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실리콘 생태계의 시작 ‘M1’ 약일까? 독일까?
애플 실리콘 생태계의 시작 ‘M1’ 약일까? 독일까?
  • 김현동
  • 승인 2020.12.15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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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5일] - 애플이 개발한 M1 SoC(System on Chip)에 거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인텔 혹은 AMD 프로세서의 x86 아키텍처가 아닌, 애플 시스템에 완전 최적화된 아키텍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그 기반은 ARM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다. 스마트폰에 쓰는 그 ARM 아키텍처 말이다. 이제 모바일 프로세서가 본격적으로 PC 시스템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듯하다.

이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퀄컴은 8cx를 가지고 모바일 시장에 일찍 발을 들였지만, 성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와 레노버 등 완성 PC 제조사가 힘을 합쳤으나 성능에서 기존 제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적어도 윈도우 PC 환경에서는 그렇다.

ARM 아키텍처로 윈도우 운영체제와 기타 소프트웨어를 작동하려면 변환(에뮬레이팅) 작업을 거쳐야 하고 이는 성능 저하로 이어졌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를 위한 윈도우 운영체제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어 사정은 나아진 편이다. 그러나 이 역시 x86 아키텍처간 호환성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된다. 물론,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지원 영역이 확대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런 고민은 M1에게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macOS 내에서 ARM 아키텍처는 최적의 상태로 작동할 바탕이 마련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이폰-아이패드-맥’ 사이를 이어주는 운영체제와 생태계는 빠르고 신속 정확하게 확대되는 중이다. M1은 그 경험을 확대시켜줄 시발점이 될까?

CPU+GPU+NE+DRAM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애플 M1 프로세서


M1 프로세서는 기본적으로 모바일 프로세서와 비슷하다. 우선 처리 구조는 8코어로 저전력 코어 4개와 고성능 코어 4개를 품었다. 이른바 ‘빅리틀(BigLittle)’ 설계다. 여기에 추가로 최대 8개 코어의 그래픽 처리 유닛(GPU)으로 3D 가속을 빠르게 처리해낸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인공지능 가속을 위해 신경망 엔진(Neural Engine)까지 탑재했다.


▲ M1 프로세서에는 명령어 처리에 필요한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애플은 이 프로세서 구조가 최대한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메모리(DRAM)까지 통합시켰다. 이른바 균일 메모리 접근(Uniform Memory Access)이 그것. 프로세서 내 모든 코어가 동일하게 메모리에 접근할 수 있어 데이터 접근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애플은 프로세서 옆에 메모리를 둬 접근 시간을 줄였다. 칩의 전반적인 크기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칩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기판 설계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말한다. 같은 공간에 기판이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지면 이를 배터리로 대신할 수 있다. 아니면 기기의 무게를 줄이는데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ARM 아키텍처 특유의 이점에 미세공정 기술이 더해진 결과물은 의외의 효과를 보여줄 듯하다.

오로지 macOS에서만 힘을 발휘
애플 특유의 폐쇄적 환경이 M1에게는 약이자 독이다


성능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소프트웨어 처리 능력이다. 기본적인 문서나 브라우저 실행 능력은 뒤로 하더라도 영상 편집이나 일부 고부하 편집 작업 등에서 x86 기반 프로세서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M1의 성능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바일 PC 프로세서보다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모든 환경에서 M1이 통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알려진 것처럼 현재 M1 기반 맥북은 기존과 달리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체제를 가상으로 설치해 쓰는 방법이 제한된다. 과거 맥북이나 맥은 부트캠프를 활용해 윈도우를 설치해 사용했었다. M1 기반 맥북은 부트캠프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기존 관행(?)을 과감히 날려버렸다.

물론,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통해 얼마든지 윈도우 운영체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M1은 x86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가 아니다. 당연히 현재 운영되고 있는 프로세서와 명령어 처리 방식과 구성이 다르다. 비록 호환이 되더라도 기존의 체험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M1 맥북은 소비자에게 또 다른 선택의 고민을 안겨준다.


▲ M1은 macOS 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겠지만, 그 외의 것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롯이 macOS 안에서 힘을 발휘하는(혹은 발휘하게 될) M1 프로세서는 이 생태계 안에서 노는 사용자에게는 효율성을 극대화해주는 선물과도 같다. 반면, 그렇지 않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M1 맥북의 존재는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두 개를 동시에 운영하기엔 부담스러울 테니 말이다.

물론, 이 난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ARM 윈도우 운영체제가 M1 맥북을 지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쉽지 않은 방법이다. 현재 ARM 윈도우는 PC 제조사에 기본 설치되어 출고되는 형태가 기본이다. 애플이 과연 운영체제 기본 설치를 허용해줄까? 반대로 애플만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ARM 윈도우 운영체제를 별도 판매하는 길을 열어줄까? 둘 다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이 M1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macOS 내라는 한정적인 환경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그 이상 확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애플 생태계 내에 머물러 있는 애플러를 묶을 수 있겠으나, 어중간하거나 윈도우 생태계의 비중이 높은 이에게는 매력적인 물건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x86(인텔)과 M1을 양립하는 이유도 현실(혹은 선택지 제시)을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

대규모 작업은 x86, 소규모 작업은 M1으로 분리?
애플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일단 M1 프로세서가 적용된 맥은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13형), 맥 미니 등이다. 나머지는 여전히 x86 아키텍처 기반의 인텔 프로세서가 자리한다. M1 프로세서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적용 범위는 넓어지겠지만, 현재 적용 중인 인텔 프로세서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각각의 장단점을 소비자가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결과적으로 M1과 x86이 양립하는 그림이라면 애플은 M1을 소형 기기에 중·소규모 작업에 특화된 형태, x86 프로세서는 중대형 기기에 대규모 작업 성향으로 설계해 나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차세대 M1 프로세서의 성능이 크게 발전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지금 당장 고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미 도래한 맥의 미래. 과연 그 종착지는 어디가 될까? 2021년 애플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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