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애플, 애플워치 6 등 4가지 신제품 공개
베일 벗은 애플, 애플워치 6 등 4가지 신제품 공개
  • 김신강
  • 승인 2020.09.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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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외치던 애플 혁신, 이번에는 실종

아이패드 에어를 향한 반응 고무적…아이폰12 미발표 예측 적중




[2020년 09월 18일] - 지난 16일(한국시간) 애플의 신제품 발표 이벤트가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많은 루머가 양산됐던 이번 발표에서, 결국 그동안 적중률이 높았던 블룸버그, 씨넷 등의 예측대로 애플은 애플워치, 아이패드 두 가지 제품군만 신제품을 발표했다.

매년 이벤트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던 아이폰을 비롯해 많은 팬이 기대했던 에어팟 스튜디오(무선 헤드폰), 에어태그(멀티 기기 무선 충전기) 등 기존에 애플이 갖고 있지 않았던 새로운 카테고리에 대한 발표는 없었다. 매번 발표마다 평균 2시간 정도를 신제품 발표에 할애했던 애플은 이번 이벤트는 단 1시간 만에 끝내 버리면서 의도적으로 힘을 쫙 뺀 듯한 인상을 풍겼다.

애플워치 6 – 혈중 산소 포화도 기능 탑재, 나머지는 똑같다.

애플은 삼성과 비교해 스토리로 제품의 기능을 풀어가는 방식을 즐기는 편인데, 애플이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싶어 하는 애플워치의 가치는 매번 ‘건강’이다. 이번 발표에서도 패혈성 쇼코를 눈치채지 못했던 고객이 애플워치의 심박 수 알림으로 응급실에 가 치료를 받은 사례, 눈이 보이지 않는 고객 대신 택시를 불러주고 건강 유지를 도와주는 사례를 제시하며 신제품 발표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당뇨 환자, 심근경색 환자 등의 스토리가 이어졌다. 운동 도우미보다 의료 기기로 인식시키고자 하는 애플의 꾸준한 ‘포지셔닝’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애플워치 6가 가장 먼저 내세우는 변화 역시 ‘건강’이다. 수면 동작을 감지하는 기능, 자동 손 씻기 감지 기능이 추가됐다. 손을 씻는 동작과 소리를 감지해 권장 시간인 20초 동안 손을 씻도록 돕는 기능이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으면서 애플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빠르게 추가한 기능으로 보인다. 신작을 발표하며 가장 주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능이다. 신체가 얼마나 잘 산소를 흡수하고 있는지, 적정량의 산소가 신체로 공급되고 있는지를 파악해 수치가 낮게 떨어지면 알림을 통해 알려준다.

혈중 산소포화도는 호흡기와 심장 건강에 대한 지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좋은 기능인 것은 분명하나, 한 달 전 발표된 갤럭시워치 3도 제공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낄 매력도가 높을지 의문스럽다. 외관상 변화는 전무하다. 대신 레드, 골드 등 케이스의 컬러가 늘어났고, 밴드의 종류가 다양해졌다(사실 작년에도 케이스의 소재를 다양화했고 밴드를 늘렸다).


처리 속도는 아이폰11의 A13 Bionic에 기반한 S6 칩을 탑재해 이전 세대 대비 20% 빨라졌다. 전 세대 대비 2.5 배 밝아진 AOD(Always On Display, 상시 전원기능), 실시간 고도 변화 측정 등의 기능도 추가됐다. 당연히 시계 페이스도 여러 개 추가됐다. 시간대가 다른 지역의 시간을 함께 보여주는 GMT 페이스, 크로노타이프 페이스 등 대부분 지난 세대보다 소폭의 디자인 업그레이드를 거친 수준이다. 걸쇠 등 연결고리가 없이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밴드도 추가됐다.

