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없지만, 역대 가장 완벽한 아이폰12 프로
혁신은 없지만, 역대 가장 완벽한 아이폰12 프로
  • 김신강
  • 승인 2020.11.25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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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애플 아이폰12 프로를 써 보다

사용자에게 현존하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




[2020년 11월 25일] - 지난 20일 아이폰12 프로맥스, 아이폰12 미니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며 떠들썩하던 신제품 4가지 라인업이 드디어 완성됐다. 충전기를 빼 버린 것 외에 특별함이 없다는 비아냥 속에서도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웨드부시증권의 대니얼 아이브스 연구원은 “아이폰12 시리즈 출시 초기 3개월 출하량이 8,0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며 “2014년 출시된 아이폰 6와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12의 사전판매량은 전작인 아이폰11 시리즈의 약 2배에 달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사실상 디자인 외에 달라진 점이 가장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심지어 드러내놓고 원가 절감을 감행했음에도 이른바 ‘슈퍼사이클(대대적인 교체 수요를 끌어내는 시기)’을 만나며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 지구적이고 장기적인 확산에 따라 ‘펜트업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애플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펜트업 효과란 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으로, 외부 영향으로 수요가 억제되었다가 그 요인이 해소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잔뜩 움츠렸던 소비 심리가 점차 확산세가 주춤하고 백신, 치료제 개발과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펜트업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3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심리적인 내성이 생기면서 경제적인 기지개가 펴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행도 못 가는거 살 건 사자’라는 마음이랄까.


아이폰12의 4가지 라인업 중에서도 아이폰12 프로가 단연 슈퍼사이클의 선두에 서 있는 모양새다. 프로맥스와 미니와 비교해 먼저 출시되기도 했지만, 크기 때문에 수요층의 한계가 있는데 반해 취향을 타지 않는 사이즈, 뛰어난 카메라와 유려한 컬러가 아이폰12를 누르고 전체적인 구매 단가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정식 출시 한 달 … 시장 평가는?


아이폰12 프로는 지난달 30일 국내 정식 출시돼 어느덧 한 달을 앞두고 있다. 약 3주간 아이폰12 프로를 직접 구매하여 사용해보고 느낀 점은 적어도 현재의 폼팩터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확신이다. 달리 말하면, 이제는 진짜 ‘혁신’이 있어야 다음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폰12 프로가 전작인 아이폰11 프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일단 디자인이다. 아이폰 12 시리즈 이전 최대 히트작인 아이폰6 시리즈부터 유지해오던 둥근 외관을 버리고 아이폰4 시절의 각진 디자인으로 회귀했다. 디자인은 원래 취향과 호불호가 갈리는 분야지만, 아이폰11 프로와 비교해 각진 디자인은 한결 뛰어난 그립감을 보여줬다.


케이스를 착용하지 않아도 전작보다 안정적인 거치가 가능하다. 전작에 비해 두께가 0.7mm, 무게는 1g 줄었지만, 오히려 더 탄탄하고 묵직한 감각이 잡혀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전작처럼 후면을 무광 처리해 고급스러움을 더하였지만 사이드는 거울에 가까운 유광처리로 확실한 대비 효과를 줬다.

아이폰11 프로의 경우 사이드의 둥근 면이 밋밋한 인상을 줬지만 아이폰12 프로는 확실한 임팩트를 줘 케이스를 빼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만든다. 카메라의 경우 기본 스펙은 아이폰11 프로와 동일하지만, 야간 모드를 강화했다.


실제로 촬영을 해보면 아주 어두운 환경에서도 건물의 윤곽을 선명하고 노이즈 없이 볼 수 있다. Dolby Vision 방식으로 동영상 촬영도 가능해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의 경우 라이브 방송 시에도 훨씬 높은 퀄리티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논란이 됐던 배터리 역시 A14 Bionic 칩을 사용하며 효율을 극대화했다. 아이폰11 프로의 경우 3,046mAh의 용량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폰12 프로의 경우 2,815mAh로 줄었고, 공식 홈페이지에도 최대 동영상 재생 시간을 아이폰11 프로는 18시간, 아이폰12 프로는 17시간으로 기재했으며, 실제로 5G 환경에서 게임을 할 경우 아이폰12 프로가 실 사용 시간이 전작 대비 절반밖에 안 된다는 보고가 잇따르며 많은 사용자의 우려를 낳았다.

