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완전히 바뀐 7컬러 … ‘급 나누기’의 노골적인 예고편
애플, 완전히 바뀐 7컬러 … ‘급 나누기’의 노골적인 예고편
  • 김신강
  • 승인 2021.04.2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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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2일] - 애플이 새로운 아이맥, 아이패드 프로, 에어태그를 공개했다. 새로운 컬러의 아이폰12 모델, 아이패드용 키보드도 포함했다.

다양한 컬러의 무엇인가를 출시한다는 것은 발표 전 애플이 공개한 초대장에서 암시되었지만, 펜으로 휘갈긴 듯한 디자인의 초대장 때문에 여러 컬러의 애플 펜슬 출시에 대한 루머가 양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 펜슬은 어디까지나 액세서리고, 애플이 굳이 메인 이벤트로 펜슬을 꺼내들 것이라 짐작한 이는 사실 많지 않았고, 결국 이 초대장은 새로운 아이맥을 위한 것.


아이맥은 애플 디자인의 상징과도 같은 제품이다. 현 세대 아이맥은 2007년 출시된 인텔 2세대 알루미늄 바디 디자인에서 조금씩만 변화를 가하며 15년 가까이 계승돼 왔다. 지금의 아이맥은 지난 2012년 발표된 슬림 유니바디 모델을 10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유려한 실버 톤의 알루미늄 바디와 앞뒤로 박힌 애플 로고, 직선과 곡선의 매끈한 조화를 이룬 일체형 아이맥은 맥OS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조차도 오브제로 구입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자랑했다. 카페나 학원, 병원 등에서 ‘연출’ 목적으로 아이맥을 진열해 두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던 때도 있었다.

# 컬러에 진심인 애플, 아이맥에 번지다



이번 아이맥은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다. 완전체에 가까운 시그니처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스티브 잡스 생전에 남은 사실상 유일한 ‘현역’ 제품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하지만 팀 쿡 체제 이후 애플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고, 매년 실적은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매번 혁신이 없다고 비판받지만, 최고의 스타가 사라진 애플의 10년을 이렇게 성장시킨 것은 팀 쿡이 최고의 후계자임을 증명한 기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오랜 기간 블랙, 실버, 화이트 정도로 보수적인 컬러를 고수하던 애플은 아이폰 11부터 여러 컬러의 케이스를 꺼내 들며 소위 ‘간’을 보기 시작한다. 수많은 케이스 업체를 위협하는 제조사의 행보에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애플의 ‘컬러 사랑’은 점차 노골화됐다. 아이패드 에어 4세대에 처음으로 블루, 그린 등을 적용하며 5 컬러로 출시했고, 이어서 출시한 아이폰12 역시 5 컬러로 나왔다. 급기야 이번 발표에는 퍼플 컬러를 추가해 6 컬러가 됐다.


23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는데, 커뮤니티 반응이 심상치 않다. 가장 최근 제품인 헤드폰 에어팟 맥스도 5 컬러로 선보였다. 컬러 선택지를 아이맥까지 넓히고 블루, 그린, 핑크, 실버, 옐로, 오렌지, 퍼플의 무려 7 컬러로 내놨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컬러 마케팅 성공이 비로소 잡스의 틀을 완전히 벗고 새로운 아이맥을 입히는 데 자신감을 불어넣은 듯하다.

두께가 11.5mm에 불과하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뒤통수가 아예 사라진 인상이다. 거대한 아이패드를 스탠드에 부착한 인상마저 줄 정도로 얇고 콤팩트하다.


하드웨어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처음으로 인텔이 아닌 애플 M1 칩이 적용된 데스크톱 컴퓨터다. 먼저 M1 칩을 적용한 맥북 에어, 맥북 프로가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과의 호환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비교적 조기에 불식시키고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며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사용성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애플이 자사 OS에 맞게 PC를 최적화하는데 일가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아이맥은 3년 이상 사용하면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아이맥이 21.5인치, 27인치 두 가지 모델이었는데, 당연히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리라는 예상을 깨고 24인치 단일 모델로 출시했다.

# 컬러를 나누는 이유, ‘급 나누기’


27인치도 모자라 32인치를 쓰는 사용자가 즐비한 상황에서 의외의 선택이라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부터 이어가고 있는 ‘급 나누기’가 아이맥에서도 본격화되는 예고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애플이 다양한 컬러로 출시하는 제품을 보면, 전문가용이나 헤비 유저용이 아닌 일반 사용자를 타깃으로 하는 ‘보급형’ 제품에 컬러를 입힌다.

아이폰12는 아이폰12 프로의 보급형이고, 아이패드 에어는 아이패드 프로의 보급형이다. 아이폰12 프로의 경우 4 컬러 이기는 하지만 골드, 실버, 그레이에 딥 블루를 더해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있고 톤을 완전히 낮추고 있기 때문에 멀티 컬러가 주는 캐주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패드 프로 역시 실버와 그레이 단 두 컬러로만 출시한다. 미니 LED를 적용한 새로운 제품을 발표한 이번 세대에서도 골드 하나쯤 추가할 법도 한데 단 두 컬러로 끝냈다.


이는 이번에 발표한 아이맥이 ‘보급형’ 임을 암시하는 하나의 사인이다. 이 날 애플은 프로 라인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는데, 27인치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24인치 모델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는 것을 애플이 모를 리 없다.

발표는 21.5인치의 업그레이드 모델로 쓰고, 향후 ‘아이맥 프로’의 형태로 무거운 컬러로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아이맥이 화이트 베젤로 만들어진 것도 출시 예정인 프로 모델과 달리 보이게 하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급 나누기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이번 아이맥은 7 코어 GPU 모델과 8 코어 GPU 모델로 나눠 약 25만 원의 가격 차이를 두는데, 단순히 스펙만 달리 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치졸’해 보이는 차별이 보인다. 7 컬러라고 하지만 옐로, 오렌지, 퍼플 컬러는 7 코어 모델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

기가비트 이더넷도 8 코어 모델에만 기본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경악했던 것은 USB 포트였는데, 8 코어 모델에는 4개가 제공되는 USB 포트가 7 코어 모델에는 2개만 제공된다. 구멍을 2개 안 뚫어준 것이다.

24인치가 21.5인치의 대응 모델이니 어쩌면 프로는 27인치보다 더 클지도 모르겠다. 가격도 ‘사악할’ 확률이 높다. 애플의 노골적 급 나누기가 ‘또’ 시작됐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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