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家] 미쳐 날뛰는 상승세 막았지만 … 그래픽카드 시장 그 씁쓸한 단상
[유통家] 미쳐 날뛰는 상승세 막았지만 … 그래픽카드 시장 그 씁쓸한 단상
  • 김현동
  • 승인 2021.07.09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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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09일] - 소비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그래픽카드 시장은 일단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일단 이더해시 처리 성능을 제한하는 저해시율(LHR – Low Hash Rate) 버전이 나온 데다, LHR이 기본 적용된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3070 Ti와 RTX 3080 Ti가 합류해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 주된 배경이다. 추가로 이더리움 채굴 지속성에 대한 불안감이 잠깐 대두되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물론, 금세 가격이 상승해 분위기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이 과정이다. LHR 제품이 합류하고, 지포스 RTX 3070 Ti와 RTX 3080 Ti가 출시되면서 없다던 그래픽카드 물량이 갑자기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등 장터에 쏟아졌다. 그동안 그래픽카드가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지 못했던 이유는 채굴장에서 물량을 쓸어갔기 때문으로 믿고 있던 소비자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정황상 시장 물량 부족의 원인은 채굴장이 아니라, 재고를 쌓아놓고 소위 ‘존버’를 탔던 판매자에게 있었음이 드러났다.

여기에서 거론하는 판매자는 대부분 수입사에서 물량을 받아 시장에 공급하는 총판이나 일부 대형 유통사에 해당한다. 그렇다 보니 수입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하긴 어렵다. 대부분 안정적인 시장 공급에 총력을 다했다고 해명했지만, 장터 매물 사건은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을지도 모를 거라는 데 무게가 실리게 하는 정황이다. 이렇게 공급 라인이 엉뚱한 생각을 하는 동안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가 감당할 몫이 됐다.

LHR 덕에 그나마 보합세 찾은 그래픽카드
여전히 일부 그래픽카드 가격은 고가에서 내려오지 않아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에 가깝게 상승했을 당시에는 구매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포스 RTX 3080이 250만~280만 원을 호가했고, 플래그십이라는 지포스 RTX 3090은 300만 원대 중후반을 찍었다. 거의 2~2.5배가량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 찾는 수요가 많은 주력이자 허리 라인업인 지포스 RTX 3060, RTX 3070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제품조차도 100만 원대 중후반을 유지하면서 가격 상승 대열에 가담했다.

처음 지포스 RTX 3060이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심리가 다분했다. 엔비디아가 ‘채굴성능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실물이 투입되던 직후만 해도 잠시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에서 우회해 성능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그 기대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엔비디아가 다시 꺼내든 카드는 LHR이다. 그래픽 프로세서 자체적으로 채굴 관련 처리량을 낮추는 형태다. 지포스 RTX 3060 Ti, RTX 3070, RTX 3080 등이 대상이다. 제품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구매 과정에서 ‘LHR’이라고 표기해 그 차이를 인지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광기에 가까운 시장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일시적인 가격 하락은 지포스 RTX 3070 Ti와 RTX 3080 Ti의 등장 때문이다. 이들의 성능이 뛰어난 것도 유력했지만 기본적으로 LHR 성격을 가지고 있어 가격 안정화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감도 유효했다.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이다. 채굴 시장에서 이들 제품은 대우받지 못했고, 동시에 채굴 시장이 주로 선호하는 이더리움 역시 증명방식 변화를 통해 채굴에 대한 제약을 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격 하락을 조금은 주도한 탓이다. 중국 정부가 채굴업을 일제히 단속하기 시작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여러모로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됐다.

문제는 국내 시장 상황이다. 거래소 이슈가 아직 남아있으나 본격적으로 세금을 거둘 2022년 이전까지는 암호화폐 시장이 돈 된다. 채굴장 입장에서도 이더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지 않으나 다른 암호화폐로 대안을 찾아 나서는 방법도 있다. 이런 분위는 판매자에게 일말의 희망을 안겼다. 덕분에 가격은 일순간 상승했고 그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격을 보면 지포스 RTX 3080은 200만 원대 초반, 같은 제품에 LHR 버전은 170만 원 전후에 거래되고 있는 모양새다. 기본적으로 LHR인 지포스 RTX 3080 Ti도 200만~230만 원대 선에서 RTX 3070 Ti는 110만 원대 전후에 형성됐다. RTX 3060과 RTX 3060 Ti도 이보다 조금 낮을 뿐, 초기 출시 가격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소비자가 여전히 구매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격이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또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 없다
근본적인 변화 없다면 차세대에도 문제 반복될 듯


사실 이번 파국이 처음은 아니다. 초기 채굴 붐이 일었을 지포스 GTX 10 시리즈와 지포스 RTX 20 시리즈(라데온 RX 400, RX 500 등 출시 당시에도 가격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해결이 되면서 기억을 못 하는 것일 뿐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포스 RTX 30 시리즈는 문제가 다소 복잡하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수요가 다양하게 폭발하면서 도미노 현상은 더욱 과열됐다.

그런데 여기에 공급선의 한탕 마인드가 더해졌다.


중요한 것은 이 사태가 다음에 또 나타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비관론이 여전히 유력하다는 것. 지금까지의 상황에 마침표가 찍히지 않고 지속한다면 차세대 그래픽카드 발매 시에도 같은 문제는 뻔한 확률도 반복한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 상황은 도돌이표처럼 계속 이어지며 PC 시장 악화를 악순환으로 몰고 갈 전망이다.

많은 유통사는 항변한다. 우리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며, 적은 물량이라도 조금씩이라도 소비자 손에 그래픽카드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족적은 효과를 의심케 한다. 물량을 분산하거나 유통사가 직접 판매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기에 쿠팡 등을 통한 직판도 꾸준히 시도되는 추세다. 문제는 손쉽게 찾아낸 이 방식이 유통 근간을 뒤흔들고 영세한 대리점의 시장 퇴출을 가속한다.

어느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살아남는 방식을 두고 효율적이라 평한다면, 현 시장에서 소비자는 손해를 보지만 특정 누군가는 떼돈을 버는 거래 형태 또한 그릇되었다 볼 수 없다. 관행적으로 굳어져 온 악습을 개선하되 다 같이 공생 가능한 공식을 찾아내는 것이 건전한 유통 시장을 되살리는 공식이다. 이 때문에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 논의가 절실하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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