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향상의 걸림돌, 전력소비… PC도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
성능 향상의 걸림돌, 전력소비… PC도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
  • 김신강
  • 승인 2021.06.0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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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02일] -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광부’가 되어버린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 출시가의 3~4배 가까이 치솟으면서도 시장에서 씨가 말라버리면서 귀한 몸이 되어버렸다.

사용자는 RTX 30 그래픽 카드의 우수한 성능에만 주목하지만, 사실 전원공급장치 유통사는 일순간 말문이 막혔다. 엔비디아 측이 애초 공지했던 것과 달리 순간 피크 전력이 두 배 이상 높아지면서 시장에서 다양한 이상 증상이 보고된 것.

당연히 커뮤니티의 여론은 들끓었고 화살은 애꿎은 전원공급장치 제조사를 향했다. 새 그래픽카드 출시는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었고 파워 서플라이가 제대로 준비를 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기조였다.

# 파워 서플라이, GPU 때문에 억울해


뒤늦게 밝혀진 것은 엔비디아가 제원상 밝힌 것과 달리 GPU의 전력 소모량이 불규칙적이면서 야기된 증상이다. 물론 엔비디아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전원공급장치 제조사는 억울함을 풀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수 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고가 장비를 통해 각종 테스트를 진행했고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냈다.

엔비디아는 단적인 예시의 하나일 뿐 비슷한 사연은 수시로 보고되고 있다. PC 성능이 향상될수록 비슷한 사례가 빗발친다. 특히 GPU, CPU와 같은 PC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제품이 새 세대를 맞이할 때마다 이런 이슈는 크게 늘어난다.

고성능이 곧 진리인 시대다. 한 때 전자제품이나 자동차가 전력 효율 1등급을 경쟁하듯 내세운 적도 있지만 요즘 각 대기업의 대표 제품을 보면 대부분 5등급이다.

성능이 높을수록 전력 소모량도 덩달아 증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상식에 가까운 사실이다. 전력소모량이 늘면 발열 또한 증가하는데, PC에서는 발열이야말로 고장으로 직결되는 가장 큰 문제다. 발열이 증가하면 당연히 더 큰 쿨링 시스템이 필요하고 PC의 소음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마이크로닉스를 비롯해 주요 쿨러 시장에서 수랭 쿨러가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공랭 쿨러에 비해 발열은 낮추고 소음은 줄인 것이다. PC 시장의 변방에 있다고 할 만한 쿨러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따지고 보면 이런 CPU, GPU의 이슈에 따른 결과일지 모른다.

# 공정 전환으로 성능 꾀하는 CPU


인텔과 AMD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CPU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 리더다. 엎치락뒤치락 수십 년을 경쟁해왔고 인텔의 독주를 거쳐 최근 3년 새 B2C 시장 기준에서는 대등한 수준까지 점유율 변동이 감지됐다.

AMD의 약진 배경에는 전력 소비에서의 우세함이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인텔이 11세대에 와서도 여전히 14 나노 공정 생산을 하고 있는 데 반해 AMD는 딱 절반에 불과한 7 나노 공정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수많은 매체가 다뤄왔기 때문에 사용자는 직관적으로 14 나노 공정보다 7 나노 공정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전력 효율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AMD 리사 수 CEO의 연임 투표 결과, 압도적인 지지율로 연임이 확정됐다. 그녀의 연봉은 5,850만 달러. 한화 약 725억 원 상당으로 미국 기업 가운데 여성 CEO로는 1위다. 지난 2012년 부임 당시 AMD 주가는 3달러까지 폭락하던 상황이었고 주요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는 증시 퇴출을 경고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었다. 그러한 회사의 분위기가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리사 수의 부임 이후 AMD는 공정 전환에 박차를 가했고, 비약적인 기술 향상도 이뤄졌다. 그 결과 성능과 발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며, 여기에 소모 전력까지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차세대 콘솔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 5, 엑스박스 시리즈 X 모두 AMD를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인텔 11세대에 비해 AMD 라이젠은 현재 B2C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도 구매가 어렵다. 물론 인텔의 생산력이 더 좋다는 근본적인 우위는 사실이지만, 새 콘솔 기기에 공급할 CPU가 워낙 많다는 것이 AMD CPU 대란의 가장 큰 이유다.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인텔 11세대 CPU는 10세대와 같은 14 나노 공정이지만 평균 20%의 성능 향상을 이뤄내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성능 향상은 사실이지만 필연적으로 따르는 전력 소모를 막지는 못했다.

인텔 11세대 로켓 레이크 CPU 전력 소모 테스트 결과, 통상적인 작업에서는 AMD 대비 10~20% 더 많은 전력을 사용했다. 이것도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는 든다.

그러나 코어를 다 사용하는 경우에는 AMD의 라이젠 9 대비 인텔 11세대는 최대 2배의 전력을 사용한다. 당연히 더 ‘뜨겁다’. 주요 부품에 부하가 걸리고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인텔이 차세대 CPU에 7 나노 공정을 도입하는 데 사활을 거는 이유다.

정부는 내년까지 컴퓨터 및 모니터에도 에너지 효율을 적용하고, 기준에 미달하면 국내 생산과 판매가 불가하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옳은 조치다. 물론 공공 기관의 99%가 인텔 CPU를 사용하는 국내 환경 특성상 인텔 CPU가 발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적어도 인텔 PC가 AMD 대비 소비 전력이 높고 넓게 보면 환경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는 환기 효과는 있을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이슈가 아니다.


인텔이 CEO를 교체해가며 CPU의 왕좌 자리를 단단하게 지키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싱글 코어의 우월함은 게이밍 성능의 우세를 가져다준다. 인텔은 이것을 앞세워 여전히 시장의 최강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문가 못지않은 지적 수준을 갖춰가고 있는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아간다.

인텔의 12세대 CPU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애플이 아이폰에서 충전기를 제거해버린 어떻게 보면 코미디 같은 짓을 해도 용서되는 이면에는 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가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PC도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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