정작 출시 후 여러 경로의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오히려 더 긴 배터리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번 애플은 메모리와 배터리, 용량으로 장사한다는 비난을 받지만, 안드로이드 대비 완벽한 최적화와 전력 효율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사실인 듯하다.

애플의 ‘마진 놀이’의 절정은 역시 자석 방식의 충전을 도입한 맥세이프다. 맥세이프 관련 액세서리를 대거 추가하며 케이스의 가격도 전작 대비 훌쩍 뛰어올랐다. 어댑터도 제공하지 않는 맥세이프 무선 충전기는 그야말로 선 하나 달랑 주고 5만 5천 원을 요구한다. 그런데도 주문 시 1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폰 뒤에 탈부착 방식으로 선보인 가죽 카드지갑은 7만 원이 넘지만, 이 역시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처럼 아이폰11프로와 아이폰12프로를 실 사용하며 냉정히 비교해 봤을 때 달라진 점은 어느 정도 빨라진 속도, 어느 정도 좋아진 배터리 효율, 조금 개선된 카메라, 사이드 디자인의 변화, 그리고 맥세이프. 이게 다다.

만족스럽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그런데도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주고 이 이상 완벽한 스마트폰을 기대하기 어렵겠다고 느끼는 것은 현재의 폼팩터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남아있을 수는 있지만, 하드웨어적으로는 속도나 그래픽 등 뻔한 스펙 상승 이외에 새로운 것을 꺼내 들 여지가 없음을 의미한다.

슈퍼사이클을 맞이해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아이폰12의 다음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펜트업 효과까지 더해져 오랜 교체 주기를 가진 사용자들의 대부분도 이번 시리즈로 넘어왔다고 보면, 아이폰13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이폰12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아이폰은 리뉴얼될 때마다 옮겨타는 충성고객이 가장 많은 브랜드인 것은 분명하다. 조기 수용층이 사전 구매를 하고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이 퍼지면서 히트작 반열에 오르는 패턴을 보이는데, 현재 폼팩터에서는 아이폰13으로 넘어가야 할 이유를 찾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다. 아이폰의 진짜 위기가 내년에 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는 안드로이드 계열 폰에도 동일한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적어도 안드로이드는 다양한 제조사를 베이스로 여러 가지 혁신 실험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은 새 프로젝트를 감추는 데 매번 실패하고 있다. 이쯤 되면 실패라기보다는 의도적 노출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사람들이 요즘 애플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미 벌써 다양한 루머가 돌고 있다. 노치가 사라진 풀 스크린, 주사율 120Hz,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완전 무선충전화, A15 칩 적용 등이다. 사실 이는 다 제품규격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하며, 이번 아이폰12를 건너뛴 일부 사용자를 제외하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내년에도 팬데믹은 계속될 것이고, 아이폰이 의도적으로 마이너 업그레이드를 해서 13 시리즈는 살짝 쉬어가는 느낌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아이폰12 시리즈는 아이폰 사용자에게 현존하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폰은 맞다. 적어도 유려한 퍼포먼스, 매끄러운 움직임 등에서 그렇다는 의미다. 아이폰 8 정도만 쓰던 사람도 iCloud 복원을 통해 아이폰12에 새로 입히면 새 폰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능적인 변화는 없다. 아직은 알이 덜 찬 느낌의 갤럭시 폴드, 플립, LG 윙과 같은 게 새로우면서도 애플다운 깔끔한 UI, UX를 제공하는 새로운 폼팩터가 기대되고 또 우려되는 시점이다.

아이폰12 시리즈는 아이폰 세대의 거대한 막을 하나 마무리하는 라인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완벽하다. 여전히 한국에서 사용 불가능한 애플페이와 통화 녹음 기능이 도입되지 않으면 설령 아이폰13이 하늘을 날아다녀도 이인자를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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