타임 사용자는 부담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최신 단말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그 차이를 비교적 분명하게 체감할 수 있다.
3. 미래 기술? 아니 26년을 대비하는 현명한 소비
25년 12월 말 기준. 공유기는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다. 브랜드도, 가격도, 스펙도 제각각이다. 사용자는 늘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된다.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굳이 더 비싼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있는지 말이다. 실제로 일상적인 사용 환경만 놓고 보면, 공유기 간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몇 대를 연결해 웹 서핑과 영상 스트리밍을 즐기는 정도라면 대부분의 공유기가 큰 불만 없이 제 역할을 해낸다.
그렇다면 아이피타임 BE9400QCA 유무선공유기를 선택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곧 사용 환경을 돌아보는 지점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연결만 되면 되는지, 아니면 네트워크 품질 자체가 중요한지에 대한 고민이다.
와이파이 7이라는 규격은 모두에게 필요한 기술은 아니다. 아직 이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단말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의미 없는 기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네트워크 장비는 한 번 구매하면 비교적 오랜 기간 사용하는 제품이다. 지금 당장 체감이 크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사용 환경을 고려하면 여유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최신 스마트폰, 노트북, 고성능 데스크톱을 사용하는 환경이라면 그 차이는 점점 분명해진다.

아이피타임 BE9400QCA는 이런 변화를 전제로 한 공유기다. 최신 규격을 지원하지만 사용 방식은 익숙하다. 설정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UI 역시 기존 아이피타임 제품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면 별도의 학습이 필요 없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진입 장벽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보다 나은 통신 환경이 필요한 사용자라면 선택지는 더욱 명확해진다. 네트워크 지연에 민감한 게이밍 환경, 동시에 여러 기기가 접속하는 가정, 업무 효율을 위해 안정적인 무선 환경이 필요한 사무 공간에서는 공유기 성능이 체감으로 이어진다. 이때 BE9400QCA의 트라이밴드 구성과 와이파이 7 지원은 단순한 스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빠른 속도뿐 아니라, 동시에 여러 작업을 처리하는 상황에서도 네트워크 흐름이 무너지지 않는다.
가격 역시 중요하다. 와이파이 7 공유기는 아직까지 고가 제품이 많다. 그런 점에서 20만 원 미만의 가격대는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차세대 규격으로의 교체를 고민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무조건적인 가성비를 내세우기보다는, 기술과 가격 사이의 균형을 맞춘 선택지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물론 모든 사용자에게 필요한 제품은 아니다. 현재의 사용 환경에 만족하고 있고, 네트워크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서둘러 교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의 사용을 고려해 보다 빠르고 여유 있는 무선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아이피타임 BE9400QCA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최신 규격을 안정적으로 도입하고 싶다면, 그리고 익숙한 사용 경험을 유지하고 싶다면 말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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