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타고 PC 부품 공급차질, 도미노 가격 상승 장기화 우려
코로나19 타고 PC 부품 공급차질, 도미노 가격 상승 장기화 우려
  • 김신강
  • 승인 2021.02.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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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02일] - 비대면 시대를 맞아 재택근무 등의 이슈로 수요가 폭발한 PC 부품 시장이 심상치 않다. 태블릿 PC의 등장, 노트북 성능의 안정화, 스마트폰 기술 발전 등으로 정체되던 데스크톱 PC는 정상적인 근무와 교육이 불가능해지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나면서 급격히 고사양화되고 있다.

너나 나나 새 PC를 사거나 업그레이드를 하고자 하는 니즈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부품시장이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유통업체의 막강한 권력 앞에 ‘단가 후려치기’의 희생양이 되고 있던 제조사들이 힘을 갖게 됐다. 전 세계의 경제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글로벌 팬더믹이 제조업의 부활을 부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냥 떨어지기만 하던 반도체, 즉 메모리 가격은 PC용 DDR4 8Gb 기준으로 지난달 26일 개당 3.53 달러로 불과 두 달 전에 비해 무려 23.9% 상승했다. 서버용 DDR4 32Gb 역시 115달러로 전달 대비 4.55% 올랐다. D램의 경우는 PC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는 탄탄하다. 당분간은 상승세를 막기 어려워 보인다.


PC 시장의 고사양화를 주도하고 있는 지포스 RTX30 그래픽카드는 작년의 마스크가 부럽지 않은 상황이다. 출시가 대비 평균 2배 정도 올랐는데, 구매하려고 해도 죄다 품절이다. 시그니처 모델인 RTX 3080의 경우 작년 2월 99만 원 선이던 것이 180만 원에도 구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 직구를 하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게임이 고사양화되는 것도 있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가상화폐로 몰리면서 GPU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들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연산 과정을 하려면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수품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주요 공장 가동률이 100%로 생산을 최대치로 뽑아내고 있지만, 도저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RTX 20 시리즈의 단종도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 중에 하나다. 엔비디아는 적어도 4월까지는 이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이면 PC는 수요가 없는 ‘저가 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던 가트너의 5년 전 전망은 한순간에 우스워져 버렸다. 문제는 PC 부품 가격이 내려갈 요인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PC 구성의 핵심 요소인 그래픽카드가 품귀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물류비까지 엄청나게 올라버렸다. 결정적으로 비행기가 잘 안 뜬다.

우체국 기업화물의 경우 한국에서 미국까지 통상 3~4일이면 도착했는데 요즘은 짧아야 1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도 간다. 게다가 코로나19 명목으로 특별 수수료까지 받고 있다. 높아진 물류비는 제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올해 시작과 함께 3,000 지수를 돌파한 코스피에서 보듯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 거래 급증과도 같은 흐름이다.

비트코인은 1월 한때 4천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가 쉽게 물러가지는 않을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채굴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리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디스플레이도 예외가 아니다. 32인치 LCD 패널은 작년 6월 대비 94% 이상 올랐다. 43~65인치 가격 역시 30~60% 올랐다. 비대면 시대에 TV 수요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드라이브로 가격이 폭락하던 LCD가 한순간에 귀한 몸이 됐다.

불과 작년 초까지만 해도 LCD는 사양산업 취급을 받고 있었고, LG가 OLED에 올인한 이유도 중국과 가격 경쟁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임을 상기하면 새삼 상전벽해다. 가격 상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파워서플라이까지 난리다. RTX30시리즈에 대응하는 750W 이상의 대용량 제품은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파워서플라이의 경우 그래픽카드 품귀에 따른 간접 수요의 증가라 할 수 있지만,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전망이기 때문에 역시 당분간은 계속 오를 확률이 높다.

이제는 쇠퇴할 일만 남았다고 하던 PC 부품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것은 어찌 보면 제조업의 활성화, 일자리 증가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부담이 전에 없이 높아진 것은 일반인 입장에서 반길 일만은 아니다. 곧 신학기가 시작될 텐데 작년의 대혼란을 겪은 학교, 학생, 교사들은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부품 부족에 시달리는데 엄청난 수요 폭발이 예고돼 있다. PC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PC를 가장 구하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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