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코어 11세대, AMD와 진짜 경쟁을 선포하다
인텔 코어 11세대, AMD와 진짜 경쟁을 선포하다
  • 김신강
  • 승인 202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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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29일] -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이래 제조업은 치열한 경쟁의 역사를 쌓아 올렸다. 기업은 물량, 마케팅, 기능, 디자인 등 각자의 다양한 강점을 갖고 시장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발전된 기술과 낮아진 가격은 소비자의 수혜로 이어진다.

그래서 분야를 막론하고 최초는 있을지언정 독점은 어렵다. 우리나라야 ‘삼성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규제가 덜하지만, 특히 유럽이나 미국은 엄격한 반독점법을 운용해 건강한 시장경제를 추구한다.

그런데도 컴퓨터 CPU 분야는 엄청난 시장 크기에도 불구하고 CPU의 역사가 곧 인텔의 역사였다. 1968년 설립자 두 사람의 이름을 따 ‘N M 일렉트로닉스’라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출발한 인텔은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텔 4004’를 시장에 선보인 후 하드웨어는 인텔,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수 십 년간 독점하다시피 했다.


컴퓨터 한 대에 인텔 칩 한 개는 족히 들어가는 것이니 찍어내는 게 곧 수익이던 인텔의 ‘꽃길’은 영원할 것만 같았던 것이 과거의 일이다. 무수히 많은 경쟁사가 등장했지만 유일하게 단 한 곳만 남았다. AMD라는 회사가 연거푸 제동을 걸었으나 헛방에 그쳤다.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경쟁다운 경쟁이 펼쳐진다.

#인텔과 AMD … 끝없는 악연의 고리 사슬


‘Advanced Micro Devices(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의 약자인 AMD의 설립 시기는 의외로 인텔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텔이 설립한 이듬해 논리 회로 칩 설계를 업종으로 시작해 논리 계산기 회사로 출발한 AMD는 설립 14년 차인 1982년, 인텔의 라이선스를 얻어 8086과 8088 칩을 생산하며 활로를 모색한 것이 성장 기틀이다.

말하자면 인텔의 외주 생산업체가 된 셈이다.

이미 1975년부터 인텔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부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협력 체제가 구축됐다. 지금의 AMD는 인텔의 도움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아이러니의 출발점이다.

1986년 뒤늦게 위협을 느낀 인텔이 AMD와의 라이선스를 취소하면서 무려 8년간에 달하는 소송이 시작됐고, 결국 AMD의 승리로 끝나면서 두 회사 간의 본격적인 CPU 전쟁 서막이 열린다.

첫 번째 위기는 90년대에 386, 486이란 이름으로 인텔의 CPU를 따서 컴퓨터의 성능을 따지던 시절 무렵이다. 당시에도 지금의 i7, i9와 비슷하게 제품 등급을 매겼다. 이 무렵 낯선 이름의 ‘K5’, ‘K6’이 등장했고, 인텔 PC의 ‘짝퉁’ 또는 ‘호환’제품이라는 용어가 차용되며 인지도를 키워나갔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애슬론’이란 이름이 대중 사이에서 제법 인지도를 누리며 익숙해지는 데 성공했지만 사실상 ‘오리지널’처럼 느껴졌던 펜티엄의 아성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반도체 공룡 인텔의 건재함은 더욱 공고해지는 사이 최후의 보루였던 파운더리까지 내다 팔아야 할 정도로 악화했던 시절이다.

그러했던 흑역사를 뒤로하고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 반등에 성공했는데, AMD는 아키텍처의 꾸준한 개선과 발전으로 ‘PC를 아는 이들이 선택하는 CPU’로 입지를 굳히며 지금의 라이젠 4세까지 순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각종 벤치마크에서 인텔을 넘어선 성능으로 평가받으며 기술적으로 완전히 인텔을 제압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결정적으로 한동안 CPU 연구보다는 세일즈에 치중하며 ‘방심’했던 인텔의 전략 실패 덕에 반사이익을 거둔 효과다. 그렇다고 경쟁사에 마냥 유리한 구도 또한 아니다. 고질적인 물량 부족과 유통 구조 문제는 AMD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특히 올해는 AMD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기도 한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 기기가 발목을 잡고 있다.

CPU 생산량의 80%를 콘솔 기기에 집중하면서 일반 소비자에게 갈 물량이 턱없이 모자라게 된 것이다. 게다가 플레이스테이션 5, 엑스박스 시리즈 X 모두 출시한 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산량은 시장의 요구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여론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썩어도 준치 … 인텔11세대 마냥 무시 못 한다


이런 상황 속에 하루 뒤인 30일 인텔이 11세대 프로세서를 내놓는다. 7nm 공정으로 생산하는 AMD와 달리, 여전히 14nm로 생산하는 인텔은 코어 수의 한계가 명확하다. 10세대 대비 20% 이상 성능 개선을 이뤄냈다고 하나, 라이젠 5000 시리즈와의 성능 대결에서는 여전히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텔은 AMD가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분위기 속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4분기에서 인텔은 70%대까지 밀렸던 점유율을 80%대로 회복했다. AMD는 19.3%를 기록하고 있는데, 물량 공급 불확실성에 올해는 그마저도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편적 소비자에게 인텔이 갖는 위상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에게 AMD는 여전히 낯선 이름일 수 있다. 마치 제로백이나 연비 등 상세한 스펙은 몰라도 ‘벤츠’ 하면 그냥 좋은 차라고 인식하는 일반 사람의 시선처럼, 인텔은 그 이름이 주는 묵직한 안정감이 분명히 있다.

사실은 AMD가 더 좋은가, 인텔이 더 좋은가 하는 논쟁은 일반 소비자에게 큰 의미가 없다. PC 좀 만져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할 말이 많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나의 PC가 돌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일반 PC에서 동급의 두 브랜드 제품이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성능 차이는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소비자의 취향 차이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판단하는가의 차이다. 팔 수 있는 제품 자체가 부족한 AMD의 분위기상 2021년은 일단 인텔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콘솔 생산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스펙상 앞서는 AMD의 반격이 시작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두 회사는 오랜 파트너이자 앙숙이다.

‘왕국’을 재건하려는 인텔이나, ‘혁신’의 깃발을 확고히 꽂으려는 AMD나 생산적인 경쟁이 활발해지면 결국 소비자에겐 이익이다. 코로나19 이후 데스크톱 PC 시장이 유례없이 호황이다. 애플 M1 칩마저 압도적인 성능을 앞세워 시장에 등장했다. 어쩌면 두 회사의 경쟁은 올해부터가 진짜 시작일지 모르겠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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