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날로 정교해지는 가품 인텔 시피유… 쿨러 패키지 등장 '선' 넘다
[단독] 날로 정교해지는 가품 인텔 시피유… 쿨러 패키지 등장 '선' 넘다
  • 김신강
  • 승인 2024.02.29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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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대륙의 굴기. 돈 되면 복제하나?
어디까지 제조하나 봤더니, 하다 하다 팬까지?
설마 이것까지?라는 생각에라도 한 번 더 살펴야
다행이라면 유심히 들여다보면 구분될 정도.
단, 초보자라면 이것 조차도 난해한 이슈


‘고물가 시대’라는 말조차 지겹게 들릴 정도로 고물가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조금씩 매일같이 비싸진다. 코로나19 기간에 높아진 물가는 이제야 상승률이 조금 꺾였을 뿐 여전히 오른다. 이런 고물가의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PC 분야다. PC 때문에 모든 것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픽카드에서 촉발된 PC 부품값의 상승은 물가 상승의 분명한 단초가 됐다.

PC 부품이 비싸지자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었던 소비자는 더더욱 직구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A/S가 불가능하고 배송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감내하는 길을 택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아마존이 11번가와 제휴해 한국에 진출하고, 쿠팡도 로켓직구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적극 어필을 했다. 직구가 더 쉬워지기도 했다.

그런데 시장의 이런 변화에 편승한 지능형 범죄가 다시금 자행되고 있다.


▲ 사진 속 제품은 인텔 14세대 번들 쿨러다. 문제는 이중 정품이 2개, 가품이 2개 섞여 있다. 그냥 봐서는 절대 구분 안될 정도로 정교하게 제조된 쿨러 제품이다. 하지만 크기와 높이, 전선 품질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시피유는 냉각이 제대로 안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그 점에서 쿨러는 핵심 부품이다.

# 출발은 단품 리마킹 시피유, 패키지로 진화


한때 시장을 맥없이 흔들었던 바로 가짜 CPU 유통이다. 일반 사용자는 정품과 가품을 나란히 놓고 봐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정교했던 이슈다. 매번 주도 세력은 중국 등지에서 오버클럭 수율이 우수한 전 세대 제품을 조작해 새 세대 제품으로 ‘리마킹’ 작업을 해 판매하는 경우, 히트 스프레더 교체로 겉으로는 똑같은 가짜 제품을 가공하는 경우 등이다. 심지어 아예 코어가 없는 제품이 유통된 적도 있다.

이 이슈가 한참 잠잠해진 요즘, 다시 직구로 주문하는 이가 증가세다.

테무나 알리 열풍이 이는 것은 중국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있지만 그만큼 소비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쿨러까지 패키지로 구성한 상품에서 가짜가 등장했다. 그것도 중국이 아닌 24년 지금 한국의 유통시장에서 확인된 문제의 패키지 제품이다.


▲ 공식 유통사를 통해 시장에 공급되는 정품 인텔 14세대 시피유 패키지. 쿨러와 시피유가 필수 구성이다. 지금까지 가품 시피유는 트레이로 공급이 되었기에 구분이 비교적 수월했지만 쿨러까지 가품이 등장하면서 가품 패키지 공급 길도 열렸다. 사실상 가품이 정품으로 둔갑해 공급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현 시장의 최신 제품인 인텔 14세대 프로세서는 K 시리즈를 제외한 라인업 정품은 번들 쿨러가 기본 패키지다. 관습같이 계승된 정통이기에 상당수 소비자가 쿨러까지 패키지로 제공되는 프로세서는 정품으로 믿고 산다는 점을 교묘히 악용한 범죄가 시작됐다.

과거에는 상당수 병행수입 업체가 저렴하다는 명목으로 쿨러 없는 트레이로 판매됐다. 번들 쿨러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구성까지 정품처럼 완벽하게 설계된 패키지가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그랬지만 프로세서가 가짜인데 쿨러 역시 인텔이 만든 정품일리가 없다. 조금 저렴한데 직구로 주문하는 패키지라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가품 쿨러의 낮은 품질까지 더해져 PC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위협 때문이다. 물론 정식으로 인텔이 제조한 병행수입 혹은 직구 제품은 CPU 자체로서의 기능만 보면 지적할 것이 없다. 때문에 소비자는 쓰면서도 정품 여부를 굳이 관심 가져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실 구분하는 것조차도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어도 어렵다.