또 다른 새로운 부분은 ‘가족 설정’이 생겼다는 점인데, 아이폰이 없는 아이나 노인의 애플워치를 부모 또는 자녀의 아이폰과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자녀가 연락할 수 있는 대상을 지정할 수 있고, 자동 위치 알림을 설정하는 기능 등이다. 예민한 사춘기 학생들 입장에선 끔찍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아주 어린 아이나 건강이 염려되는 노인을 위해서는 안전 측면에서 유용한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한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애플워치 SE – 보급형 애플워치

애플이 가족 설정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발표를 한 이면에는 바로 이 제품, ‘애플워치 SE’의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바로 보급형 애플워치를 발표한 것인데, 산소포화도 기능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출시한 라이트 버전이다. 30만 원대의 가격으로 출시해 아이나 부모에게 편안하게 선물하기 좋은 부분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애플워치 6과 외관은 완전히 똑같다. 애플워치 5에서 쓰였던 S5 칩을 썼고, 애플워치 3보다 2배 빠르고, 자이로스코프 등 중요한 기능은 대부분 들어가 있다. 애플워치의 가격에 부담을 느꼈거나, 메신저 등 간단한 목적으로만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성비’가 중요한 시점이 됐고, 애플 역시 마냥 고고하게 프리미엄만 고수할 수는 없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애플워치 6, 애플워치 SE 모두 미국에서는 18일부터 구매할 수 있고, 한국은 출시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이패드 8세대 – 프로세서 업그레이드. 끝

보급형 아이패드는 어느덧 8번째 세대를 맞이했다. 원래부터 보급형은 아니었으나 에어, 프로가 연달아 출시하며 엔트리 모델로 자리 잡았다. 외관은 전 세대와 완전히 동일하다. 아이패드 라인업에는 최초로 뉴럴 엔진을 탑재했고, A12 칩을 사용해 당연히 전반적으로 빨라졌다. 6세대에서 7세대로 갈 때도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패드’ 라인업은 그야말로 처음 아이패드를 경험하거나 교육기관 등 단체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아이패드 에어 – 프로 구매 고객을 바보로 만들다

이번 발표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그린과 블루칼라를 추가해 키치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영상으로 발표를 시작한 아이패드 에어는 사실상 올해 초 나온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를 대체한다. 25만 원 더 저렴한데 별로 차이가 없다. 전작에 있던 베젤을 없애 프로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쿼드 스피커, Lidar 스캐너, 증강 현실 등 전문가적 퍼포먼스를 위한 기능 일부가 부족하지만, 발표를 본 프로 유저 대부분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애플펜슬도 1세대가 아닌 2세대를 적용해 모든 기능을 쓸 수 있게 했다. 애플 제품군 중 처음으로 A14 프로세서를 사용했고, 5나노 공정을 통해 전력 효율을 높였다.

코로나19 이후 얼굴로 잠금을 푸는 데 불편이 커져서인지는 모르나, 상단 버튼에 지문 인식 기능을 넣은 터치ID를 적용했다. 애플 유저들의 가장 큰 바람 중 하나였던 USB-C 포트도 적용했다. 기존에는 프로에만 적용되던 USB-C를에어에도 적용하면서 아이폰12에 USB-C를 탑재하리라는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D-1, 미리 보는 애플 스페셜 이벤트 … 루머 어디까지 맞을까?

1시간 남짓한 발표 시간 동안 2가지 카테고리, 4가지 제품에 대해 신명 나는 발표를 했지만 새로움보다는 업그레이드에 가까웠다. 더구나 아이폰의 발표가 빠지면서 새벽까지 기다렸던 국내 팬들을 맥빠지게 하기도 했다. 팀 쿡은 발표 초반에 애플워치와 아이패드를 발표하겠다고 미리 밝힘으로써 발표회 자체에 힘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식의 ‘서프라이즈’에 익숙한 팬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발표는 정말 그렇게 끝났다. 다양한 루머가 쏟아졌지만 결국은 지배적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다음 달이면 4가지 라인업을 가진 아이폰12가 출시될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헤드폰, 무선 충전기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갤럭시폴드2나 LG 윙에서 보이는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한 노력은 원래 애플의 브랜드였지만, 팀쿡이 CEO로 있는 한 애플은 안전하고 무난한 선택을 고수할 것 같다. 애플은 늘 그랬듯 잘 팔리겠지만, 매년 줄어드는 기대감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새롭게 공개된 iOS 14와 더불어 점차 ‘깔끔한 안드로이드’가 되어가는 애플의 행보는 이제 사뭇 지루한 것이 사실이지만, 구매하고 가장 후회가 남지 않는 것도 사실이니 여전히 많은 이들은 욕하면서 또 10월을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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