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할 줄 아세요?” 황당한 애플 서비스 … 빅서게이트 역풍 자초
“영어 할 줄 아세요?” 황당한 애플 서비스 … 빅서게이트 역풍 자초
  • 김현동
  • 승인 2020.11.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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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알려진 애플 빅서게이트 논란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서 발생한 황당한 사건사고전말




[2020년 11월 27일] - 앱등이라는 호칭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애플 사용자. 사용안한 이는 있어도 한 번 사용한 이는 없다는 중독성 강한 브랜드 애플의 팬덤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애플 출시 행사에 24시간 밤을 지새워 구매하는 행렬이 그들 사이에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고,

새로 나온 제품을 한발 먼저 수급해 알리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유튜버와 블로거는 그 자체를 영광으로 여길 정도로 우상화된 애플. 충성스러운 시장의 과한 애정이 애플을 기고만장하게 만든 자신감인 걸까?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그야말로 잘한다 잘한다. 치켜세워줬더니 고객을 호갱으로 본 셈이다.

사연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26일을 기점으로 클리앙, 보배드림을 포함 굵직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애플의 무책임한 태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도 변함없는 지적 한 가지라면 ‘애플은 반성하지 않는다’이었다. 뒤늦게 내용을 접한 이들 가운데 비슷한 사연을 호소하는 이도 등장했다. 단지 한 명이 아니라는 의미다.

업데이트할 마음도 없는데, 업데이트 강요하던 애플. 결국, 동의했다.


하루 전인 26일 주요 커뮤니티에 장문의 사연이 올라왔다. 카드 뉴스 형태로 공들여 제작한 이미지는 꽤 분량이 길었다. 내용인즉슨 애플 맥북 프로 레티나 2014년형을 사용하던 사용자가 새로운 운영체제 빅서(Big Sur) 11.0.1 버전 업데이트 알람을 마주했고, 당장 급하지 않았기에 수없이 회피했지만 집요하게 반복하는 업데이트 유혹이 귀찮기도 해서 결국 뿌리치지 못했다고.

설마 무슨 일이라도 있으려고? 라는 심경으로 미뤘던 ‘설치’ 버튼을 클릭한 것도 이유다. 하지만 잠시 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터졌다. 심경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열지 말았어야 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인 것. 그리고 노트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무슨 수를 해도 부팅이 되지 않는 벽돌로 변했다. 단지 액정 후면에 있는 애플 로고와 백라이트에만 빛이 들어왔다. 11월 18일 밤에 벌어진 일이다.


▲ 사건이 알려지고 하루가 지나면서 등장한 애플 A/S 풍자 이미지 (출처 : 인터넷)

전문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던 당사자였기에 PC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여겼지만 손쓸 방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때 까지만 해도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고장 한번 없이 동작하던 노트북이 업데이트와 맞물려 문제가 생겼기에 ‘수리하면 되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심경이다. 지금까지 업데이트하다가 노트북이 벽돌이 되었다는 소식도 접하지 못했기에 수리가 될 거라 여겼던 것도 있다.

설마 이 노트북을 다시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누가 예단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가볍게 넘길 수 있던 문제가 아니었다. 자력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했다. 그 사이에 애플 고객센터에 전화해 안내받은 대로 복구 부팅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상담원이 안내한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를 19일 점심시간에 방문한다.

잠시 후 해당 노트북을 살펴보던 엔지니어는 “메인보드가 나갔는데요? 교체해야 해요.” 그러며 “이 기기는 지원 종료된 기기라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셔요”라며 56만 원을 안내했다. 같은 기종 노트북이 중고나라에서 50만 원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돈을 지불해 가며 수리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였다.

피해자(피), 상담원(상)
피 : 빅서를 업데이트하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그리고 업데이트는 OS에서 하라고 알림이 와서 그대로 따른 것이고요. 이게 왜 제 잘못인가요?
상 : 고객님은 업데이트하다가 고장이 났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원래 기기에 내재한 문제가 업데이트를 통해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피 : 그러면 말씀하시는 게 원래 어젯밤에 고장 날 기계였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그때 빅서 업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건가요?
상 : 네

상기 대화는 사연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26일을 기점으로 약 약 1주일 전에 벌어진 일이다. 피해자는 비슷한 애플 OS 업데이트 이슈가 없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졌고 지난 17일에 “구형 맥북프로에 맥OS ‘빅서’ 설치하지 마세요.” 제목으로 올라온 기사를 뒤늦게 발견한 자신을 한탄했단다.