# 그래서 가품 여부 어떻게 구분하라고?



▲ 사진 위는 정품, 아래는 가품이다. 쿨러를 분해해서 내부 형태를 비교하지 않는 한 일반 사용자가 윗면만 보고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제품을 나란히 두고 비교해야 차이점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갈수록 가품은 정품을 정교하게 모방하고 있다. 중고나라와 당근에서 중고 거래할 경우 사실상 구분할 수 없다.

과거 확인된 가품이라면 프로세서를 리마킹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가짜 제품을 가려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더욱 정교해졌다. 게다가 쿨러까지 정품처럼 구성되어 있다면 판매점이 단지 박스 없는 벌크 정품이라고 주장하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다. 설마 그게 문제의 제품인 줄 절대 모른다.

현시점에서 가품 여부 확인 방법은 몇 가지 차이점을 통해 가능하다.

위클리포스트는 정품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문제의 인텔 14세대 가품 쿨러를 확보했다. 대충 보기에는 정품과 유사한 외형이며 무게도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메인보드 체결 방식 또한 똑같기에 정품을 나란히 두고 꼼꼼하게 비교하지 않는 한 같은 제품으로 속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한동안 살펴보고서야 다른 점을 겨우 찾아냈다. 심지어 분해를 해야만 아는 경우도 있다.


첫째, 정품은 알파벳 intel 옆에 ® 마크가 새겨져 있다. 가품은 ® 마크가 없거나 마침표처럼 점이 찍혀있다. 그리고 intel의 ‘te’ 부분의 굵기가 다르다. 가장 명확한 것은 둥근 원형의 R 마크다. 굵기는 나란히 두고 비교하지 않는 한 차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사진 좌측이 정품)


둘째, 모델 넘버가 표기되는 부분에서 정품은 ‘M123’과 같은 형식으로 콤마가 없지만 가품은 ‘M.123’과 같은 식으로 콤마가 있다. 시리얼 넘버도 정품은 하이픈이 없고, 가품은 하이픈이 있다. 또한, 정품은 제조사에 쿨러마스트, 폭스콘, NIDEC 등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가품은 단순히 ‘ MADE IN CHINA’라고 표기되어 있다. (사진 우측이 정품)

또한, 열수축밴드 위의 프린팅 된 문자가 가품은 매우 거칠고 온도 위주로 마킹되어 있다. 게다가 4줄로 나뉜 개별 선이 거의 노출되지 않을 정도로 끝까지 감싸고 있다. 정품은 밴드가 깔끔하며, 측면에 프린팅 된 절개선이 보인다. 여기에 소켓 부분의 4줄 선이 1.5cm 정도 여유를 두고 노출되어 있다. 마감상태와 연관한 차이다.


셋째, 정품보다 가품의 쿨러 연결선이 더 두껍고, 쿨링팬 고정용 나사 길이는 정품이 가품보다 확연히 길었다. 이 또한 정품과 가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알기 어려운 부분인 데다가 사전에 인지하지 않는 한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알기 힘든 부분이었다. (사진 좌측이 정품)


넷째. 쿨러를 제거하면 방열판 중앙 코어 바깥 위치에 정품은 특정 식별코드가 있다. 하지만 가품은 식별코드가 없도, 쿨러 바닥면에도 정품은 제조사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지만 가품은 이조차도 없이 기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게다가 금속 가공면이 정품은 완만한 반면 가품은 각이 도드라지도록 짧게 커팅했다. 물론 처음 봐서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사진 좌측이 정품)


가품 쿨러는 바닥면 높이도 정품과 차이가 있다. 시피유와 쿨러가 밀착되는 적정 압력이 과할 경우 시피유 소켓이 손상될 수 있고, 압력이 낮으면 밀착력이 떨어져 쿨링 효율이 낮아진다. 따라서 적정한 압력으로 체결되어야 하나 가품은 보장하지 않는다. (사진 좌측이 정품)

