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그래픽카드 ‘엔비디아’ 채굴 노역 인제 그만
귀한 몸 그래픽카드 ‘엔비디아’ 채굴 노역 인제 그만
  • 김현동
  • 승인 2021.02.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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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19일] - “그래픽카드 어디 없나요?” 용산 업자들 사이에서 들리는 단골 멘트다. 장사하고 싶어도 그래픽카드가 없어서 팔지를 못하고 있단다. 그렇다 보니 2월부터 APU 일체형 CPU 판매량이 상승했다. 이렇게라도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심산인데, 한계는 있다. 게임용 시장은 그래픽카드가 사실상 핵심이다. 더구나 개학 앞둔 이 시기는 대목이지만 대응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란다.

시장에서 목격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제품은 입고되는 족족 매진이고, 이렇게 팔린 제품은 중고나라에서 웃돈 들여 판매되는 웃픈 일이 흔하다. 그렇다고 수요 대비 공급이 달리면 가격이 상승하는 건 당연한 논리일까? 애초에 그렇게 볼 문제가 아니었다. 시장에 들어오는 공급량이 부족했고 기본적으로 가격도 비쌌다. 하지만 그릇된 누리꾼은 업자의 장난질로 몰아가며, 용팔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해가며 비난 수위를 높여갔다


두 번째는 RTX30시리즈가 등장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엔비디아가 쉬쉬하던 피크 전략 문제가 공론화된 것인데 불똥은 전원공급장치 제조사로 향했다. 제원상 전격와트를 충족함에도 이번에도 그릇된 누리꾼이 앞장서 문제의 원흉을 파워로 몰아갔고, 한순간 특정 브랜드가 마녀사냥당했다. 당시 여타 브랜드는 괜한 불똥이 튈까 쉬쉬하기 급급했다.

이유인즉슨 빈도만 약간 낮았을 뿐 동일한 증상의 문제가 보고된 탓이다. 내막을 따져보니 GPU 피크 전력을 제조사가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심지어 전 세대에서도 발생하던 부작용이다. 단지 문젯거리가 될 피크 전력 빈도가 낮았을 뿐이기에 수치가 매우 낮았다. 30 시리즈부터는 증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결국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이처럼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귀한 대접 받지만 동시에 주의할 대상이다. 절대 갑으로 군림하면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잘못은 있어도 없던 것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러한 문제를 엔비디아가 모를 리 없지만, 자발적으로 나서 ‘우리 잘못입니다’라고 인정할 이유가 없다.

제품 품귀 현상 또한 같은 선상이다. 엔비디아가 홈페이지에 등록한 공식 가격은 처음부터 지켜질 수 없었다. 해외 주문은 연일 매진이라 실제 이뤄지는지를 의심케 했고, 공식수입사가 유통하는 제품조차도 차이가 상당했다. 그렇기에 공지한 가격이 오히려 시장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주장도 들리는 추세다. 하지만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갑질에 제동이 걸릴 리가 만무하다.

물론 뒤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지속하는 현상이 그리 달가울 리는 없다. 동시에 문제를 파악했으니 해결하는 건 노력 여하에 달렸다. 품귀현상은 제품 공급을 늘리면 되며, 전력공급장치 논란은 사용자가 더 큰 용량의 제품을 들이는 것으로 흐름이 정립되는 추세다. 그렇다면 엔비디아 입김이 닿는 문제는 전자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GPU 물량을 당장 배로 늘리기란 어렵다. 또 GPU만 쏟아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그래서 채굴장 강제 노역으로 끌려가는 그래픽카드만 막아도 충분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용산 업계도 이러한 현상을 오래전부터 지적했다. M사 수입사는 중국 본사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채굴 시장에서 바로 전량 매입한다고 말한다. 그래픽카드 생산 물량은 조금도 줄어든 것이 아니지만 시중으로 전혀 나오지 못하는 건 중형차 1대 가격까지 오른 코인 상승세가 채굴 시장을 과열시킨 탓이라고.

GPU 마이닝에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카드로RTX30 시리즈가 주목받으면서 고성능의 대표격 3090과 3080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중급기 까지 죄다 동원됐다. 그래픽카드 가뭄 해결에는 채굴장으로 들어가는 제품을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까지 들리는 이유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일반 제품의 채굴장 유일을 차단하는 조치에 돌입했다. 물론 기존에 나온 제품을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기에, 오는 25일 이후 출시되는 RTX3060부터 대상에 포함했다.

엔비디아의 표현 그대로를 빌리자면 “이더리움 암호화폐 채굴 알고리즘의 특정 속성을 감지하고 해시레이트를 약 50%로 제한하도록 설계”했다고. 근거도 확실하다. 애초에 RTX30시리즈 개발 배경이 게이머와 디지털 경험을 창조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니즈에 특화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게이머를 우선 챙기겠다는 나름 훌륭한 발상인데, 문제는 채굴 시장이 상대적으로 억울할 수 있다.


단지 그래픽카드를 좀 과하게 사용했을 뿐 결론만 보면 엔비디아는 제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 채굴장은 제품이 필요해 사들이는 입장이기에 생산하는 족족 훌륭한 거래가 성사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보다 완벽한 수요와 공급도 없다. 그래서 외면하기 힘든 채굴 시장을 타깃으로 CMP를 새롭게 추가했다. 애초에 채굴 용도로 설계한 제품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차갑다. 지금까지 잘 사용했는데 느닷없이 성능을 강제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심리다.

그리고 RTX3060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성능 제한을 강제할 수 있다면 먼저 출시된 다른 제품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여지가 된다. 그런데도 엔비디아의 의중은 확실하다. 게이머용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더는 채굴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다. 디스플레이 출력이 없기 때문에 냉각 효율이 높아 고밀도 패킹이 가능하다. 또한 피크 코어 전압과 주파수가 낮아 채굴 전력 효율도 좋다는 말로 달래고 있으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채굴용으로 사용된 제품이 중고 시장에 흘러 들어가는 정황은 매번 반복하던 과정이다. 즉 채굴에 사용할 만큼 사용하다가 교체 과정에 나오는 제품은 매각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CMP 제품을 도입할 경우 더는 기존 방식대로 활용할 수 없다. 사실상 교체 후 나오는 제품은 전량 폐기 처분이 유일한 답이다. 채굴에 열 올리기에 채굴 전용 제품을 내놔도 잡음은 계속 들릴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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