설치하기 전에 한 번만 검색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까? 당시 기사에는 ‘17일 맥루머스와 애플 포럼 등에 따르면, 맥OS 빅서를 설치한 2013·2014년형 맥북프로 중 상당수에서 부팅은 물론 복구 모드 진입도 불가능한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라고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영어 할 줄 아세요?” 더 기막힌 애플 스토어 직원의 응대에 말문 막혀!


허탈한 심경으로 애플 스토어를 나와야 했던 피해자를 더욱 기가 막히게 만든 것은 기사를 접하고 다시 방문한 애플 스토어의 대응이다. 애플스토어 측은 해당 기사에 대해 ‘루머’라는 식으로 반응했고, 무상 수리 불가 원칙만 고수했단다. 원론만 반복하는 지루한 말싸움에 피해자는 엔지니어를 통해서는 결론이 안 나겠다고 싶었기에 매니저를 요청했고 돌아온 답은,

“영어 할 줄 아세요?”

애플스토어 엔지니어의 한마디로 말문이 막혔다. 어처구니가 없어 발길을 돌렸고 자료를 취합해 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 만에 다시 가로수길을 방문했고 똑같은 과정으로 그간의 고충을 토로한다. 그리고 강한 어조로 매니저를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고, 그제야 매니저를 만날 수 있었는데 ‘제품이 원래 정상이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라’는 식으로 나와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업데이트에 직후 고장 난 건에 대해서도 여전히 고자세였다. “저희는 (업데이트를) 강제한 적 없습니다. 업데이트는 고객님 선택이셨습니다.”라고 몰아갔다. 하지만 애플의 도 넘은 대처는 지금부터다. 매니저는 AS기간 지난 제품은 사용에 유의해야 함을 알리며 “저도 구형 맥북이 있는데 업데이트를 안 하고 있답니다.”라며 사용자 과실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연이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피해자는 빅서 업데이트 과정에 발생한 문제를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했고 돌아온 답은 “저는 구형 기기를 이용하는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겁니다.”라는 한 마디로 지금까지의 논쟁을 원점으로 초기화했다. 그리고 보증기한이 넘도록 제품을 오래 사용한 고객을 상대로 관리 부주의로 인한 손상이라며 원인을 매듭지었다.

피해자는 더는 설명도 항의도 구차하게 느껴졌다고 당시 기분을 표현했다. 끝내 유상 수리만 강요하던 애플 스토어의 고자세도 기분이 나빴지만, 매니저의 대응은 더욱 불쾌했다고. 그때 수리받고자 들고 갔던 14인치 애플 맥북을 의자에 수 차례 내리친 후 바닥으로 던졌다. 이 모습을 보던 매니저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한마디 한다. “나가주세요”

한국 사용자만 홀대하나? 유통 현장에서도 여전한 갑질도 역시 애플스럽다.


이번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현장에서도 애플 원성은 자자하다. 가장 최근 출시한 애플 아이폰12 마케팅 관련한 이슈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치를 떨게 했다는 후문이다. 단말기 출시 직전부터 전반에 걸쳐 애플 가이드는 절대 어긋나면 안 되는 룰로 통했다고. 심지어 보도 자료에 담길 내용부터 출시를 알리는 행사 방식과 매장에 어떤 식으로 진열할 것인가 또한 사실상 애플 비위에 맞춰 이뤄졌다는 것.

대리점이 애플 제품을 팔기 위해 진열할 시연용 단말기조차도 애플은 애플다운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이통사가 단말기 금액의 30% 부담해준 것이 다행이라는 평인데 여타 제조사가 판매 기한 내에 대여해주고 이후 수거해가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실제 갑질을 연상케 하는 이같은 행위에 제동이 걸린 이력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8년 4월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지적한 것. 여타 기업이 소명 수순을 밟는 것과 달리 당시 애플은 지적된 행위 일체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하고 자진시정안을 내논 바 있다. 지난 19년 6월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애플의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배경은 뭘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든든한 팬덤이 매번 빠지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형태는 애플을 향해 지적하면 돌아오는 답부터 시작한다. ‘삼성에서 얼마 받았나요.’라는 식으로 화답하며 애플을 감싸는 행위다. 문제를 지적하면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하지만 그럴 필요성 없이 애플이 유독 한국에서도 콧대 높이며 큰소리칠 수 있던 배경이다.

자사 제품을 구매했고, 오랜 시간 이용했으며, 앞으로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사용자를 대하는 애플의 고객 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돈 되면 굽쇼! 돈 안 되면 냉소(冷笑)를 연상시켰다. 이번에도 같은 행태를 보이다가 한 명의 사용자는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서 수리받으러 들고온 노트북 한 대를 바닥에 내던지며 기막힌 애플 서비스에 분노했다.

