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내치고, 기술 들인 인텔, 사령탑 밥 스완에서 팻 겔싱어 교체
재무 내치고, 기술 들인 인텔, 사령탑 밥 스완에서 팻 겔싱어 교체
  • 위클리포스트
  • 승인 2021.01.15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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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5일] - 10나노 공정 발목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전하는 인텔의 마지막 카드가 공개됐다. 전직 인텔맨으로 불렸던 30년 기술전문가를 다시 들이는 묘수다. 현 VM웨어 CEO인 팻 겔싱어은 2021년 2월 15일 이후 인텔 합류가 예정됐다.

현행 CEO 밥 스완이 재무 전문가라면 새로 합류하는 팻 겔싱어는 18세에 입사한 기술전문가로 과거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자리까지 오른 전설적 인물이다. 현 CEO가 재무에 특화되다 보니 공정 전환 과정에 고전을 면치 못하며, 난국 돌파구에서는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들렸다.

그러한 와중 경쟁사에 B2C 시장을 일부 내주었고, 이제는 애플도 자체 M1 칩으로 등을 돌리면서 먹구름이 낀 상태다. 급기야 MS를 포함 굵직한 파트너가 이별을 선언하고 독자 칩 의지를 표명하는 등 인텔이 체감하는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다시금 전직 기술맨을 호출한 것은 기술 발목에 잡힌 현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 탓이다. 이러한 구도에서는 자체 파운드리 개선도 필요하지만, 외주 위탁으로 돌파구를 찾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루가 다르게 출렁이는 시장에서 인텔이 저울질 할 여유는 많지 않다.

실제 삼성과 TSMC가 미세공정에 불붙은 경쟁을 하는 와중에도 인텔의 변화가 더디기만 하다. PC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여전히 차지한 반도체 공룡이라는 위상과 달리 행색이 초라하다는 말이 들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인텔이 자체 파운드리를 포기할 가능성도 작다. 잠시 뒤처졌을 뿐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여전하다는 것이 업체의 공통된 중론이다. 7나노 공정 전환 이야기가 계속 들리는 것도 이러한 배경 탓이다.

물론 팻 겔싱어 체재로 돌입하면 체질 변화는 불가피하다. 종합반도체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더욱 공고히 유지하되 상대적으로 뒤처진 파운드리는 협력을 통해 보완해 나갈 가능성이 유력하다. 직접 생산이라는 자존심 대신 실리로 방향을 선회하는 전략이다. 그런데도 현행 10나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사골 공정임에도 나오는 제품의 효율이 더 미세한 공정이 필요할 정도로 부진한 건 아니다. 숫자만 따지면 뒤처졌으나 현행 공정 안정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은 기술적 수준에 도달했음에 힘이 실렸다. 신임 팻 겔싱어 CEO 또한 이러한 배경을 누구보다 명확히 꿰뚫고 있기에 사실상 과거의 인텔을 상징하는 기술 중심 회사로 체질 개선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회사는 현행 CEO의 재무 성과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2020년 4분기 매출과 EPS가 2020년 10월 22일에 제공된 가이드라인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고 7나노(nm) 공정 진전도 차질없이 진행 중임을 알렸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2020년 4분기 및 연간 전체 실적 발표 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30년 재직 전직 인텔맨 향해 기대심리 모여


팻 겔싱어가 첫 직장인 인텔에 입사하던 79년 당시 나이는 18세. 그는 총 30년 이상 기술 및 경영진 경험을 한 회사에서 이뤄냈다. 학업 대부분도 회사 지원으로 산타클라라 대학과 스탠퍼드를 마쳤다. 고든 무어, 앤디 그로브, 로버트 노이스 등 무어의 법칙으로 대변화 하는 핵심 인력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며 성장했다.

오리지널 80486 프로세서 아키텍트로서 14개의 서로 다른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을 이끄는 한편, 코어(Core) 및 제온(Xeon) 제품 개발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USB와 와이파이 규격 제정을 주도하며 목소리를 냈기에 사실상 반도체 역사에서 한 축을 차지한 핵심이다. 실제 지난 2009년 폴 오텔리니가 CEO를 맡던 시절에 유력한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됐지만, 션 말로니가 선임되면서 회사를 떠났다.

오마르 이시락(Omar Ishrak) 인텔 이사회 독립 의장은 “팻 겔싱어는 혁신, 인재 개발, 인텔에 대한 깊은 지식을 보유한 입증된 기술 리더다. 그는 운영 실행에 집중하고, 가치 기반 문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이어 “인텔이 CPU 기업에서 멀티 아키텍처 XPU 기업으로 지속해서 전환함에 따라, 팻 겔싱어가 다른 경영진과 함께 인텔의 전략을 강력하게 실행해 제품 리더십을 구축하고 향후 중요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대에 팻 겔싱어 신임 CEO 또한 화답으로 응했다.

“중요한 이 시기에 다시 합류해 매우 흥분된다. 그로브(Grove)와 노이스(Noyce), 무어(Moore)의 밑에서 배운 만큼 이 자리로 온 것은 나에게 특권이자 영광이다. 세계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온 인텔을 높게 평가한다. 기술의 미래를 계속해서 변화시킬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며, 고객과 주주를 위해 혁신을 가속화하고 가치 창출을 위해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햔 CEO 밥 스완은 "지난 2년간 나의 목표는 분산 인텔리전스 시대의 기업으로 포지셔닝해 핵심 CPU 프랜차이즈를 강화하고, 성장을 가속하기 위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었다"며, “목표 전반에 걸쳐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다음 리더가 이러한 전환을 이끌어 갈 적절한 시점이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 팻 겔싱어 CEO는 2012년부터 VM웨어(VMware) CEO로 재직하면서 클라우드 인프라,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인정받는 역할로 올려놨다. 그전에는 EMC에서 EMC 정보 인프라 제품(EMC Information Infrastructure Products) 부문 사장 겸 COO를 역임하면서 정보 스토리지, 데이터 컴퓨팅, 백업 및 복구, RSA 보안, 기업 솔루션에 대한 엔지니어링과 운영을 감독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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