다섯째. 메인보드 체결 클립 부분 바닥면에는 정품과 가품에는 홀이 있다. 하지만 홀의 형태와 크기가 확연히 다르다. 정품은 가품 대비 홀이 매우 작고 깔끔하다. 아울러 제품 단면의 각이 가품은 완만하지만 정품은 경사지도록 가공했다. 정품이 딱딱 떨어지는 마감상태인 반면 가품은 둥글 둥글 디테일 면에서 부족하다.

하지만 지적한 부분을 가품 업체가 개선(?)하는 것은 사실상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설픈 제품을 갈수록 더 정교하게 보완해 가며 시장에 유통하는 것이 오래된 수법인 만큼 소비자가 이를 알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게다가 난 사제 쿨러 사용할 건데 할 수도 있다. 문제는 패키지가 등장하는 거라면 정품으로 둔갑해 팔린다는 의미이며, 이는 직구로 들어오는 제품을 대상으로 할 확률이 높음을 암시한다. 당장 고장나 있던 제품이라면 반품할 수 있어도 최소 1~2개월 동작하던 제품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적잖이 당황스럽게 된다. 게다가 시피유는 저렴하지도 않다.

# 안전한 방법은? 정품 유통사 박스정품 구매


결국 정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정식으로 총판 계약을 맺고 유통하는 회사의 제품을 사는 것이 유일하다. 대한민국에서 인텔 시피유를 정식 공급하는 유통사는 딱 3곳이다. 코잇, 피씨디렉트, 인텍앤컴퍼니로 이들 유통사가 공급하는 인텔 정품 시피유 겉면에는 유통사를 안내하는 정품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 정품 인텔 시피유는 박스 겉면에 공인 유통 3사(코잇, 피씨디렉트, 인텍앤컴퍼니)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정품과 가품을 구분하는 방법 또한 스티커 여부로 가능하다.

인텔공인대리점 명의의 정품 스티커가 박스에 부착되기 때문에 정품 여부를 파악하기에 이보다 쉽고 직관적인 방법이 없다. 이쯤 되면 드는 궁금증 한 가지. 유통사가 세 곳이나 되는데 어디가 제일 좋은가?라는 것인데, 정답은 유통 3사 중 어디에서 공급한 제품을 구매하든 서비스 센터를 통하거나 교차해서 의뢰해도 사후지원이 보장되며, 의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유통사 스티커가 부착된 제품이라면 알파벳과 숫자로 분류하는 복잡한 시리얼 넘버나 프로세서의 인쇄 상태 등 소비자가 굳이 확인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까지 챙겨보며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곧 정품이라는 건 시장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약속이다.

아울러 정품 시피유는 Real CPU 사이트에 정품 사용자로 등록할 수 있고, 등록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매달 이벤트 참여 기회도 제공된다. 기본적으로 정품은 최대 3년이 보증기한이며, 만약 사용하던 제품이 보증 기한내 단종될 경우라도 걱정할 것 없이 차상위 제품 무상 교체 받아 사용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정품을 사야 하는 이유라면 요즘은 직구 혹은 병행수입 제품과 정품 사이의 가격 차이가 크지도 않다. 오히려 정품이 저렴한 경우도 적잖이 발견된다. 그러한 차이를 모르고 중고나라 혹은 당근에서 지금 당장 구매할 수 있거나 아니면 가깝다는 이유로 거래할 수 있고 아니면 단계를 거치면 지급하는 포인트의 유혹을 못 이겨 직구라는 유행에 편승해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아끼려다 자칫 돌이키기 힘든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직구 시장은 소비자에게 분명히 좋은 시장이지만, 투명한 유통망을 만드는 데는 분명 해가 된다. 생활소품 정도라면 몰라도, 전자제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막을 방도가 쉽지 않다면, 확실한 방어막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정품 구매는 남을 위함이 아닌 나를 위한 유일한 방어전략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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