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게임스탑 공매도 사태, 반면교사 삼을 수 있을까
美 게임스탑 공매도 사태, 반면교사 삼을 수 있을까
  • 김신강
  • 승인 2021.02.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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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04일] - ‘공매도 금지 한시적 연장… 버블과 세력 사이 정부 고민 깊어져’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변동성이 커지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여유자금이 갈 곳을 잃어버리자 주식으로 돈이 밀리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최근 10년 이상 1,000대 후반에서 2,000대 중반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다 작년 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순식간에 3,000을 돌파했다.

미국 나스닥 지수도 사정은 비슷해 작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거치며 13,000대를 넘어서고 있다.


순식간에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이 늘어나자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모여서 나누는 대화 내용도 주식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은 부동산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은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주식에 올인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연일 오르는 부동산에 대한 박탈감 등이 더해지며 일종의 해방구처럼 주식시장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주식이 세상 관심사의 중심이 되면서 최근 부쩍 관심을 받고,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공매도다.

일반적으로 구매한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는 것과 달리,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넣고, 주가가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사서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결제일을 정해놓고 주식을 빌렸다가 나중에 갚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게 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고 매수하는 투자자와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매수하는 투자가가 공존하게 되어 주식 가격의 버블을 막고 주가가 실제 가치에 수렴하도록 도와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데 기여한다.

주가가 오르면 당연히 투자자는 주식을 팔고자 할 텐데, 공매도가 없이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만 주식 시장에 모여 있으면 주식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공매도는 유동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회사의 주가가 내려가야 돈을 버는 세력이 존재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경영활동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고, 보다 건전한 경영활동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명확한 순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시선은 차갑다.

우선 주식을 ‘빌려서’ 샀다가 나중에 갚은 공매도의 특성상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규모로 움직이려면 개인 투자자에게 공매도는 그림의 떡이다. 사실상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이기 때문에 세력으로 움직이는 기관 투자자에게 ‘뒤통수’를 맞기 좋은 것이 공매도이기 때문이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주가가 상승하던 회사들이 하루아침에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악성 루머도 있지만 보통 그 루머의 진원지가 공매도 세력이거나 관계자인 경우가 많다.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빌렸으니, 빌린 사람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쓰든 주가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심리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소위 ‘설계’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얼어붙자 정부는 작년 3월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는데, 처음엔 6개월만 금지할 예정이었다. 8월에 한 번 연장해서 올해 3월 15일까지 공매도 금지를 유지하더니 지난 3일 5월 14일까지 한 번 더 연장됐다. 공매도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한시적 연장을 선거용 꼼수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공매도 폐지 여론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바로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발생한 ‘게임스탑(Gamestop) 공매도 사건’ 때문이다. 게임스탑은 우리나라의 용산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국제전자센터 등에 비유할 수 있는 오프라인 체인 게임숍이다. 한국이 온라인 중심이라면, 미국 등지는 아직도 콘솔게임 인기가 월등히 앞선다.

최근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X 등 대형 콘솔 게임 기기가 새로 출시되면서 게임 시장에 호재가 오자 게임스탑의 주가가 상승했는데, 코로나19 시대에 오프라인 가게의 주가가 오르자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됐다. 미국 헤지펀드 ‘멜빈 캐피탈’을 비롯한 공매도 세력은 곧 가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해 150% 상당을 공매도했다.

미국 개인 투자자가 모여있는 주식정보 커뮤니티 레딧에서 이 사실이 공유됐다. 미국 역시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한 인식은 다분히 적대적이다. 커뮤니티 회원은 게임스탑 주식을 사서 주가를 올려버리자고 ‘단합’하기에 이른다. 1월 25일까지 $100 정도였던 게임스탑의 주가는 급격히 치솟아 27일 $300을 돌파하고 28일에는 $500에 육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게임스탑을 응원하는 트윗을 날린다(일론 머스크의 공매도 ‘혐오’는 유명하다).

여기까지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헤지펀드에 개미투자자가 한 방 먹인 영웅담 정도로 끝날 만했다. 실제로 멜빈 캐피탈은 1월 한 달 동안 전체 투자자산의 53%에 달하는 손실을 보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사건은 미국 증권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에서 발생했다. 로빈후드는 28일 게임스탑 주식을 매수할 수는 없도록 하고, 매도만 가능하도록 조치한다. 주가를 떨어뜨리겠다는 노골적인 개입인 셈이다. 엄청난 여론 악화 속에 로빈후드는 매수 제한 조치를 철회하지만, 이 사건은 기관 투자자와 시장이 결탁 관계에 있다는 명징한 사실이 겉으로 드러나며 주식 시장이 ‘조작할 수 있다’라는 것이 눈으로 보인 사례가 됐다.

헤지펀드는 게임스탑 건으로 패배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 게임스탑 주식을 갚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승장에 있는 주식을 대거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규모의 헤지펀드면 미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포함한 해외 주식도 있기 때문에 이 투자금도 회수하면 해당 주식이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의 3개 지수는 3%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게임스탑 사건은 공매도 폐지를 염원하는 개인투자자의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됐다.

주식시장 버블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불법 공매도가 암암리에 너무 많이 발생하고, 발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처벌도 약하다. 올해 주식자금은 작년보다도 더 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버블의 조짐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매도의 부작용이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안정적이고 건강한 시장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간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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