“바뀌지 않겠지만, 사연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라는 것이 피해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피해자와 1문 1답》

Q. 어떤 일을 하는지와 맥북을 구매하신 이유는?
A. 개임 개발사에서 일한다. 맥북은 결혼 선물로 받았고 게임 개발에 활용했다.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데, 맥북 하나로 맥OS, iOS, 윈도우, 안드로이드 등의 기기를 위한 빌드(게임을 실제로 기기에 넣는 하나에 파일로 합치는 작업) 용도였다.

Q. 사건 직전까지 제품은 만족스러웠나?
A. 사용상 아무 문제가 없었고, 만족했다. 원체 평가가 좋은 제품이지만 단, 소위 '스테인 게이트'라는 문제가 있었다. 액정의 코팅이 벗겨지는 문제인데, 안타깝게도 무상 교체 신청 기간이 지난 뒤 그 문제를 알게 되어, 할 수 없이 그냥 지내고 있었다. 그 외에는 불만 없이 사용했다.

Q. 업데이트 직후 문제가 터진 건가?
A. 일상적인 업데이트라 생각했다. 경고도 없었다. 그래서 업데이트를 걸어놓고 다른 일을 했다. 하지만 30분쯤 지난 뒤 컴퓨터가 벽돌 상태가 되었다. 그 이후 몇 가지 조치 (애플 홈페이지에 나온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문제 당일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보니 이런저런 조치를 안내받았고 다 통하지 않기에 상담원이 애플 가로수길 방문을 권장했다.

Q. 안내 과정에 고성이나 언성이 오갔는가?
A. 마지막 대화 이전까지 모든 과정은 이성적이었고 차분했다. 고성도 없었고 욕설은 전혀 없었다. 양쪽 모두 차분했다. 카드에서는 다소 과장된 (영어 가능하세요 -> XX) 표현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저 때도 차분하게 황당했다.

Q. 수리 못 받은 노트북은 왜 던진 건가?
A. 애플 관계자의 마지막 대답 ("네 저라면 저의 잘못이라 생각할 겁니다") 를 뇌리에서 떨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계에 갑자기 미운 감정이 생겨서 상담석에 있는 의자 (나무)에 내리쳤다. 매우 시끄러운 곳이지만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직후 애플 관계자가 나가 달라는 소리가 들렸고, 나가면서 “죄송합니다, 대략 이러저러한데 무상 수리가 안된다고 말하더라. 쇼핑에 참고하세요, 등등”을 하고 나왔다.

Q.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관해 다시 보게 되었나?
A. 이 문제가 해결 안 되면 다시 애플을 내 돈 주고 구매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상황에 대해 정직하게 대응하지 않고 알지 못하는 속사정에 의해 표면적으로 응대하는 일관된 태도가 불쾌했다. 이를테면 패스트푸드점에서 멋모르고 이것저것 단품으로 주문하면 주문받는 분이 “그런 경우 세트 주문이 더 이득입니다~” 라고 제안하지 않던가.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좀 불편하더라도 해결책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릴 것을 안내하던가. 해야 하는데 문제점을 찾아 언급하기 전에는 모르는 척했다. 그리고 애플의 내부 정책이 일반 상식보다 우선시하는 것도 웃기거니와, 앞뒤가 안 맞는 것을 억지 화 하다 보니 나온 말도 안 되는 말 “나라면 제 잘못이라 생각할 겁니다~” 은 분노하게 했다.

Q. 애플이 나아갈 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다.
A. 제품은 좋은데 다른 곳에 문제가 있으면 계속 지적을 해서 개선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해서 서비스가 개선되면 좋은 제품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결과적으로 좋은 일 아닐까! 저는 저와 대화를 나누었던 애플 엔지니어 세 분, 그리고 한 분의 매니저님께 섭섭하다면 섭섭하겠으나, 그 외의 나쁜 감정은 없다.

더불어 애플 케어 센터 상담원 또한. 그분들의 조치가 양심이었는지는...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지만, 다만 저도 회사에 다니고 있기에 이해한다. 만약 이런 문제가 끊이지 않고 생기고 있다면 이건 그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소란을 피워서 죄송하다. 현장에서 다른 손님께는 당시 사과했지만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런 사과가 부족했다면 이 자리를 빌려 놀라게 한 점 다시 사과드린다. 놀라게 한 애플 가로수길 직원, 엔지니어 여러분, 매니저께도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드린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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