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면 바로 채굴행’ 엔비디아·AMD,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나오면 바로 채굴행’ 엔비디아·AMD,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 김현동
  • 승인 2021.03.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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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10일] - 그래픽카드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 이는 시장에 제품이 원활히 유통되지 못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때 100여 만 원대 초반에 거래되던 지포스 RTX 3080은 200만 원, 심지어 주력 제품군이 되어야 할 지포스 RTX 3060은 80만 원에 육박할 정도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 성능이 나오는 그래픽카드는 전부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볼 수 있다. 최신 AMD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더 심각하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은 ‘환상종’이라 불릴 정도로 쉽게 보기 어려운 물건 중 하나다

이유는 바로 ‘암호화폐 채굴’에 있다. 최신 그래픽카드의 채굴 성능 향상에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가치가 상승하다 보니 너도나도 그래픽카드 확보전에 뛰어든 것이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채산성이 높아서 채굴 업계의 수요는 여전하다. 주로 제조공장에서 바로 물량을 확보, 전기요금이 저렴하거나 채굴을 장려하는 국가에 있는 채굴장으로 이동하는 형태가 많다. 우스갯소리로 지금의 그래픽카드는 마치 ‘디지털 아오지’로 끌려가는 노예 신세가 되었다.

한 번에 수백 개의 그래픽카드를 싹쓸이하는 채굴업자들로 인해 정작 그래픽카드를 진정 구매하고 싶은 실수요자는 그야말로 손가락만 빨고 있는 실정이다. 초창기 그나마 정직한 가격대(?)인 환경에서는 그래픽카드만 구하기 어려웠다면, 현재는 가격조차 소비자의 편이 아니다. 소비자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중이고, 조금만 이상 행동이 발견되면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힐 정도다.

현재 상황을 그래픽카드 제조사와 엔비디아, AMD 등 그래픽 프로세서 제조사 모두 모르는 게 아니다. 그들도 사실 답답할 것이다. 분명 자사 매출로는 호재인데, 시장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으니 향후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채굴 수요를 억제하고 채굴업자의 시선을 이동시키기 위해 노력은 하는데, 과연 그것이 효과가 있을까?

채굴 전용 GPU를 준비한 엔비디아, 준비 중인 AMD
하지만 채굴 시장의 수요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성능


엔비디아는 채굴 시장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과거 지포스 GTX 1000 시리즈 그래픽카드 시절에는 출력을 제한하고 오로지 암호화폐 채굴 연산에 집중한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포스 RTX 3060을 출시하면서 엔비디아는 해당 제품의 이더리움 기반의 채굴 성능을 50% 제한하면서, CMP(Cryptocurrency Mining Processor) 라인업을 공개한 바 있다.

30X·40X·50X·90X 등 총 네 가지 라인업으로 채굴 시장의 시선을 돌린다는 계획이다.

조용했던 AMD 역시 시장에 대응하려는 모양새다. 해외 커뮤니티와 IT 전문 매체에서는 1세대 RDN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채굴 특화 제품군이 출시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각각 라데온 RX 5500 XTB·5600 XTB·5700 XTB가 그것이다.


문제는 이들 채굴 특화 그래픽카드가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것인가 여부다. 우선 공개된 것으로 보면 여러 의문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엔비디아의 CMP는 사양 대비 이더리움 해시 속도가 기대 이하다. 예로 30X는 26MH/s의 해시 속도를 제공하는데, 전력 소모는 125W에 달한다. 메모리는 6GB가 제공되는 형태다. 가격적 이점이 큰 것이 아니라면 다소 아쉬운 사양이다. 덕분에 시장에서 들리는 반응이 마뜩지 않다. 전력 소모량 대비 해시 성능이 기대 이하라는 평이기에 차라리 기존대로 사용할 거라는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다. 40X는 185W의 전력 소모량에 36MH/s의 해시 속도를, 50X는 250W를 쓰면서 45MH/s의 해시 속도를 낸다. 성능은 대략 기존 RTX 20 시리즈 혹은 GTX 16 시리즈 수준의 성능인데, 시장은 이들 제품이 기존 RTX 20 시리즈의 근간이 되었던 튜링(Turing) 아키텍처를 쓴 제품이라고 보고 있다. 유일하게 90X만 320W 전력 소모에 86MH/s 해시 속도를 갖췄다. 대략 지포스 RTX 3080 수준의 성능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신제품 출시 시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30X와 40X는 1분기, 50X와 90X는 2분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여전히 그래픽카드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용 장치의 출시가 늦어지니 여전히 실수요자는 그래픽카드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격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드는 시기도 늦어짐은 물론이다.


이들 제품의 출시 여부와 상관없이 그래픽카드는 여전히 채굴 시장에 집중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채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전용 제품, 일반 그래픽카드 모두 구매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심지어 전용 제품의 성능이 기대 이하라는 점을 들어 일반 그래픽카드 편중 현상이 가중될 것으로 본 이들도 적지 않다. 결국 재미를 보는 것은 엔비디아와 AMD, 이들 뒤에서 그래픽카드를 제조하고 있는 파트너들 뿐이다.

끔찍한 것은 그래픽카드 수요 부족으로 인해 단종 절차를 밟았던 이전 세대 그래픽카드들이 재등장했다는 점이다. 최근 시장에는 지포스 RTX 2060과 GTX 1600 계열 그래픽카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시장에 그래픽카드 씨가 마르자 마지못해 수입된 제품들이다. 중요한 점은 이들 가격도 심상치 않다. RTX 2060은 60만 원대, GTX 1600 계열은 제품에 따라 30만 원대 중반에서 50만 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성능이 뒤처지는 이전 세대 제품을 고가에 구매할 수밖에 없는 처참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시장 공급 불균형은 결국, PC 시장 발전의 발목 잡을 것
엔비디아·AMD 모두 특단의 대책 내놓아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뭇 다르다. 전반적인 생산량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수급 불균형에 의한 공급 붕괴가 더 크다.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현행 신제품들의 기대수요가 꺾이고 차기 제품이나 대체 수요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IT 커뮤니티를 보면 업그레이드를 포기했다거나 차기 제품 출시까지 기다리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보인다.

이런 부분은 소비자 선택의 몫이지만, 이를 원활하게 조절하는 것은 제조사의 역할이다. 결과적으로 자신들 매출이 상승한다고 하여 무턱대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PC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시장으로 적절히 분배되는 방법을 모색해야 된다. 채굴 시장의 수요를 피할 수 없다면 출고 비율을 철저히 제한하거나 전용 제품으로의 구매를 유도하는 식으로 일반 소비자 시장의 분노를 달래 보는 것은 어떨까? 이대로 더 방치한다면 PC 시장의 발전을 저해함은 물론, 제조사의 불신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엔비디아와 AMD 모두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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