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답 없는 그래픽카드 대란, 채굴 기능 제한이 능사인가?
[이슈+] 답 없는 그래픽카드 대란, 채굴 기능 제한이 능사인가?
  • 김현동
  • 승인 2021.05.17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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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17일] - 심각하다 못해 처참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그래픽카드 시장. 중요한 것은 비현실적인 그래픽카드 시장 상황으로 인해 PC 시장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 터무니없는 가격에 수량까지 없다 보니까 구매 수요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대부분 조립 PC 판매점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다수 소비자는 구매 자체를 포기해버렸다.

쉽게 말해 용산 분위기는 그야말로 을씨년 스럽다. 주문이 들어와도 조립할 그래픽카드가 없다.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양쪽 모두가 당혹스럽다. 심지어 정단 가도 무너진 지 오래다. 사실상 그날그날 매겨지는 시가로 거래되는 실상이다. 수입사도 곤욕스럽다. 계약금을 걸고 주문이 되어도 공장에서 컨테이너에 넘기는 날 기점으로 계약서 금액이 달라져 있단다.


현재 그래픽카드 수요 대부분은 소비자가 아닌 채굴 시장에 집중되어 있다. 이더리움과 일부 GPU 기반 채굴 암호화폐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얼마를 들여도 채산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가 공장에서 생산되는 족족 팔려나가는 이유인 데다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배경이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소비자는 가격이 2~3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못해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와중에 국내 시장 내에서는 하나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바로 가까운 시일 내에 수입되는 그래픽카드에는 채굴 성능을 하드웨어 상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최근 출시된 지포스 RTX 3060은 초기에 채굴 성능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허무하게 뚫리면서 엔비디아의 의도가 빛을 잃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아예 그래픽 프로세서 자체가 해당 연산 성능을 제한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이 변화는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RTX 3060의 실패, 엔비디아가 꺼낸 카드는 바로...
그래픽 프로세서 자체에서 채굴 성능을 제한하는 것


기본적인 성능 자체가 뛰어난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엉뚱한 곳에 동원되고 있다. 규모가 물량 단위다. 전 세계적으로 채굴 붐이 활황이고, 이들 지하 경제로 그래픽카드 수요의 대부분이 스며들어간다. 시장에 제품은 사라졌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작년과 올해가 똑같다. 때문에 699달러로 국내 시장에서 약 100만 원대 전후로 판매되었을 지포스 RTX 3080은 현재 200만 원대 중후반에, 599달러로 약 70만 원대 수준이었을 지포스 RTX 3070은 100만 원대 후반으로 제시된 상황.

심지어 이전 세대 그래픽카드도 귀한 몸 대접받고 있다. 그나마 있는 물량조차도 덩달아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때 지난 제품이 신품처럼 들어오기도 한다. 이 조차도 없어서 발을 구르는 형국이다. 잘 팔리는 건 좋지만 불똥이 튀고 있으니 엔비디아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를 최대한 막기 위해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3060에서 채굴 성능을 50%가량 낮췄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암호화폐 채굴 성능을 제한한 것이다. 이는 큰 반향을 불러왔다. 성공한다면 향후 다른 그래픽카드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기대는 삼일천하로 끝났다. RTX 3060은 지금도 암호화폐 채굴용 그래픽카드로 인기를 얻고 있다. 펌웨어나 드라이버 등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제한은 의미가 없음을 보여줬다.

시장에 들리는 소문인 ‘하드웨어식 채굴 성능 제한’은 어떻게 보면 마지막 희망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실패하면 암호화폐 채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현세대 및 차세대 그래픽카드 구매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최후의 보루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래픽 프로세서(하드웨어)가 암호화폐 채굴을 제한할까? 현재 채굴에 쓰이고 그 가치가 높은 것을 꼽는다면 단연 이더리움일 것이다. 이들은 이더해시를 바탕으로 하는데, 관련 명령어를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성능을 낮춰 채산성이 나오지 않도록 제한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채굴 제한도 좋지만, 말도 안 되는 가격이 걸림돌
다양한 형태로 문제를 극복하는 시도가 이어져야...


AMD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엔비디아는 적어도 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시장에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물론,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의 채굴 성능을 제한하고 자연스레 그 수요를 전용 채굴 카드인 CMP(Crypto Mining Processor)로 유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수익창출 방법이다. 이런 청사진이라도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나름대로 과감한 결단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현재의 하드웨어식 암호화폐 채굴 제한은 좋은 대안 중 하나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채굴 제한이 여러 방법 중 하나인 것이지 절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엔비디아와 그래픽카드 제조사간 조율도 필요하다. 소비자 시장과 암호화폐 채굴 시장으로 출고되는 물량을 조절하거나 시장 균형을 유지하는 관리적 측면도 필수적이다.

가격도 문제다. 암호화폐 채굴 성능을 제한했지만, 가격 자체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기에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 회복이 요원한 상황. 상승할 대로 상승해버린 시세에 기반해 판매한다면 시장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생산이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를 조율하는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과연 우리는 이 대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드웨어 채굴 제한이 적용된 그래픽카드의 도입 시기 이후가 중요하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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